【서울=뉴시스】미국에 살던 한국 국적 대학생이 북한에 또 억류된 가운데 북한이 미국 CNN 방송 기자를 불러 간첩 혐의로 억류 중인 한국인 2명에 대한 인터뷰를 허용했다.
CNN은 4일(현지시간) 평양의 한 호텔에서 북한 감시원을 동반한 가운데 한국인 김국기(61)씨와 최춘길(56)씨를 각각 인터뷰했고 이들이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들이 인터뷰에서 사전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이 인터뷰에 관해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지난 3월 북한 정부가 이들을 체포할 당시 북한 국영언론의 보도 내용과 유사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어 이들 모두 국정원의 지시로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들의 혐의를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며 북한 정부는 종종 억류자들에게 거짓으로 자백하게 할 때 간첩 혐의를 씌운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인접한 중국 단둥(丹東)에서 사업하던 중 국정원이 북한 내 정보를 수집해 달라며 자신에게 접근했다며 3년 간 국정원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에서 자재가 담긴 상자들을 손에 넣었다가 체포됐고 그 중 한 상자에 군용 자재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용물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선교사인 김씨는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중국에서 자신에게 접촉할 때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난 9년 간 지도자들의 해외 방문 일정표, 위조를 위해 사용할 북한의 새 화폐 사본 등 국정원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약 50만 달러를 받았다며 정보원에게 이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모두 인터뷰에서 교도소가 아닌 북한 당국이 제공한 거처에서 대접을 잘 받으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아직 재판을 받지 않았으나 북한 정부의 어떤 처벌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CNN은 이들은 한국 정부 때문에 자신들과 가족의 연이 끊겼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인터뷰에서 특히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감정이 격해지며 중국에 있는 아내와 딸, 한국에 있는 딸에게 힘들게 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가족이 없는 김씨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처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찬양했다.
CNN의 이번 인터뷰는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 주원문씨(21)가 북한에서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CNN은 이 외에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으로 지난해 북한에 적대 행위를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은 김정욱씨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