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수 가톨릭 프레스 편집장 "가톨릭 교회의 문제는 '교회 권위주의'와 '성직자 권위주의가 핵심"
지난 4월 25일, 종로구 사간동의 화쟁문화아카데미(대표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에서는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 세 번째 마당이 펼쳐졌다. 이번 포럼은 제 1부로 기획된 "무엇이 걱정인가?"의 마지막 자리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겸 가톨릭 프레스 편집인이 발제를 맡아 "가톨릭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김근수 소장은 "역사적으로 보면 가톨릭의 증오범죄는 개신교보다도 훨씬 많았고 대규모였다"는 비판으로 발제문을 시작하며, "가톨릭의 문제는 '가톨릭 밖에 구원이 없다.'라는 교회권위주의와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가 핵심이다'라는 성직자권위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그리스도교는 '하느님나라 망각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며 "가톨릭 자신들은 예수가 원한 교회가 바로 가톨릭 교회라고 이해하였고, 하느님나라와 교회를 동일시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김근수 소장은 가톨릭 교회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트리엔트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들었다. 그는 "트리엔트 공의회는 '주교있는 곳에 교회 있다'라는 격언으로 대표된다. 이 공의회는 성사를 집행할 자격을 갖춘 계급은 오직 성직자라고 선언하였고, 이를 통해 신자는 소외되었다"고 평하였다. 이에 따라 20세기 중반까지도 가톨릭은 인간 평등과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주의도 찬성하지 않았다. 세례 여부, 성직자 여부에 따라 인간은 다르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톨릭의 입장은 교황 요한 23세가 소집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변화한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가톨릭 교회와 동일시하는 입장을 벗어났고, 개신교의 신학적 가치가 가톨릭에 의해 인정되었다. 이것은 교회 역사에서 혁명적 선언으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대화가 논리적 근거와 힘을 얻게 되었다"고 평하였다. 또한 "교회는 '인류 구원의 성사' '하느님 백성'이라고 선언됨에 따라 교회 지상주의가 이론적 근거를 읽게 되고 성직자 뿐 아니라 평신도가 또한 중요해졌다. 신자 없는 사제는 없고 '교회 있는 곳에 주교 있다'는 말로 바뀐 셈이다"라고 말하였다.
김근수 소장은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그리고 개혁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특히 보다 근본적인 개혁의 동력이 남미에서 얻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남미 주교회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제2차 공의회정신에서 더 진전된 선언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교황 프란치스코는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표현으로 제2차 공의회정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 가톨릭에 대한 김근수 소장의 평가는 비판적인 논조를 잃지 않았다. "선교 초기의 순교자들의 순교, 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일부 사제와 신자들의 공헌을 제외하면, 한국천주교회 역사는 대부분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나 고통과 별로 관계없는 길을 걸어오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가톨릭 교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인류 구원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인류,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의 권위에 봉사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모습이 진정한 권위"라 주장하였다. 끝으로 그는 "예수는 잘못된 권위주의를 진즉 포기하였다. 가톨릭 교회가 최고라는 교회권위주의, 성직자가 최고라는 성직자 권위주의를 버려야 한다. 남을 성장시키는 참 권위주의가 그리운 시기"라고 발제를 마무리하였다.
발제에 대한 논평에서 김진호 연구실장은 "김근수 소장이 중요하게 다룬 두 번의 공의회는 가톨릭 외부에서의 압박이 거셀 때 등장했다. 전자의 화두가 체계나 절차였다면, 제2차는 담론적 문제제기, 근대적 문제제기들을 신학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평하였다. "이를 보았을 때, 가톨릭은 두가지 얼굴을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나는 권위주의적인 모습, 다른 하나는 개방적이고 공격적이지 않은 모습"이라며, "김근수 소장의 문제제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기된 신학적 물음들이 형식이나 절차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평하였다. "그렇게 본다면 가톨릭은 권위주의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가톨릭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분법적 권위주의를 무너뜨리면 가톨릭의 체제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개혁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사실 가톨릭 교회는 오늘날 많은 반성을 통해서 위기의 교회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종교로 자리잡고 있다"며 "그러한 개혁의 가능성 중 하나가 '가톨릭 시민운동'이다. 이는 오늘날 부분 체계 속에서 와해되었으나 최근에 와서 다시 복원되고 있으며, 가톨릭 개혁의 핵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하였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는 "김근수 소장이 발표한 핵심은 권위주의 자체가 아니라 '진정한 권위의 부재'가 문제라고 본다"며 "우리사회에는 '부적'이 많다. 즉 민족, 애국, 관습, 전통, 종교 등의 이름을 가진 부적들이다. 이러한 부적들은 우리가 의식하는 이상은 그 권위가 없어지지 않는다.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야 사라지는 것이다"고 시작하였다. 그는 "불교에서 권위는 경전의 '여시아문'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불교의 가장 부정적인 모습으로서의 권위주의는 경전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그리스도교와는 다른 불교의 독특한 권위주의의 형태"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종교의 권위에 대해 "종교의 진정한 권위는 실천에서 온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실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이 실천을 '계몽적 실천'만으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실천은 '고통을 함께한다'는 측면이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라며, "근대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자 했었으나, 오늘날 필요한 가치는 오히려 조금 뒤에 쳐져서 낙오된 사람을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엄마와 같은 역할"이라 주장하였다.
"바람직한 권위란 공감・저항・희생을 통해 얻어진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자의 종교 영역 내에서의 권위의 작동방식들, 권위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점검하고 결국 이것이 어떻게 종교 바깥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에까지 이어졌다.
우선 권위주의를 "그 본래의 의미나 목적이 망각된 채로 힘 혹은 권위의 유지나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정리하고, 종교 내에서 이러한 권위주의가 필연적인가를 주제로 시작되었다. 조성택 대표는 "권위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다. 문제는 권위주의를 부정할 수 있는 힘들이 균형을 가지고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며 "부정적 권위주의는 권위가 사라졌기 때문에 생긴다. 진정한 권위가 회복된다면 권위주의는 사라질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하였다. 나아가 "불교에서는 '성직'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것은 근대에 와서 불교가 서양종교에서 배워온 것"이라며 "불교에서 진정한 권위는 수행 즉 실천의 힘에서 오는 것인데 오늘날 성직으로서의 출가자, 사찰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주인이라는 의식들이 권위주의를 생산해내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권위는 항상 존경의 체계와 맞물려 있다"며 "존경의 체계가 곁들여져 있는 권위는 내용의 차원과 함께 형식과 절차의 차원이 있다. 그러한 제도는 언제나 '잉여'를 가지고 있다"고 평한다. 그는 "권위가 없는 종교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이는 종교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그 권위에서 생기는 '잉여'에 대한 비판의 자리를 남겨놓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김근수 소장은 "권위주의를 부정적인 의미로 볼 때, 종교 내의 권위주의는 현재 존재하나 이것은 필요 없고 나아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제는 곧 부정적 권위주의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김근수 소장은 "긍정적 의미의 권위로 부정적 의미의 권위주의를 없애야 한다"며 "예수는 제도적인 힘은 없었지만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종교는 종교 지배층은 있으나 지도층은 없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김진호 연구실장은 "예수가 영향력을 갖추게 된 것은 예수 후속세대들에 의해서였다. 그 힘을 내부적으로 비판할 때 예수가 계속 등장하였던 것일 뿐이다. 권력과 영향력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본다"며 "다만 근대적 영역에서 권위는 카리스마적 권위나 합리적 권위 뿐 아니라 공감적 권위, 즉 소통능력이 중요하게 등장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김근수 소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로는 가톨릭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현대는 직분이 자동적으로 권위를 주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신도와 성직자 개개인의 행위로 권위를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조성택 대표는 "우리가 지금 권위를 이야기하고 있는 맥락은 사회 전체이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적 권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토론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사회의 여러 사안에 대해 종교가 역할을 못하는 것은 종교적 권위의 상실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사회적 메시지를 권위의 반대말은 불신이다. 종교적 권위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사회의 종교적 권위가 위험을 받고 있는 지점은 바로 종교적 역할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김근수 소장은 바람직한 권위의 획득 기준을 제시하며 "첫 번째는 공감, 두 번째는 저항, 세 번째는 희생이다. 이것은 예수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오늘날 종교지도자 중 이러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이가 드물다. 오히려 우리는 그러한 권위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권위의 문제를 리더쉽으로 환원시켜서는 안된다. 리더쉽을 근원적으로 반대하는 권위의 문제에 대해서 종교가 적극적으로 실험하지 않으면 사회와는 소통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며, 조성택 대표는 "불교는 공감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것이 역사적 과정 속에서 저항과 희생으로 연결되었던 경험이 적다. 현대 사회에서 요청되는 불교의 역할은 '문명비판의 교사'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가장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김근수 소장이 말한 공감, 저항 희생의 아닐까 생각한다"고 평하였다.
한편 다음 종교포럼은 제2부 "왜 걱정인가"의 첫 순서로 김근수 가톨릭 프레스 편집인이 "그리스도교와 가난"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을 예정이다. 5월 16(토) 오전 10시부터 열리며, 참여 신청은 홈페이지(www.hwajaeng.org)를 통해서 받고 있다. 문의: 070-8872-2023, admin@hwajae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