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심리학이 힐링의 수단으로 뜨면서, 상대적으로 신학자와 목회자가 사회 속 힐링의 주요 위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믿음과 성령 충만이라는 거대 담론도 필요하지만, 삶에 있어 성도들이 처한 디테일한 환경에 맞춰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최인철 서울대학교 교수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학교 신학관 예배실에서 열린 '신학과 인문학의 대화' 세미나에서 '신학과 사회심리학의 대화'라는 주제로 가진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심리학이 뜨면서 상대적으로 신학이 힐링의 위치에서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최 교수는 "새로운 유형의 신학자와 새로운 유형의 목회자가 나타나기를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그래야 더 좋은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신학에 영원불멸한 힐링의 메세지가 있음을 언급하며 "(힐링에 있어) 교회가 이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대안 수단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전공이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신학자 그리고 목회자들이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간단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학이나 목회하시는 분들이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보면 본인의 경험과 사람을 보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많은 사람 들이 하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 심리학회 산하게 54개 학회가 있는데, 그만큼 인간이 복잡하다는 것 아니겠느냐. 신학자나 목회자들은 이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데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좁은 분야에 인간에 대한 지식만을 수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자신이 한의원에 간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한의학이 서양 의학과 달리 다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으로 전체를 보는데, 이에 불만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학이 너무 큰 개념으로 인간의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힐링이 필요한) 성도들의 문제를 단순히 믿음이 부족하거나 성령이 충만하지 못하다는 등의 영적인 차원에서 접근 하는 것을 경계했다.
일종의 예로 최 교수는 "사람들의 행동의 결과물을 보게 되면 선택의 잘못이나 생각의 잘못, 혹은 프레임의 문제로 생겨나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 (신학자와 목회자는) 이런 분석을 하는 순간 애매한 경우 성령의 문제로 뭉뚱그려 놓는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최 교수는 사회 심리학의 방법론과 연구결과를 적극 포용하는 것이 새로운 유형의 신학자와 목회자를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학자이면서 크리스천인 제가 연구해 본 결과, 사회심리학적 방법론 가운데 신학에서도 받아들여도 좋은 것이 무궁무진함을 본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신학자와 목회자가 등장했으면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신학자와 목회자들에게 ▲ 심리학의 경험주의를 건강하게 수용하고 ▲ 인간의 심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며 ▲ 심리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적 마인드 훈련을 하고 ▲ 일상성을 회복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잘 살기 위해 (성도들이) 삶에서 잘 살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요약했다.
특히 일상성 회복에 있어 최 교수는 "(신학자, 목회자들이) 영적인 메시지는 잘 주는데 반해, 일상을 잘 사는 메세지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신의 피조물로서 잘 산다는 것은 일상을 잘 사는 것으로도 말할 수 있다"며 "돈 관리, 시간 관리, 자녀 교육 등 이런 디테일한 것에는 침묵하고 왜 큰 주제만을 다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신학과 인문학의 대화'는 올해 1학기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과 대학원 신학과의 에큐메니칼 세미나의 일환으로 열렸다. 행사에서는 최인철 교수를 비롯해 신학과 인문학의 대화를 주제로 강의한 김상근 교수, 신학과 철학의 대화를 주제로 강의한 이석재 교수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