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지원센터 설립 100일을 맞아 '100일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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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이주여성지원센터

"중국에서 오신 이주여성 한 분이 체구가 큰 편이셨는데 본인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출산이 가까웠는데도 인지하지 못하고 배가 아프다고 해서 아버지가 소화제를 사 먹였다고 합니다. 다음날도 계속 아프다고 하니깐 또 아버지가 소화제를 사 먹였는데 화장실에서 가서 아기를 출산한 겁니다. 아기는 양변기 물통속으로 빠졌습니다. 이주여성은 그 아기를 대형마트 할인매장 앞에 유기하고 달아났는데 경찰이 CCTV에 찍힌 이주여성을 추적해서 이주여성을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주여성은 영아유기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그 재판의 법원 판사로부터 이 아기를 받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고 아기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당하는 이주여성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임신, 출산, 양육을 돕기 위한 무의탁 이주여성지원센터로서 원할한 상담을 위해서 15개 언어로 통역을 지원하고, 버려지는 영아들과 미혼모의 쉼터와 연계된 지속적인 지원 사업을 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동안 상담은 물론 정기검진, 양육지원 등 모든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여 가난하고 연약한 이주여성과 영아들에게 생명을 심는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왔다. 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장으로 역할을 감당한 김은숙이사장은 "그동안 10여명의 산모와 아동들을 보살피느라 눈코뜰새 없었지만, 100일을 앞두고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니 감개무량하다."며, 그동안 노고를 술회한다.

상담·의료·양육 서비스 등을 제공할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총면적 647㎡의 7층규모 건물로, 산모와 아기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과 영아원·그룹홈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이를 위해 지구촌사랑나눔은 은행 융자금과 후원금 등 을 들여 기존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거쳤다.
외관 및 인테리어 작업을 위해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직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독지가들의 지원으로 바닥은 타일을 깔고, 벽은 깨끗이 연녹색의 페인트칠로 화사한 분위기마저 돈다. 식탁, 옷장과 유모침대도 새로 구입했다.

100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진통을 일으킨 산모를 인근 산부인과에 급히 입원시켰다가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권유로 보라매병원으로 옮겨 수술 끝에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던 일, 출산 한 아기가 너무 작아서 신생아 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에서 생존 후 퇴원했던 일, 밤 12시가 넘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서 밤새워 간호하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8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들 간 결혼과 동거·출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출산도 늘고 있다. 혼전동거나 혼외관계 등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에도, 국내에선 합법적 낙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미혼모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한국 국적 취득이 불가능한 탓이다. 외국 국적의 이주여성들은 국내 미혼모센터나 영아원 등이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딱히 기댈 곳이 없는 처지다.

의료보험이 없는 산모, 신생아의 국적취득, 엄마의 체류문제 등은 설립할 때부터 예견한 문제이지만, 어린아이를 봉사자에게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겠다는 데에는 말릴 방도도 없다. 한국 국적자가 아니면 국내의 미혼모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 지원을 위한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이주여성과 그 아이들을 위한 무료시설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물심양면으로 성원을 보내주셨다. 고용노동부장관님이 다녀갔고, 지앤엠글로벌문화재단, 수출입은행, 국제로타리클립 등에서 후원을 했다.

100일이 지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지금도 매일매일 어려움의 연속이다. 모든 지원을 무료로 하다 보니 재정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센터를 찾아와 아이를 돌보고 빨래와 청소를 해주는 모습을 볼 때, 모든 직원들은 다시 용기를 얻는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해 온 김해성 목사는, "이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강조한다. 김 목사는 "합법·불법을 통틀어 외국인 체류자 200만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며 "함께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지원센터 김은숙 이사장은 "어렵고 힘들고 누가 뒷바라지 해주지 않은 이국땅에서 홀로 살고 있는 미혼모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사단법인)지구촌사랑나눔 이주여성지원센터의 봉사자들에 지원과 격려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앞으로 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육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이주여성들에게 바리스타 자격증, 양식조리사 자격증 등을 취득토록 지원하여 장차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은행 융자와 후원금 등으로 건물을 매입했지만, 융자금을 갚고 향후 운영비를 조달하려면 뜻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어린이 물품이나 후원금을 보내거나 봉사를 하고 싶은 이들은 누리집(www.g4w.net) 또는 전화(02-849-1188)로 연락하면 된다.

#이주여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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