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인데, 법안은 아직도 피쳐폰이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 도태되는 개인정보법 성토의 자리가 열렸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와 한국인터넷법학회는 22일 오후 충무로 포스트타워에서 'ICT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법제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자치부, 인터넷기업협회가 후원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도래, 맞춤형 광고의 활성화 등 개인정보는 ICT 산업에서 뜨거운 현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개인정보법안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위치정보법은 2005년 제정 이후 10년 동안 17번의 개정을 거쳤다. 하지만 위치기반서비스 관련 논의는 지난 2월3일에야 처음 개정됐다. 그사이 모바일 콜택시를 비롯한 위치기반 O2O(온오프 연결 마케팅·Online to Offline) 산업이 성장했지만 제도는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창범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기술 개발과 서비스 발전에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치기반 서비스 법안이 관련 산업 촉진이 아닌, 규제를 전제로 삼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위치기반 산업이 커지면서 정부가 위치정보법을 개정했지만 이것만으로 활성화는 역부족"이라며 "개인 위치정보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 완화하되 개인 위치정보 주체의 자기 정보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안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연합(EU)은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른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유권 해석을 내놓는다. 만일 법률적 해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면 법령을 새롭게 제정하며 대응한다. 늦어도 2년 안에 대응책이 마련돼 개인정보 논란의 확산을 막고 있다.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개인정보 처리자와 개인정보 주체 양측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강조한다"며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우리나라도 선진국 선례를 참고하며 법률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터넷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맞춤형 광고의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형준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외국 기업에도 국내 기업에 적용되는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확률적으로 기대되는 개인정보 수집은 허용하더라도 개인정보 오남용 시 과태료에 과징금까지 얹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차기 학술대회는 ICT기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법령을 주제로 6월17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