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者 박원순 시장, 서울시를 불교에?'…인터넷 동영상 화제

교육·학술·종교
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한 시민 제작 동영상, 20여일 만에 유투브 조회수 6만5000건 넘어;'봉은사역' 제정은 원칙 무시한 '비상식적 행정' 지적
▲한 시민이 제작한 '불자 박원순 시장님, 서울시를 불교에 바치시렵니까?'란 제목의 동영상.   ©유튜브 갈무리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공직자가 단순히 개인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직위를 이용해 본인이 믿는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은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시민이 지난달 25일 제작해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불자 박원순 시장님, 서울시를 불교에 바치시렵니까?'란 제목의 동영상은 1달도 안 돼 6만5000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시민은 동영상을 통해 지난달 공식 개통한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중 '929 정거장'을 '친일사찰' 논란의 봉은사역으로 제정토록 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정이 지극히 '종교편향'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 근거를 6분55초 동안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이 동영상에서 시민은 불교학생회 출신으로 다수의 불교단체 자문위원을 역임한 박 시장이 '한국 불교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14인'에 선정될 정도로 불교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07년 봉은사는 박원순 시장을 '봉은사 미래위원장'으로 임명했고, 박 시장은 봉은사의 요구대로 지하철 9호선 전철역명을 '봉은사역'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봉은사역'명 지정은 '서울지 역명 제정시 배제 기준'에 위배된다"며 "특정단체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명칭, 특정시설명, 향후 분쟁과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배제"라는 기준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시민은 "서울시는 '홍보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특정시설명 배제 원칙에 의해 '봉은사역'이라는 역명 제정을 거부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인 926 역명에 대해서는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 2014년 8월 지역 주민 조사에서 1순위 역명으로 거론된 '차병원사거리역'을 배제하기도 했다.

당시 시는 "차병원사거리의 경우 특정시설명을 역명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언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명으로서 옛 지명 우선 제정 원칙에 부합한다"고 시의 자체 자문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그 역명은 '언주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례와 다르게 봉은사는 (특정시설이 아닌) 지명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고 서울시역명제정위원회도 봉은사가 지명이라는 주장을 수용해 역명으로 결정했다.

▲서울시 시하철9호선 2단계 개통구간 929역명에 대한 선호도 1차 조사에서 2013년 12월 강남구청 주민들은 코엑스를 1위로 꼽았다. 그러나 최종 역명에는 '코엑스'가 병기 되지도 않았다.   ©유튜브 갈무리

앞서 2013년 12월 강남구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역명 인터넷 선호도 조사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1차 선호도 조사에서 1위였던 '코엑스역'명이 봉은사가 반대하고 나서 다시 진행한 2차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봉은사역'으로 역전된 것은 봉은사가 불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왜곡'된 결과라고 이 시민은 주장했다.

이어 동영상은 역명이 결정된 작년 4월 9일 당일 서울시의 최종 결정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암시했다. 당시 시는 1안 봉은사(코엑스)역과 2안 코엑스(봉은사) 역을 놓고 오전 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다 이날 오후 1안도 2안도 아닌 새로운 단독명 '봉은사역'으로 역명을 결정했다.

이 동영상을 제작한 시민은 박원순 시장에게 "잘못된 행정 조치로 국민을 분열시켰다"고도 지적하며 공개사과와 역명 재제정을 요구했다.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구간 929역명으로 제정한 '봉은사'는 조선 초기 서울의 중심 사찰 36사에 들지 못했다고 봉은사 웹사이트에 나와 있다.   ©유튜브 갈무리

또한 봉은사가 역사성을 강조하며 전철역명을 요구한데 대해 "실제 봉은사는 조선 초기에 국가가 인정한 36개 사찰에 포함되지 못했을 정도로 역사적 존재감이 없었고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제의 불교정책에 의해 30본산 사찰 중 (경기도) 우두머리 사찰이었다"고도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구간 929역명으로 제정한 봉은사역의 역사성을 한 시민이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봉은사 홈페이지에는 "조선의 선교 양종 제도 시행 시에 서울의 중심 사찰은 선종사원 흥천사와 교종사원 흥덕사였다. 이밖에 인근에 승가사와 장의사가 36사에 들어 인정받았지만 봉은사나 그 전신인 견성사는 보이지 않는다"고 소개됐고 "일제에 의해 국권을 침탈 당한 이후 일제는 1911년 사찰령을 반포하여 30 본산제를 따라 조선불교를 일제의 장악 하에 두고자 했다. 이에 따라 봉은사는 경기도 선종 대본산이 되어 서울을 비롯한 광주, 고양, 양주, 시흥, 수원, 여주, 이천, 양평, 파주 등 8군 78개 말사를 관할하게 되었다"고 나와 있다.

한편 이 동영상을 제작한 시민은 박원순 시장이 '조계사 성역화'에 서울시 '세금 3500억원 지원했다'며 식민지 불교정책의 총본산이었던 사찰(조계사)을 지원하기 위해 3500억원의 혈세(血稅)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불교신자인 박원순 시장의 지나친 불교사랑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시장 #봉은사역 #종교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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