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물오른 4월, 벚꽃이 만개한 올림픽 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만종>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밀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170점)하고 있다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이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전시회로 작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온 것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 <룻과 보아스>, <양치기 소녀> 등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밀레의 대표작 4점이 모두 동원돼 최초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밀레의 작품은 하나 같이 꾸밈이 없고 순수하며 자연과 농촌, 농민들의 소박한 삶을 소재로 깊은 신앙적 이미지와 따뜻한 인간애를 담고 있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언제나 무한한 힐링을 느끼게 합니다.
밀레의 이런 창작 정신과 정서는 그 이후 사실주의와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는 항상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고자 했습니다. 독서를 즐겼던 고흐는 밀레에 관한 전기를 꼼꼼히 읽고 그의 가치관과 삶과 신앙에 무한한 존경심을 느끼며 10년간의 자신의 창작활동을 통해 스케치를 포함 밀레의 작품을 무려 300여 점이나 모작하기까지 했습니다. 고흐가 밀레의 작품 중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씨 뿌리는 사람>으로 고흐는 이 작품을 판화와 유화로 10여 차례나 반복하여 모사했습니다. 이쯤되면 고흐야말로 밀레의 팬클럽 회장이라 해도 가히 손색이 없을 듯싶습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주님이 갈릴리 호숫가에서 <씨 뿌리는 사람>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성경이 전하는 당시의 현장 묘사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습니다. 호숫가에 정박해 놓은 작은 배 위에서 뭍에 있는 청중들과 그 뒤로 펼쳐진 넓은 밭에서 열심히 씨를 뿌리고 있는 농부들을 바라보시며 전하신 그 비유는 지금도 현장감이 생생합니다.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뿌릴 새 더러는 길가에, 더러는 돌밭에, 더러는 가시떨기에,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밀레는 바로 이 말씀에서 영감을 얻어 바르비종의 농민을 모델로 <씨 뿌리는 사람>을 그렸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밀레는 평생 자신의 신앙심과 성경 말씀을 그림 속에 실현하며 산 최초의 화가였습니다. 그러니 젊은 시절 목회자를 꿈꿨고, 한때는 광산촌에서 열렬한 설교가로 사역했던 반 고흐로서는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같은 작품에 남다른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은 농민의 고단하면서도 역동적인 삶을 화폭 가득 담은 작품으로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놀림을 통해 대지와 씨름하는 농민의 의지, 그리고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농부의 희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밀레의 이런 화풍이 당시 다른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마침내 사실주의 회화의 한 사조인 바르비종파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1850년에 제작한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과 1889년에 제작한 반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씨 뿌리는 계절, 봄비에 촉촉이 젖은 대지에 고이 알곡을 뿌리셔서 올해도 보다 넉넉한 수확을 보게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