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당초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이름이 오른 친박계 핵심 인사 등 8명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명단까지 포함된 장부가 존재한다는 등의 각종 설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근거없는 '리스트' 때문에 정작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7일 성 전 회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을 상대로 로비를 한 의혹이 담긴 장부는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여야 의원 14명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팀이 알지 못하는 자료"라며 "그와 같은 형태의 자료 혹은 그와 같은 형태로 추정되는 자료는 현재까지 수사팀이 눈으로 확인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이 현재 수많은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각자 입장에 따라 각자 다른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남긴 육성과 메모의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와중에 검찰 안팎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여야 정치인, 재계와 법조계 등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각종 리스트들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과 주장들이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수사와 관련된 잘못된 내용이 확대재생산 될 경우 오히려 수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무일 팀장은 "일반 뇌물 사건과는 이 사건의 성격이 너무 다르다"며 "사건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수사팀이 말 한마디 잘 못해서 (밖으로) 나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이어 "이번 사건은 수사 처음부터 조심스럽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이라며 "명징한 마음이 없으면 끝까지 갈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너무 다른 세력이 많아서 거기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이 요만큼도 없다"고 강조했다.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다고 전했다. 문 팀장은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수사 내용을 보완하지만 밖에서도 너무 많이 나온다"며 "(보도가) 나온 것 중에 완전히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해 이를 신속하게 분석한 뒤 금품 전달 의혹이 제기된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전달 방법 등을 '복원'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두고 있다.
아직 상당수 증거물에 대한 검토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유의미한 핵심 증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팀의 관심은 최대한 많은 자료를 통해 특정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라며 "하나의 단서를 찾으면 다른 단서를 찾아야 된다. 그 단서를 끝으로 그 분야의 조각이 맞춰지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흩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확인 당시에는 유의미하지 않지만 추후 유의미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쌓아놓고 분류, 관리하고 있다"며 "(다른 쪽으로 확산될 자료가) 아직은 없지만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