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잇단 '말 바꾸기'로 의혹을 스스로 증폭 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사실상 '성완종 파문' 청문회가 된 나흘간에 걸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완구 국무총리는 수차례 '말 바꾸기'를 해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까지 자진사퇴를 요구받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 총리는 당초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을 비롯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다" 등을 주장했으나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짓말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 총리는 이같은 '오락가락' 해명과정에서 스스로 '충청도 비하'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더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후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16일 뒤늦게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신빙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완구, 연일 엇갈린 해명에 비판 거세
이 총리가 처음으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것은 2012년 대선에서의 역할과 관련된 것이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 첫날인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당시 총리는 어떤 역할을 했냐"고 묻자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며 "4월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고, 12월 대선에도 관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원 유세 활동에 여러차례 직접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충남도지사 출신인 이 총리는 당시 새누리당 충남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박 당시 후보와 함께 직접 지원 유세에 참여했다.
이튿날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은 정황이 공개되자 이 총리는 "유세장에는 한두 번 갔지만 실제 선거운동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또 성 전 회장 측근들에게 성 전 회장과의 대화내용을 묻기위해 15차례 전화를 했다는 의혹을 질의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휴대전화 개수를 "스마트폰 한 대"라고 했다가 "하나는 기사와 쓰는 것이고 하나는 스마트폰으로 전화기가 두 대"라고 말을 바꿨다.
가장 큰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 총리와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관한 발언들이다.
이 총리는 '성완종 파문'이 터지자 마자 "19대 국회에서 1년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한 것 외에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이 총리가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보도되고, 서로의 만남이 23차례에 달하는 내용이 담긴 성 전 회장의 일정표가 공개되자 이 총리는 거듭 해명에 나섰다.
이 총리는 2013년 재보선 출마 당시 성 전 회장과 독대를 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그런 분(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해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독대한 적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기존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또 성 전 회장의 일정표상 서로의 만남이 23차례로 기재된 것과 관련해 "(내가 국회의원으로 있던 당시)사무실 일정표를 확인해 보니 비망록(성 회장 일정표)과 일치하는 것은 11번"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시차도 있고, 기억의 한계도 있어 비서관들에게 (일정표를)살펴봐달라고 했다"며 "(성 전 회장과)단독으로 만난 것은 4회인데 이 중 식사를 한 것이 2회이고, 나머지는 충청권(의원들)과 회동, 세종 관련 회의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이래도 별 다른 인연이 없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 총리는 이같은 '오락가락' 해명과정에서 '충청도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총리는 '말 바꾸기 지적'이 일자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다 보니, 보통 '글쎄요' 하는 것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만난 적 없다"던 김기춘, 이제 와서 "만났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이 된 다음엔 성 전 회장을 만난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기억을 되살려 보니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 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일정표상 김 전 비서실장과 만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9월 4일과 5일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기춘대원군'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짓말에 말 바꾸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김 전 실장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 총리와 김 전 비서실장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의혹을 스스로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리스트의 신빙성을 높이는 꼴이다.
결국 이번 파문과 관련, 철저한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특검이 불가피해지고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