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 10여 명을 두개 그룹으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한 그룹은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성 전 회장과 함께 했던 이들이고, 다른 그룹은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자금을 주로 관리해왔다. 이에 따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앞으로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 '측근 그룹'...수행비서 이모씨가 '핵심'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정치권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 10여 명을 크게 두 개의 그룹으로 추려냈다.
수사팀이 우선 주목하고 있는 그룹은 성 전 회장을 오랫 동안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측근 그룹이다.
이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성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했거나, 경남기업의 홍보 라인에 배치돼 성 전 회장의 '입'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성 전 회장의 의중과 동선, 행적 등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중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던 이모씨가 핵심 인물로 떠오른다. 이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성 전 회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인물로, 성 전 회장과 가족 이상으로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기 전까지는 이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진 않았다"며 "사실상 성 전 회장이 심복처럼 아꼈던 인물인 만큼 이씨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은 윤모 전 부사장이다. 윤 전 부사장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현재까지 유일하게 '전달자'로 지목된 인물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부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관련 의혹을 시인한 반면, 홍 지사는 "윤씨는 제 측근이 아니고 성 전 회장의 측근이며 성 전 회장과 윤씨의 자금 관계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홍 지사가 이미 고인이 된 성 전 회장과의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부사장이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에 따라 홍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뿐 아니라 운전기사 여모씨,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모 전 상무 등도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또 경남기업의 홍보맨으로 불리는 정모 부장 역시 주요 참고인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지금까진 검찰의 시야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만큼, 향후 이들의 진술에 따라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금고지기' 한모 전 부사장 등 '자금관리 그룹'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자금을 관리해온 그룹은 검찰이 자원외교비리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할 때부터 사실상 성 전 회장과의 오랜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을 집중 담당해온 이들은 4~5명에 이른다.
따라서 특별수사팀이 이들을 상대로 비자금의 출처 및 용처 등을 조사할 경우 더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성 전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한모 전 부사장은 그동안 여러번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 전 부사장 밑에서 재무·회계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김모 차장 역시 여러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스스로 입을 열었고 32억원 비자금 관련 자료를 직접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측근 그룹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전 부사장과 김 차장 사이에서 관리자 역할을 맡았던 변모 부장이나 한 부사장의 전임자인 전모 전 상무 등도 '자금관리 그룹'으로 분류된다. 경남기업의 9500억원대 분식회계 자료를 검찰에 통째로 넘긴 회계담당 직원도 이 그룹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전 전 상무는 한 전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경남기업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지냈던 만큼 경남기업의 자금 흐름이나 부외자금 조성 수법 등을 알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