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성지 이야기]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았던 '라오디게아'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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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원조수아 선교사ㅣ성지선교회
▲터키 '라오디게아' 교회터 ©성지선교회

1. 도시의 건설
라오디게아는 원래 기원전 2천년 경에 그리스 본토에서 아나톨리아로 이주한 이오니아인들에 의해 세워져서 디오스폴리스(Diospolis) 혹은 로아스(Rhoas)라고 불리웠으나, 알렉산더 대왕 사후에 시리아를 중심으로 세워진 셀류쿠스(Seleucus) 왕조의 안티오쿠스(Antiochus) 2세가 기원전 261년과 253년 사이에 이 도시를 재건하면서 자신의 부인인 라오디케(Laodike)의 이름을 따 라오디게아로 명명했습니다.

2. 위치
라오디게아(Laodikeia)는 에베소(Ephesus)에서 동쪽 수리아(Suria)로 가는 길에 있어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길목에 있습니다. 그 길은 에베소 해안에서 시작하여 약 2,800미터 높이의 중앙 고원을 올라가는 길인데, 이 길은 깎아지른 듯한 메안델 강의 협곡을 피해 완만한 리쿠스(Lycus) 계곡을 거쳐야 아시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라오디게아는 빌라델비아(Philadelphia)에서 동남쪽으로 약 7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에베소에서는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맞은편인 북쪽으로 약 9km 떨어진 곳에는 히에라볼리(Hierapolis)가 있으며, 북동쪽으로 약 14km 떨어진 지점에는 골로새(Colossae)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세 곳은 모두 바울 서신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골 4:13,16)

브리기아(Phrigia)와 루디아(Lydia)의 경계 지역에 위치한 이 도시 앞으로는 리쿠스(Lycus)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터키 '라오디게아' 교회터 ©성지선교회 원조수아 선교사

3. 특징
◆부유한 도시 = 라오디게아는 금융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은 동방과 서방을 이어주던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주요 지점에 세워진 관문 도시여서, 모든 물자와 사람들의 왕래와 거래가 많았던 곳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돈이 많이 몰리게 되고 금융 산업이 발달한 부유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은행 업자들과 고리대금 업자들이 많이 활동을 했었는데, 당시 로마 라티움 출신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철학가, 문학가인 키케로(Cicero)는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 보내는 20파운드의 금을 빼았았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51년 소아시아를 여행할 때 그는 이곳에서 두달 동안 머물며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간 일이 있었습니다. 또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Tacitus)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 지상에서 가장 부요한 도시였는데 주후 13년과 61년에 대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을 때도 로마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방 정부에서 도시를 재건했을 정도로 부유했다고 합니다.

◆모직 면직 산업 = 라오디게아의 특징은 교통의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모직과 면직 산업의 중심지였다는 점입니다. 라오디케아는 리쿠스 계곡의 넓고 기름진 땅에서 목양과 목화 재배가 활발하였습니다. 고대의 지리학자 스트라보는 라오디게아의 목양에서 얻은 털의 부드러움과 그 연함이 밀레시안(Milesian)의 그것보다 훨씬 능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현재 지명이 파묵칼레(Pamukkale)인데, 터키어로 파묵이 목화란 뜻이고, 칼레가 성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란 뜻인데, 히에라볼리 바로 아래 부분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하얀 석회봉이 있고 그 곳 때문에 현재 지명도 파묵칼레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처럼 현재 지명도 예전에 유명했던 모직, 면직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목화를 많이 재배했었고, 자연스럽게 목화(Pamuk)란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 지방에서 나는 면제품의 품질이 좋았기 때문에 로마 제국이 이 지역을 통치할 때는 이 라오디게아에 로마 원로원에서 입는 흰 옷을 주문 제작을 해서 입기도 했었습니다.

◆ 의학 = 라오디게아는 의학이 발달해서 페르가몬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갈렌(Galen, Claudius 129-199 AD)에 의하면 기원 후 2세기까지 오직 라오디게아에서만 생산되는 방향성 식물로 귀를 튼튼하게 만드는 약이 조제되었으며, 안약 산지로 유명했던 라오디게아는 프리기안 가루(Phrygian)로 만든 가루를 필요한 부분에 펴서 바르는 안약이 눈병 치료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묘사하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384-322 BC)도 프리기안 가루를 안약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의학교 교수 이름이 동전에 새겨질 정도로 의학으로 명성을 떨치던 곳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라오디게아는 근처의 히에라볼리에서 흘러내리는 따뜻한 온천물이 이곳에서 메안더(Meander) 강의 지류인 리쿠스 강과 만나기 때문에 곳곳에서 제사를 드리면서 잡은 짐승의 피가 미지근한 물로 인해 오염되어 많은 질병, 특히 눈병과 귀 병을 유발시키게 되었답니다. 이에 따라서 이 지방에서 나는 귓병을 치료하는 특효약과 콜로니온(Colonion)이라 불리우는 안약은 특히 유명하였고, 그래서 라오디게아는 의료 도시로서도 명성을 얻게 되었답니다.

◆ 물 공급 = 라오디게아는 그 위치적 중요성으로만 보아도 상업적 및 전략적 중심지로 만들기에 충분한 구릉지 지역입니다. 그러나 구릉지 지역으로서의 결정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도시로 수원이 외부에서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9키로 떨어진 히에라볼리(Pamukkale)의 온천수가 수로를 통해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온천수 때문에 당시 라오디게아는 귓병을 치료하는 특효약과 안약의 산지로 의료 도시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라오디게아에서 북동쪽으로 14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골로새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에베소에서 바울의 전도를 받아서 회심한 에바브로가 전도해서 세운 골로새 교회가 있던 곳이죠. 골로새 뒤편에 만년설이 쌓여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인 바바 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아주 차가운 물이 있는데, 이 차가운 물을 라오디게아로 수로를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히에라볼리의 뜨거운 온천수처럼 이 차가운 물도 14 킬로미터를 지나다 보면 점차 미지근해져서 마시기가 역겨운 물이 됩니다.

▲터키 '라오디게아' 교회터 ©이스탄불 원조수아 선교사ㅣ성지선교회

3. 성서(요한계시록 3:14~22)와 연결 부분
라오디게아 사람들은 '자칭 부요한 사람'이라 할 정도로 부하여 하나님까지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그곳에서 생산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의복을 자랑했지만 주님은 벌거벗은 자와 같다고 하고, 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과신했지만 주님은 정작 눈먼 줄을 모르고 있다고 책망하셨습니다. 또한 주님은 그들의 신앙이 히에라볼리와 골로새로부터 라오디게아로 흘러오는 물같이 덥지도 차지도 않음을 책망하셨습니다.

4. 쇠퇴
이렇듯 멋지고, 아름답고, 부유했던 삶은 산 라오디게아는 몇 차례의 대규모 지진으로 현재 교회 터로 볼 수 있는 유적 하나와 야외 극장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잘나가던 라오디게아가 폐허로 남게 된 것은 거듭되는 자연 재해와 대형 지진 때문입니다. 1710년과 1899년 대 지진 때 이곳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현재 복원되지 않은 채 폐허 속에 로마식 야외운동장과 원형극장터, 그리고 폐허 속에 십자가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는 돌무더기가 남아있어 교회 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5. 교훈
예나 지금이나 돈과 물질, 풍요로운 삶은 양날의 검인 것 같습니다. 지혜롭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잘 사용하면 정말 엄청난 일을 할 있고, 잘못 쓰이면 모두를 망하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하죠. 오늘날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한국 교회가 폐허만 남겨진 라오디게아 교회의 전철을 똑같이 되 밟을지 아니면 다른 역사를 쓰게 될지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하나님 주신 축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라오디게아를 방문하면 복원 공사를 예전에 비해서 많이 했지만 여전히 폐허만이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순례객들을 맞이합니다. 폐허가 된 라오디게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도 요한을 통하여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고 경고하셨던 주님의 말씀이 귓전을 맴도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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