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희망하는 은퇴 생활 수준과 실제 은퇴 준비 수준의 괴리가 2년 전에 비해 적잖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감소는 은퇴 후 기대하는 생활비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피델리티 자산운용이 발표한 '2014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에 따르면 국민들이 희망하는 은퇴 생활 수준과 실제 은퇴 준비 수준의 괴리를 의미하는 '은퇴준비격차'는 13%포인트로 나타났다.
2008년과 2012년 각각 21%포인트, 18%포인트였던 것에 비해 개선된 결과다. 이는 은퇴 직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예상 생활비를 나타내는 '목표소득대체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목표소득대체율은 2012년 61%에서 2014년 57%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은퇴 후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생활비 수준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라며 "이는 물가상승률의 하락과 더불어 비은퇴자들이 은퇴생활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소득대체율의 상승으로 인한 은퇴준비격차 감소"라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권고한 60~70%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조사 결과 목표소득대체율은 57%, 은퇴소득대체율은 44%다. 은퇴 전 소득이 100만원이었다면 은퇴 후 57만원이 있어야 만족할 만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44만원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연령별 분석 결과 50대의 은퇴준비 개선이 두드러졌다. 50대의 은퇴준비격차는 2012년 20%포인트에서 2014년 9%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은퇴소득대체율이 증가(39%→42%)하기도 했지만 목표소득대체율이 감소(59%→51%)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는 "노후 불안감으로 소비지출은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동시에 은퇴기간 동안 예상되는 소비수준을 크게 낮춘 것이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20~30대의 경우 목표소득대체율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은퇴 후 목표소득의 감소보다 은퇴직전소득이 더 많이 감소한 결과다. 청년층의 실업난으로 인한 소득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퇴 준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집단의 은퇴준비격차는 -1%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최저 소득층인 1분위의 경우 격차는 4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피델리티는 향후 은퇴준비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 사적 대비방안 강화 ▲은퇴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대한 관심 제고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보급화에 다른 금융소비자의 금융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가구주가 20세에서 59세인 2인 이상의 도시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60세에 은퇴하고 부부가 모두 기대여명까지 생존한다는 가정했다.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