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나홀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경제가 최근 둔화조짐이 완연하다. 올해 2% 후반대의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도이치뱅크(Deutshe Bank), 제이피 모건(JP Morgan), 바클레이(Barclays), 유비에스(UBS) 등 민간 기관들은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평균 2%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앞서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경제 전망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연간 2.9%로 예상한 바 있다. 미국 경제가 가계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세는 유지하되 회복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전망은 미국 경제가 올해 3%대의 견조한 성장을 보이며, 지난 2008년 9월 리먼 사태 이후 벗어난 '성장 경로'에 5년 만에 복귀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1990년대 3~4%를 유지했으나 ▲리먼 사태가 터진 2008년 –0.3%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09년 –3.5%로 뒷걸음질 쳤다.
미국 경제는 이어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발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2.2% 성장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돼 왔다.
민간 기관들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의 배경으로 ▲올해 2~3월 미국 전역을 강타한 한파 ▲달러화 강세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부문 위축 ▲서부항만 파업 사태 등을 꼽았다.
아울러 작년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6%에서 2.2%로 하향조정(2.6→2.2%)된 점도 전망치 하락에 한 몫했다. 4분기 국내총생산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등 민간 기관들은 대내외 악재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1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뜨렸고,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 또한 2%후반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경제 성장의 둔화는 큰 폭의 반등이 예상되던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 기관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풀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장세를 주도하는 유로존, 일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전년(3.3%)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특히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0.1%포인트 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한파와 유가하락,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좋지 않았다"며 "세계경제의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경계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