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 해결 않으면, 가장 먼저 문닫는 건 교회”

‘나사로 청소년의 집’ 최영재 원장 인터뷰

“학교도 가정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소 팔고 논 팔아 자식 유학 보내서 가난을 극복하려는 대학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이 박정희 대통령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학교에서는 입시에만 전념하고 예절, 윤리, 애국심과 같은 사람 됨됨이를 기르는 교육은 하지 않으니 이제야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선생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학교의 적으로 알고 있다. 인간 대접은 하지 않고 골치 아픈 아이들로 대하며 상처를 주니까 아이들끼리 자꾸 모여 사회에 분풀이를 하고, 힘 없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왕따시키고 폭행하며 괴롭히는 것이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이다. 어려움을 당하지만 대응할 힘도 빠져나갈 방법도 없이 결국 자살까지 이른다. 괴롭히는 아이들은 얼마나 잔인한지, 대상자들을 공갈 협박해서 감히 부모에게 말도 하지 못하게 한다. 선생님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죽인다거나 보복한다고 겁을 주며 잔인하게 괴롭힌다. 불량한 아이들을 35년 넘게 기르면서 안타까운 것은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는 아이들도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가정과 학교로부터 보호를 못 받은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결국 아이들의 학교 폭력 문제는 전적으로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비롯한 학교 폭력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가정법원과 지방법원이 지정한 비행청소년 수탁교육기관 ‘나사로 청소년의 집’의 최영재 원장을 만나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했다. 장로교단 목사이자 사회복지사인 최영재 원장은 지난 1977년 소년원에 종교 지도를 다니다 비행청소년들과 인연을 맺은 뒤, 35년 넘게 이같은 사역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 지도에 평생을 바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최 원장은 “아이들은 엄한 규율이나 제도로 잡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사랑으로 보살피며 가정이나 사회의 결핍을 극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불만이 가득찬 아이들에게 교육을 강요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선생들이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보살피면 이상하게 거칠고 반항적인 아이들이 말을 잘 듣기 시작한다. 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고칠 수 있듯 청소년들도 문제를 조기에 잡아주면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앙은 아이들에게 큰 사랑과 깨우침을 주며 스스로 원치 않는 것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운을 뗐다. 다음은 최영재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영재 원장은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신태진 기자
-학교 폭력의 양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폐단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는데 부모와 교사로부터 잘못된 지도와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이 분풀이로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보호자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 안에 보복심리가 확대되어 결국 학교 폭력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여러 상처들은 아이들을 절도, 강도, 폭행 등의 비행으로 이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모순적 구조에 있다.”

-사회의 모순적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생활 수준이 높아지니까 자연히 부모들은 맞벌이를 하게 된다. 부부가 같이 벌어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안에 홀로 방치되고 부모들은 보상심리에서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다. 그런 상황이 결국에는 아이들의 나쁜 버릇을 기르게 된다. 돈맛을 안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의 돈을 갈취하는가 하면 무리를 지어 특수절도를 하기도 한다. 또 주변에는 잘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 부모가 자신들의 문제도 해결 못하고 가정을 전쟁터로 만드니 아이들이 비행을 하는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인성교육은 뒷전이고 입시교육에만 매진한다. 나사로의 집을 방문한 판사들은 한결같이 여고에 온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수탁교육기관에 있는 아이들인지 집에 있는 아이들인지 모를 정도로 활발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보호자가 해주지 못한 보살핌을 주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도 방법이 달라져야 청소년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 폭력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청소년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지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청소년들을 지도해보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변화가 확실히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희생적인 교사들을 보내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결국 사회가 범죄와의 전쟁을 막는 길을 이 길밖에 없다. 한 문제아가 소년원을 들락날락하며 들어가는 세금이 어마어마하다. 한 달에 1백만원을 훨씬 넘는다. 돈이나 관심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불량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센터를 만들어도 그곳에서 일할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고 아이들을 향한 희생정신이 있는 교사가 많이 세워져야 하는데, 학교 선생들은 문제아 지도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똑같은 봉급 받고 굳이 어려운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도 선생이 없다고 난리다. 건전한 청소년들을 돌보는 제도만 무성한데, 그들은 그냥 놔둬도 건전하다. 문제아들이 폭행과 왕따로 비행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다. 당하는 아이들도 얼마 지나면 똑같이 따라한다. 마치 구제역 퍼지듯 막 퍼져나가는 것이다. 세상 전염병이나 구제역은 난리라도 치지만 청소년 문제로 사회가 범죄화되는 것은 백신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과 상처를 같이 아파하고 함께 뒹구는 분위기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바람직한 청소년 지도기관의 모델이 있다면.

“청소년복지시설은 많지만 그저 제도의 틀에 박혀 아이들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에서 세운 기관들도 많이 있지만 신앙이 하나의 형식이 되어 버렸다. 그저 한 주에 예배·미사 몇 번 드리는 것이 전부이다. 종교가 아닌 종교 안에 담겨 있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다. 나사로의집이 성령의 체험을 가지고 사랑을 전달하는 기관이 되길 소원한다.

요즘 장애인·노인복지시설은 어마어마하게 잘 지어놨다. 실내에 수영장, 헬스장, 영화관을 비롯 없는 것이 없다. 그런데 청소년지도시설은 학교나 공장처럼 짓고 있다. 문화·체육시설 다 갖춰져 있는, 호텔 못지 않은 청소년지도시설을 만들고 싶다. 학생들에게 온갖 편의를 제공하고 교사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그곳에서 바르게 인도될 학생은 10명 중 8명은 넘을 것이다. 100억이 들더라도 청소년들에게 천국 같은 곳을 만들어주고 싶다. 청소년들이 향후 사회에 이바지할 것을 생각한다면 호텔 짓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20년이 넘은 나사로의 집 시설을 볼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다. 그나마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니 감사하다. 판사들이 소년원에 갈 만한 불량학생들을 믿고 보내는 경우도 많다.”

-비행청소년들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지도하고 있는가.

“상처투성이의 포악한 아이들을 사람 만드는 것은 절대 사람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다. 반석과 같은 신앙을 갖춘 아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바이러스의 역할을 감당한다. 불우한 환경에서 신앙의 기적을 통해 새 삶을 살게 된 아이들은 남을 위해 살지만,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성경 안 보고 기도 안 하면 육의 힘 때문에 바르게 될 수 없다고 습관적으로 말한다. 수요일 저녁에는 아이들과 함께 인근 군부대에 가서 예배도 드린다. 안타까운 것은 신앙을 통해 좋은 습관을 갖추려면 3~5년은 걸리는데, 6개월이면 나간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14명이 자원해서 연기하고 있고, 3명은 자기 집처럼 살며 헌신하겠다고 말한다. 장래 꿈을 물으니 대부분 사회복지사를 하겠다고 말하더라.”

-한국교회가 청소년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하길 바라나.

“현재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한국 기독교인 전체가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먹고 살 만하고 양적인 성장만을 지향하니 이상하게 맛 잃은 교회가 됐다. 한국이 GDP 2만달러를 넘으니 교인들은 자기 기도도 하지 않는다. 기도가 아니면 마귀의 역사를 이길 길이 없다. 아이들이 마귀의 손 안에서, 범죄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독교인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기도해야 한다. 지금 청소년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 교회가 몇이나 있는가. 비행청소년 말하면 교회 나오지 않는 교인도 많고 쫓겨나는 목회자도 많다.

이곳에서 사역한지 30년이 넘었는데 국회의원은 한 명도 안 왔다. 내가 오죽하면 투표권을 10살부터 주라고 했다. 말로만 청소년들이 중요하다고 하지 투표권 있는 사람들한테만 가서 생색 낸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안오니까 교회 지도자들도 오지 않는다. 대학 교수들도 외국의 사례만 공부해서 사정을 잘 모른다. 나는 40여년 동안 출퇴근한 적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살며 깊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교회가 아니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소년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제일 먼저 문 닫는 것이 교회다. 한국교회가 이것을 빨리 깨달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사로의 집은 사회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오로지 성령의 역사로만 되는 것이다. 나사로의 집이 비행청소년 문제를 해결한다면 교회가 맛을 잃어 많은 사람들에게 밝히고 외면당하는 수치를 회복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문제는 영적싸움의 백마고지이다. 백마고지를 탈환하고자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김일성은 그곳을 뺏기고 몇날며칠을 울었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원불교, 천주교, 불교는 청소년들을 잡으려고 난리를 치고 있다. 교회가 제 역할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교회가 청소년문제를 해결해서 사회를 살리기를 기대한다.”

최영재 원장은 지난 1993년에 경기도 양주시 남면에 ‘나사로 청소년의 집’을 세워 법원으로부터 ‘소년원 6호처분(단기 소년원 송치)’을 받은 아이들을 보살펴왔다. 2005년부터는 여자 청소년 보호시설로 전환, 현재 최원장 외에 15명의 교사들이 교대 근무하며 40명 안팎의 청소년들을 교육하며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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