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크리스천 아닌 그냥 교회 다니는 사람 많아"

9일 오전 아현감리교회에서 '2015 에큐메니칼정책협의회' 열려; 김동춘 교수, 한국교회 문제점 타파할 한국적 신학이론 필요성 제기
▲9일 아현감리교회에서 '2015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현감리교회에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라는 주제로 '2015 에큐메니칼정책협의회'를 열며, 위기 상황에 처한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협의회는 개회예배 후,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가 주제강연을 전했다. 김 교수는 '사회학의 시선으로 본 한국교회, 그 문제점'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한국 기독교인들이 신학에 거의 관심이 없다"며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교세가 확대된 한국 기독교에 독자적인 신학 이론과 세계적 신학자 한 사람 없다는 것은 참 기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들에게 기독교는 우선 힘든 현실에서의 탈출 통로였다.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크리스천이라기보다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면서 "한국 기독교를 정치적 독재, 경제적 부조리, 사회적 부정의, 도덕적 타락, 급속한 도시화에서 오는 정신적 공허함의 보충제, 내면성의 허함을 신에게 의탁함으로써 충족시키려고 했을 뿐"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가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 초기에는 해방적 요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역할을 하는 교회나 목회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류 기독교는 그런 모습과 많이 멀어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독교가 미국의 종교라는 점이 민중들에게 호감을 준 매우 중요한 이유였다. 교회는 서구화의 첨병이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의 종교이고 중요한 지도자들이 믿는 종교인 기독교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한국 기독교가 미국과 서구 추종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쟁 후의 한국 개신교 교회는 친미반공의 분단국가 권력에 가장 잘 적응하고 또 그러한 국가체제와 밀착된 근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세력에 의해 주도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권력과 유착한 점도 많았고, 분단의 특수성 아래 반공질서도 한국 기독교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는 불교, 유교 등 다른 종교와 달리 국가와 마찰을 일으키기보다는 전면적으로 결합됐기 때문에 한국은 사실상의 기독교 국가로 변해갔다"며 "개신교 지도자들은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국가의 반공주의 정책에 대해 거의 맹목적인 지지를 했고 교회는 새로운 권력과 지위에 접근하는 중요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분단 반공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라진 각종 지역 직능 사회조직과 연결망을 대체하는 지역사회의 거점이 됐다"며 "씨족질서 붕괴 이후 직업집단의 형성이 지지부진한 사회에서 단절된 사회관계를 연결해주는 사회적 네트워크 역할을 교회가 했다"고 설명했다.

▲'2015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   ©이동윤 기자

김 교수는 한국교회의 민낯을 공개한 후, 개혁의 방향으로 먼저 신학사상의 수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목표지상주의·물량주의·서구추종주의 등 잘못된 방향을 갈 때 이것을 교정할 정신적·사상적 구심점이 없다"며 "내면성을 추구하며 사회적 영성을 만들어내고, 신분적 평등과 재화의 공평한 분배 등 인륜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신학사상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의 추구 ▲사회적 공헌 ▲시민교육과 평화교육 ▲화해사업도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후, 협의회는 패널 발제와 현장의 소리, 분과 및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N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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