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우리는 정말 잊지 않았나

사건·사고
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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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295명에 1년 동안 찾지 못한 실종자수 9명'. '전대미문'의 해난사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 1년을 맞았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며 숱한 재난·안전사고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 크고 작은 재난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숱한 대책들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전동차 2대가 추돌해 388명이 부상을 당했고, 지난 2월11일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치는 등 대형사고가 잇달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오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도 1년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인력 DB없는 한국, 인력낭비

우리나라는 미국의 재난관리체계를 답습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안돼 있어 민간인들이 너나 할것 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자원봉사자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범정부대책본부가 해체된 11월 20일까지 진도와 안산지역에는 전국에서 모인 봉사단체 6902개, 자원봉사자 5만145명이 찾아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무료급식소 등을 운영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색종료를 선언한 지난해 11월11일까지 민·관 합동잠수인력은 6304명이 동원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간 잠수사들은 정부가 안전성과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투입되지 못했다.

결국 정부의 부실한 인력운용은 골든타임을 놓쳐 희생자를 늘리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수색작업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중에는 2명이 사망하고 수십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자원봉사자 역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줄줄이 쓰러졌다.

정부는 뒤늦게 잠수사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며 응급전문의와 응급구조사 등 10여명을 배치했고, 재난심리지원시스템 구축 방안을 내놓는 등 수습에 급급했다.

배천직 한국정책포럼 전략위원장은 "사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나 구조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경우 사고에 휘말리기도 한다"며 "해당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평시부터 교육해 대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당시 80여명의 진도 주민들이 구조작업에 나서 수많은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진도해양경비안전센터와 힘을 모아 '자율구조대'를 만들어 해양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재난인력시스템은 예비군과 지역고용 등 두 종류로 나뉘며 재난발생시 일정 급여를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특히 예비군은 재난 발생시 최대 24개월 동안 연방재난관리청(FEMA) 직원 역할을 대행한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육·해·공 예비역 활용이다. 예비군·민방위 훈련 때 일정 시간을 할애해 재난·안전 교육을 받고 비상시 구조·구호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 위원장은 "군대의 존재 이유는 결국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국가 안보만큼 재난·안전 대비도 중요하다"며 "민방위 훈련 때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시청각 교육을 받을 바엔 재난·안전 실습을 받는 것이 어떤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먹는 하마' 의용소방대

우리나라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9만5000명에 달하는 의용소방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의용소방대 교재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출동수당은 소방관 1호봉 봉급월액을 30으로 나눈 금액으로 1회 출동 시 2만24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비면제(30~50%), 훈·포장제, 자녀 장학금지급, 피복지급, 산업시찰 및 행정참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2013년 한해 각 지자체에서 의용소방대에 쓴 예산은 출동수당 380억원, 자녀 장학금 63억원, 피복비 48억원, 해외연수 및 각종 행사 지원 100억원 등 총 620억원에 이른다.

의용소방대는 소방업무의 보조역할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각종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정작 화재현장에서의 활약상은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다.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그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은 우리가 지킨다'라는 의식이 무척 강하다. 이에 기초해 반상회·자치회 등의 규모로 자주방재조직을 설치·운영한다. 2011년 4월 기준, 14만6369단체에서 약 3798만명의 주민이 활동 중이다.

일본의 자주방재조직은 평시에 방재지식 보급·지역 재해 위험장소 파악·방재훈련·화기사용·설비기구 등 점검·방재 기자재 비축과 점검을 하고, 비상시 재해정보 수집 및 전달·초기진화·피난유도·피해주민 구출 및 구호·급식 등의 활동을 한다.

배 위원장은 "일본의 자주방재조직은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의 별다른 지원없이도 자발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충당해 운영한다"며 "우리나라도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는데 그 불꽃이 지금은 꺼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학교 재난안전교육 年 6시간...유인물 교육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장, 어린이집 원장, 유치원장, 초·중·고교장은 아동안전에 대해 연간 44시간 이상의 5대 의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중 재난대비안전교육은 연간 6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화재와 자연재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초등학교에서는 화재의 원인과 예방, 대처법. 화재신고요령, 화상대처법, 소화기 사용법, 자연재난의 개념과 안전한 행동알기 등을 배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화재의 원인과 예방법, 화재시 대처법, 소방기구 사용법, 자연·인적재난 발생시 행동요령, 재난안전시스템 활용법 등을 익힌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재난대비안전교육을 수업 과목으로 지정해주면 모를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서 "원래는 실습 또는 현장학습, 전문가 또는 담당자 강의, 시청각 교육 등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대부분 유인물로 대체된다"고 토로했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영·유아기, 청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연령층별로 나눠 필요한 안전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배 위원장은 "각 지역에서 국민안전처의 정책을 따라갈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서울 뿐 아니라 땅끝 마을 해남에서도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노력하고 국민안전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이 재난으로부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제대로 이행되기를 대다수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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