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 해에는 유명 목회자들의 윤리 문제와 교계의 내홍 등 한국교회에 있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변함없이 희망의 새해는 솟아올랐고, 교회는 여전히 이 사회의 주춧돌과 기둥으로서 사명을 요청받고 있다.

2012년은 교회적으로는 한국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이자 2013년 WCC(세계교회협의회) 및 2014년 WEA(세계복음연맹) 총회 등을 준비하고, 사회적으로는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둔 중차대한 해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신년을 맞아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와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원로)를 각각 만나, 지난 한 해를 평가하고 새해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들었다. 다음은 이종윤 목사와의 대담.

[대담=류재광 편집국장, 정리·사진=김진영 부장]

 

-2011년 한 해가 가고 2012년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국교회의 한 해를 회고·평가하고 다가올 한 해의 목표와 과제를 꼽으신다면.

“1년 365일 중에는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도 있지만, 구름 끼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영광스러운 일에, 또 어떤 사람은 욕된 일에 너무 사로잡혀서 평생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요. 그러나 우리는 새해를 맞으며 이사야 선지자가 외쳤듯이 옛적 일을 모두 잊고 하나님께서 보이시는 새 길을 향해서 달려가야 합니다. 그 달려가야 할 목표와 비전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2012년 한국교회에 보여주시는 비전을 세 가지로 정리해 봤어요. 첫째는 ‘세계 복음화’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대명령이며 참으로 중요한 말입니다. 특히 2013년에는 WCC, 2014년에는 WEA라는 기독교에서 가장 큰 두 국제기구가 한국에 옵니다. 한국교회가 단순히 장소 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세계 기독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복음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교회의 천국화’입니다. 지금 교회가 지옥화되고 있어요. 왜인고 하니,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곳이 천국인데 사람이 교회를 다스리기 때문입니다. 교회들이 제각기 자기 주장만 하고 자기가 왕이 되려 하니, ‘한국교회에는 교황이 5만명’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왕이신 그리스도가 다스리시도록 하면 분열도 해결되고 교회가 천국화됩니다. 세번째는 ‘문화의 기독교화’입니다. 교회가 문화를 기독교화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세속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비전으로 받고 하나님 앞에서 2012년 한 해를 달려가야 합니다.”

WCC와 WEA 대립할 이유 없어… 한국교회가 리드해야

-말씀하셨듯이 WCC와 WEA 총회가 잇따라 한국에서 열리는데, 이를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두 기구 모두 선교와 연합을 주장하니 서로 대립할 이유가 없습니다. 설령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한국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몇 달 전 제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기독교학술원 이름으로 WCC 본부에 몇 가지 질문을 보냈는데, WCC측에서는 무려 두 달 동안이나 매일 스탭 미팅을 가진 뒤에 자신들은 공산주의와 다원주의를 배격하며 2013년 총회 때 발표할 성명 작성에 한국교회 복음주의자들의 조언을 받겠다는 입장을 놀라울 정도로 정중하게 보내왔습니다. 한국교회가 영향력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이 현재 신학자 수도 선교사 수도 미국 다음인 세계 2위인데, 이제 세계를 리드해갈 때가 됐습니다. 한국기독교학술원에서는 최근 WEA와 WCC 양측에 각각 신학적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2명의 대표를 보내 2012년 10월에 ‘에반젤리칼과 에큐메니칼의 만남’을 주제로 한국에서 대화의 장을 갖자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WCC 울라프 트비트 총무에게서 이미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WEA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와도 개인적으로 매우 친분이 두터운만큼 좋은 자리가 마련되리라 기대합니다.”

칼빈의 신학·생활·예배 개혁, 오늘날에도 절실
장로교회 어수선한 이유, ‘신학의 본질’ 놓쳐서

 

 

-칼빈을 기념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계십니다. 칼빈과 조만간 500주년을 맞는 종교개혁이 이 시대 한국교회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칼빈의 종교 개혁이 갖는 의미는 세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신학(교리) 개혁’, 행위 구원을 믿음 구원으로 돌이킨 것입니다. 두번째는 ‘생활 개혁’, 엄청나게 타락했던 당시 수도원을 개혁한 것입니다. 세번째가 ‘예배 개혁’, 그전까지 제사나 다를 바 없던 미사를 예배로 바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개혁의 핵심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도 너무 성경에서 멀리 떨어졌어요. 예배 자체도 비성경적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헌금의 상당 부분도 유지비로 나가지요. 성장을 위해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고. 윤리적·도덕적 문제도 너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는 칼빈과 종교개혁의 정신을 회복하여, 성경으로 돌아가서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이것이 꼭 필요해요. 개혁 없이는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목사님께서 대표회장으로 있으신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습니까?

“발대식을 2011년 8월에 했고, 2011년에는 행사를 열기에 앞서 ‘목회자 윤리실천강령’을 발표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2016년까지 매년 2차례씩 세미나를 열어서 종교개혁과 정치·경제·교육·문화를 비롯해 신학적 주제를 다룰 계획입니다. 칼빈이 만든 교회의 장로 제도는 대의정치와 민주주의의 효시가 됐고, 이자 제도 수립, 상공업 장려, 교육 강조, 구제헌금 등은 오늘날 자본주의와 복지제도의 효시가 됐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칼빈의 엄청난 영향력을 조명해 보려 합니다. 또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종교개혁에 대한 명저 100권 정도를 번역하고, 한국 신학자들의 논문도 출판할 겁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도 잘 게재해서 어느 누구나 쉽게 개혁주의 신학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들이 어수선한 이유 중 하나가 신학의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로교 신학은 개혁주의인데 침례교·성결교·감리교·오순절 등의 신학과 혼합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념사업을 통해 개혁주의 신학을 아주 확고하게 하면 한국교회가 하나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말씀 중에 언급하신 ‘목회자 윤리실천강령 10개 조항’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해 주십시오.

“강령 앞부분에 ‘종교개혁 정신에 입각한’이라는 말을 넣었어요. 목회자 개혁이 교회 개혁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목회자들이 종교개혁 정신을 상실하고 CEO화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권력과, 돈과, 세상적 향락과 야합하니 맛 잃은 소금이요 빛 잃은 등대가 되고 세상의 조롱을 받고 있어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종교개혁의 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합니다. ”

장자교단은 더 차지하려 말고 양보하며 본을 보여야
한장총 ‘한교단 다체제’, 연합의 아름다운 모델 될 것

-2012년 총회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한국 장로교의 현실을 진단해 주십시오. 한국 장로교회들이 감당해야 할 대사회적 대교회적 책임이 있다면.

“100주년이라는 수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먼저는 성숙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소위 ‘장자교단’이라 하는 교단 관계자분들을 만나면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장자라는 게 뭐냐, 동생들에게 본을 보이고 양보할 뿐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크니까 더 차지하겠다고만 하는 건 장자가 아니에요. 장자교단들이 유아기적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서 다른 교단들을 이끌어주고,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한장총 대표회장 시절 제안하셨던 ‘한(1)교단 다체제’의 경과는 어떠한지요. 장로교단들 내에서의 분열의 소리는 오히려 더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만.

“한국교회가 영향력을 미치려면 먼저 해결할 것이 있습니다. 원죄에요. 교단 분열은 한국교회의 원죄입니다. 특정 몇몇 인물이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유럽을 떠나셨고 미국도 버리셨다고 봅니다. 동성애자가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에 판치는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리 없어요. 그러면 일본이겠습니까 아프리카겠습니까. 결국 한국을 들어 쓰시게 돼 있습니다. 그러자면 한국교회가 연합해서 한 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교회 중 75%가 장로교회인데 이것이 250여 교단으로 갈라졌습니다. 연합이 급선무에요. 성경적으로 보면 고린도교회에 아볼로파, 게바파, 바울파가 있었는데 그 중에 아볼로는 누구인고 하니 성령을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교회에서 형제로서 서로 협력하다가 나중에 성령에 대해 배우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의 의미는 우리가 서로 신학이 다를 수 있어도 연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봐도 하나님은 삼위시면서 일체이시고, 예수님도 신이시면서 인간이시라는 것은 오묘한 연합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초기 한국 장로교를 개척한 4개 장로교단이 연합 장로교단을 만들었습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4개 장로교단이 정기총회 도중 연합예배를 드릴 때 성찬식은 여자 장로 문제로 하지 못했는데, 한장총에서는 이미 몇 년째 ‘장로교의 날’마다 모든 회원교단이 성찬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칼빈도 예배와 성례식이 같으면 하나라고 했지,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았어요. 연합을 이루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으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한장총에서는 이 일을 오랫동안 준비해왔습니다. 2000년 장로교정체성회복위원회와 2001년 장로교신학회를 조직해서 고신부터 기장까지 모든 학자들이 다 참여해 연구해왔고, 거기서 칼빈의 탄생일을 ‘장로교의 날’을 제시해서 2009년 첫해 행사 때 모든 회원교단장들이 얼싸안고 교회 분열의 죄가 우리 모두의 죄임을 통회하고 연합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저는 이 퍼포먼스가 사람의 능력이나 계획으로 된 것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하나되게 하셨습니다.

그 다음해인 2010년에 한(1)교단 다체제를 제안했는데 설명을 듣는 이들마다 ‘아멘’ 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한(1)교단 다체제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선(先) 선언 후(後) 조직을 하자는 다짐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제 각 교단별로 헌법 기초위원을 파송하도록 해서, 이미 장로교의 기본 신앙고백으로 활용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기초로 공통의 신앙고백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9월 총회를 가급적 다 서울에서 열도록 해서 한 자리에서 개회예배를 드린 뒤 제각각 총회를 진행하도록 하려 합니다.

연합은 첫째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둘째는 예수님의 소원이고, 셋째는 성령께서 이루시는데 그걸 왜 하지 않습니까. 그 죄는 누가 질 겁니까. 한(1)교단 다체제는 다체제를 가지면서도 연합하는, 아주 아름다운 모델이 될 것입니다.”

-이제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신지 1년이 지났습니다. 바람직한 목회 리더십 계승과 은퇴 이후의 사역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저는 늘 그렇게 생각해요. 계주를 하는데 다음 주자에게 배턴을 넘기고 나면 멈춰서야지, 다음 주자와 같이 뛰면 그것은 방해꾼입니다. 배턴을 넘겼으면 그저 응원만 하면 됩니다. 다 내려놓는 거에요. 개인적으로는 시무하던 서울교회에 가는 것도, 여러 교회를 전전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제 제자가 담임하고 있는 작은 교회에서 섬기고 있습니다. 제게 주일 대예배 설교를 해달라고 하는데 그것은 거절하고, 다만 부교역자도 없이 모든 일을 하느라 힘들다면 저녁예배는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작은 교회를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은퇴 목회자들의 생활 대책이 너무 부재합니다. 한국교회가 속히 풀어야 할 과제에요.”

-마지막으로 신년을 맞아 한국교회 성도들과 목회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고린도전서 11장 1절을 보면 바울이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 합니다. 제가 50년 전 이 구절을 읽을 때는 바울에게 큰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얼마나 훌륭했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신학을 공부하고 다시 묵상해보니 그 의미가 달리 보였습니다. 바울은 자신을 본받으라고 한 것이 아니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신 예수를 자신이 본받은 것처럼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성도가 되라는 권면을 한 것입니다. 우리 모든 성도들과 교회들이 자신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한 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종윤 목사는

연세대 및 동 대학원(B.Th, M.Th)을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M.Div),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대학교(Ph.D., 신약신학), 독일 튜빙겐대학교, 이스라엘 탄투어신학연구원, 장로회신학대학교(D.D.),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D.D.) 등지에서 수학·연구했다. 이후 아신대 교수, 아세아신학연맹(ATA) 이사 및 신학교 인준위원, 전주대 총장,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F) 교회갱신위원장, 한국기독교교도소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및 이사장, 주기도․사도신경 새번역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 은퇴 직전까지 아시아로잔위원회 의장, 한국로잔위원회 의장, 한국장로교신학회장, 한국군선교신학회장, 비전2020운동 위원장, 한기총 신학연구위원장, 총회창립 100주년기념 표준주석편찬위원장, 한국기독교학술원 이사 및 원장, 한국교회갱신연구원(KIMCHI) 원장, 한국기독교문화진흥원 이사장, 존 칼빈 탄생 500주년기념사업회 대표회장, 한장총 대표회장 등도 맡아왔다. 특히 한장총에서는 1교단 다체제를 제안하고, ‘장로교의 날’을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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