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한국에서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가 있다. '국제시장'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함흥 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두시간 정도로 표현한 영화다. 영화는 전쟁, 가난, 이산 가족의 아픔 등을 드러내고 있다.
덕수는 함흥에서 미군 수송선을 타는 과정에서 이산가족이 된다. 부산에 삶의 터전을 잡은 덕수는 남은 다섯식구의 가장으로 고군분투하며 산다. 먹고 살기 위 해 서독에서 광부생활을 하고, 여동생의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월남으로 건나가 전쟁 속에서 일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죽음을 넘나드는 역경을 온몸으로 경 험하게 된다.
덕수가 예닐곱 살의 나이로 시작된 영화는 일흔을 훌쩍 뛰어넘은 노인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덕수는 흥남에서 피난선을 타기 직전 헤어진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며 독백한다. "아부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 예. 그런데 말입니더... 저 진짜 힘 들었거든예."
1930, 40년대에 태어나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맞닥드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온 세대의 삶은 그리도 절박했던 것 같다. 힘든 인생이 가져다 준 트라우마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자녀세대는 아버지의 고집스러운 행동을 괴팍스러운 노인네의 생각없는 행동으로 여기나... 덕수의 행동 속에는 파란만장한 삶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덕수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덕수의 숨겨진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힘든 풍파를 자식이 아닌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인기라." 어릴 적 인생의 황혼기에 훌쩍 접어든 노인들을 바라보며 '연약함'을 떠올렸다. 그러나 어느덧 인생의 연륜을 언급할 정도의 나이를 먹고 보니 인생 황혼녘을 통과하는 노인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 나이에 접어들기까지 경험 했을 아픔, 슬픔, 고통, 그리고 눈물 이 얼만큼 많았을까? 인생사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터인데.
노인들의 얼굴에 패인 깊은 주름 은 인생허무의 표시가 아니라 역경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흔적임을 깨닫게 된다. 삶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살아보면, 경험하면 누구나 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의 행복, 자녀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자신 한 몸 희생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솔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통해서 인생 파노라마를 접한다. 훌쩍 펼쳐진 인생 파노라마를 들여다 보노라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두가지 요 소를 발견하게 된다. 목적의 발견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선이 바 로 그것이다. 그저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다. 목적을 품는 것이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의 성취 를 위한 최선이 인생을 인생답게 만드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는 것이 아름다운 것 이다. 쭉 펼쳐진 인생 파노라마 속 에서 인생의 의미가 발견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연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어진 인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역사 의 창조 작업이다. 인생의 파노라마를 접하며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인생의 목적을 재조명해 본다. 주어진 순간의 의미도 되새겨 본다. 인생 말년에 이르게 된다면 나의 아버지 되신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하고 싶다. "하나님 아버지, 지금까지 진짜 힘들게 살아왔거든요. 하지만 하나님 아버지....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글ㅣ김지성 목사(LA 글로발선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