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신발 끈 풀 자격도 없는 자 되어 빛을 증거하다

목회·신학
편집부 기자
▲Baptism Stained glass window detail, Mountfield church

1. 오늘의 말씀 : 요 1:19-28
19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네가 누구냐 물을 때에 요한의 증언이 이러하니라
20 요한이 드러내어 말하고 숨기지 아니하니 드러내어 하는 말이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한대
21 또 묻되 그러면 누구냐 네가 엘리야냐 이르되 나는 아니라 또 묻되 네가 그 선지자냐 대답하되 아니라
22 또 말하되 누구냐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하게 하라 너는 네게 대하여 무엇이라 하느냐
23 이르되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하니라
24 그들은 바리새인들이 보낸 자라
25 또 물어 이르되 네가 만일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세례를 베푸느냐
26 요한이 대답하되 나는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너희 가운데 너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섰으니
27 곧 내 뒤에 오시는 그이라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하더라
28 이 일은 요한이 세례 베풀던 곳 요단 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일어난 일이니라

2. 시작 기도
자비로우신 아버지! 육체의 고단함이 나를 짓눌러 밤새 뒤척거렸습니다.
물들이 영혼까지 흘러 들어와 낙심되오나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나이다
사모함으로 말씀을 듣는 이들을 떠올리니 깨어 일어나 주 앞으로 달려갑니다.
주의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고 내 영혼을 소생시켜 주소서.
내 영혼을 보혈로 씻어주시고 내 몸을 맑은 물로 씻어주사 참 마음과 온전한 믿음으로 당신께 나아갑니다.
새 영과 새 마음으로 빚어주사 진리의 영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솟아나는 샘물로 영생으로 이끄사 은혜 위에 은혜를 더하소서.
주의 인자와 긍휼은 무궁하오며 이 새벽에도 새롭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3. 본문 주해
요한복음은 태초의 그리스도를 증거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창세전 태초로부터 계셨다.
하나님은 자기 속에 있는 생명을 아들에게 주셨고 아들 안에 생명이 있었다.
그는 만물의 창조주인 로고스(말씀)로 현존하셨고 성부 하나님과 함께 하셨다.
아들 안에 있는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다.
세례 요한은 이 빛에 대하여 증거하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자이다.
그는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증거하였다.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그가 나보다 먼저 계셨기 때문이다"(1:15).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파송한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요한에게 와서 '네가 누구냐?'고 물었다(19절).
요한은 부인하지 않고 고백하기를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20절).
그러자 그들은 다시 요한에게 '네가 엘리야이냐?'라고 물었고 요한은 '아니다'라고 하였다(21절).
그러자 그 사람들이 다시 묻기를 '네가 그 선지자이냐?'라고 물었고, 요한은 역시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21절).
그러나 그들은 또 요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네가 누구냐? 우리는 우리를 보낸 사람들에게 보고해야 한다"(22절).
이에 요한은 이사야 선지자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이다"(23절).
그들 중 바리새인이 보낸 사람이 요한에게 다시 물었다(24절).
"네가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선지자도 아닌데 어찌하여 세례를 주느냐?"(25절).
이에 요한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베푸나 너희 가운데 너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내 뒤에 오시나 나는 그의 신발끈 풀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26-27절).
이 모든 일은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일어난 일이다(28절).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치는 빛이 있었다.
그는 창세전 태초에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빛)이시며(히 1:3),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이시며(고후 4:6), 영광의 복음의 광채(빛)로서 그리스도이시다(고후 4:4).
빛이 비추어진 자, 곧 창세전부터 기원한 이 복음을 믿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으며, 그는 하나님이 아들을 사랑하사 그에게 주신 영광에 참여한다(요 17:24).

그러나 어둠에 속한 자는 이 빛을 깨닫지 못하고 그렇다고 이 빛을 이기지도 못한다.
빛이 각 사람에게 비추나 세상은 그를 알지 못하고 그를 영접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도리어 빛에 대하여 증거하는 요한을 주목하며 감찰한다.
예루살렘에 있는 유다교 당국(유대인들)은 요한을 심문하기 위해 제사장과 레위인을 대표단으로 보낸다.
요한복음에서 '유대인들'은 예수와 세례요한에게 대항하고 있는 유대교와 그 당국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있으며 예수에 대한 그들의 적대감은 갈수록 고조된다.
그들은 율법의 문자를 수호하고(5:16), 예수의 권위와 그의 메시아적 지위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9:22).
자신들의 참된 왕을 거부하며 결과적으로 하나님 백성으로서 그들 자신의 신분을 부인한다(19:14-15).
한편 여기 유대인들은 종교적 관점에서는 '세상'을 대표한다.
곧 빛이 비추나 그 빛을 알지 못하고 영접하지 않은 이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들이 파견한 제사장과 레위인들은 정결예법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이들을 대표단으로 파견한 것은 요한의 세례가 정결의식을 위배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요한은 그들의 심문 앞에서 부인하지 않고 고백하며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심문이 계속되자 그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 선지자'는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구원하러 오는 새로운 예언자를 뜻한다.
외경 마카비서는 신실한 예언자를 고대하며(마카비상 4:46), 에즈라서는 이사야와 예레미야가 다시 올 것을 증거하고 있다(4에즈라 2:18).
요한은 자기는 이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한다.
그는 다만 이사야가 예언한대로 주의 길을 곧게 하는 광야의 외치는 소리일 뿐이다.
그는 이미 알려져 있는 어떤 인물도 아니며, 오기로 된 인물도 결코 아니다.
다만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헬, 포네)일 뿐이다.
그가 자신을 '소리'(포네)라고 말한 것은 '말씀'(로고스)과 대조하기 위함이다(오스카 쿨만).
이로써 요한은 유대인들이 인정한 유일한 권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들은 요한의 세례를 따져 묻는다.
다시 말해 공적인 권한도 없으면서 세례를 주는 공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가를 묻는다.
이에 요한은 그의 세례는 그리스도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물세례임을 밝힌다(33-34절 참고).
그가 세례를 주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그 그리스도는 지금 그들 가운데 있으나 그들이 알지 못하는 한 사람으로 서 계시다.
계시자는 계시자 자신이 알려지기를 원할 때에만 알 수 있는 법이다.
요한의 뒤에 오시는 그리스도, 요한은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는 자라고 말한다.
신발 끈을 풀어주는 일은 노예들이 전담했던 비천한 일이었다.
당시 제자들은 랍비(선생)의 모든 일을 수종 들어야 하는데, 신발 끈을 푸는 일에서는 제외되었다.
유대 당국자들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 자들이다.
빛이 비추나 깨닫지 못하고 이기지도 못한 자들이다.
그래서 그 빛을 증거하는 요한에게 나와 그에게 시비하며 그를 심문한다.
그런데 요한은 누구인가? 그는 빛도 아니요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선지자도 아니다.
다만 주의 길을 곧게 하는 광야의 '소리'에 불과하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며(1:34), 위로부터 오신 분이며 만물 위에 계시는 분임을 알았다(3:31).
그러니 어찌 그의 신발끈 풀 자격이라도 있겠는가 말이다.
빛 되신 그리스도 앞에 그 빛을 전하는 자는 차마 감당치 못하는 비천한 자로 규정된다.
이 같은 요한이 자기인식은 모든 시대 영광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의 자기 인식이 된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전하는 사도였다(고후 4;6).
그의 사도직은 '보배'이나 사도 자신은 '질그릇'이라고 하였다(고후 4:7).
그의 실존과 상황은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였고, 답답한 일을 당하였고, 박해를 받았으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였다(고후 4:8-9).
사망의 세력이 그치지 않으며 그에게 역사하였다(고후 4:12).
그는 하나님의 영광의 아는 '빛'을 전하나 그의 실존은 '어둠'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빛(복음)을 증거하는 능력이 된다.
이는 그가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겨짐으로써 예수의 생명이 그에게 나타나기 때문이다(고후 4:11).
그 능력으로 인해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나 싸이지 아니하고, 답답한 일을 당하나 낙심하지 아니하고, 박해를 받으나 버린바 되지 아니하고, 거꾸러뜨림을 당하나 망하지 아니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도된 자들을 아레나에서 죽이기로 작정하여 끄트머리에 끌려오는 포로들의 자리에 두신다(고전 4:9).
그래서 세상 사람의 구경거리로 삼으신다.
한편 빛이 비추나 깨닫지 못하고 끄지도 못하는 이들은 빛을 증거하는 자를 주목한다.
그에게 시비하며 그가 누구인지를 심문하고 추궁한다.
종교기득권 세력들은 이 빛을 거부할 뿐 아니라 그 빛을 제거하기를 시도한다.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는 결국 그들에게 고난을 당하시고 죽임을 당하셨다.
하지만 빛 되신 그는 다시 살아나셔서 어둠을 물리치시고 승리하셨다.

4. 나의 묵상
어제 이틀째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 복음을 전하였다.
교회 성도들은 물론 현지 선교사들도 다수 참석하여 생명의 말씀 앞에 자신을 드리고 있다.
어제는 첫날의 힘겨움을 넘어 대다수가 생명의 말씀에 사로잡히는 성령의 역사가 있었다.
종일 말씀을 전하고 저녁에 교제까지 해서인지 밤새 몸을 가눌 수 없이 신음하였다.
눈을 뜨자마자 사모하며 말씀을 듣던 이들이 한명 한명 떠올랐다.
아침마다 성실하심으로 찾아오시는 주의 손에 이끌려 말씀 앞으로 나아갔다.
빛을 증거하는 요한의 자기인식 앞에 나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요 그를 증거하는 자이다.
나는 빛이 아니요 빛을 증거하는 자이다.
나는 말씀(로고스)이 아니요 소리(포네)이다.
나는 복음이 아니요 다만 복음을 전하는 자이다.
아, 어찌 감히 태초부터 영광중에 계신 그리스도를 전하겠는가?
만물 위에 계신 그 분, 위로부터 오신 그 분 앞에서 나는 티끌과 재가 된다.
진실로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는 비천한 자이다.
그런데 어찌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주목하게 하겠는가?
자고함의 본성은 내 안에 가득하나 두려움 가득해 그 죄를 십자가에 못박는다.
자고함과 자기주장 의지를 십자가에 못박는다.
나의 나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수고해도 내가 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외치고 외친다. 나는 빛이 아니요 소리이다.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는 자 되어, 빛 되신 그리스도를 증거한다.
어둠의 실존과 상황을 향유한다.
사방으로 욱여 싸이는 것, 답답한 것, 박해, 거꾸러뜨림을 당하는 사도적 고난을 즐거이 받아들인다.
이는 내가 예수의 죽음에 넘겨져 예수 생명으로 말미암아 빛되신 그리스도가 온전히 증거되기 때문이다.
아, 오늘도 사망은 내 안에 역사하고 생명은 저들 가운데에서 역사한다.

5. 묵상 기도
아버지...
어둠에 속한 자에게 빛을 비추어주셨습니다.
복음으로 창세전 아버지와 아들의 영광을 보게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빛을 전하는 자로 삼으셨나이다.
그런데 그 빛을 전하는 자가 대체 누구입니까?
수시로 나의 정체성을 망실하며 자고한 자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아버지여...
나는 빛이 아닙니다. 빛을 증거하는 자입니다.
나는 말씀이 아닙니다. 소리에 불과합니다.
나는 복음이 아닙니다. 복음의 나팔에 불과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그를 증거하는 자에 불과합니다.
아버지...
창세전부터 영광중에 계신 주를 보니 티끌과 재같이 되어 엎드립니다.
감히 그 영광을 전하니, 나는 신발 끈 풀기에도 자격이 없나이다.
내가 무엇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자고함을 멸하여 주소서.
자기주장 의지를 멸하사 성령으로 행하게 하소서.
더 많이 수고해도 내가 한 것이 아니오니, 나를 감추사 주만 드러나게 하소서.
오늘 전파될 복음과 생명의 말씀을 친히 증거하시고 저들을 당신께로 인도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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