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형태의 교차로에 차량 유도선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도로가 사고 위험성이 급격히 높은 곳이 아니라면 지자체에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양은상 판사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강릉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양 판사는 "도로의 경우 설치·관리에 있어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로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하자가 있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고가 발생한 교차로 전후로 곡선의 반경이 급격하지 않고, 가로등이 설치돼 있는 등 도로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2년 12월19일 오전 1시45분께 혈중알코올 농도 0.265%의 만취 상태로 강릉시 교동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던 A씨는 옆 차로를 달리던 승용차와 사고를 냈다. 그런데 A씨는 차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고, 교차로를 통과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마주오던 택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가 사망하자 삼성화재는 택시기사의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1억9800여만원을 지급한 뒤 도로 관리 주체인 강릉시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삼성화재는 "사고가 발생한 교차로가 곡선인 변형 구조이기 때문에 차량이 이 교차로를 통과하다 중앙선을 넘을 위험성이 큰데도 교차로 내부에 유도선을 설치하지 않았고 교차로 끝 지점에 방호울타리도 설치하지 않았다"며 "도로의 설치·관리 하자와 A씨의 운전과실이 경합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릉시에도 30%의 책임이 있다"며 "이 책임 범위에 해당하는 금액 5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교차로 주변에서 중앙선 침범 사고가 없었고,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A씨가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라며 삼성화재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