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한국 개신교 선교 130돌이 되는 날입니다. 미 북장로교의 언더우드 선교사와 감리교의 아펜젤러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 바로 1885년 4월 5일이기 때문입니다. 130년 전 4월 5일도 오늘처럼 부활절이었습니다. 선교 초기, 어느 부활절 아침에 드린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가 눈물겹습니다. 그리고 그 절절한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놀랍습니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 땅에 저희들이 옮겨와 앉았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들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 줄 모르는 자들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은 속셈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으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받고 있사오나 저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올 것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오, 주여!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내가 아는 딱 한 가지 사실은 그곳에는 하나님을 모르는 2천만 명의 고귀한 생명이 있다는 것입니다>라며 25세의 청년 선교사로 130년 전 오늘 이 땅에 온몸을 던졌던 언더우드 선교사의 부활절 아침 기도가 이 시대 우리에게도 불같이 일어나 이 땅의 상처와 신음과 눈물과 고통을 보듬는 사랑의 큰 역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