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3장 20절을 표현한 성화(聖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떠올립니다.
상당히 밝은 분위기입니다. 은은한 조명 속에 꽃이 만발해있고 예수님 표정도 평온하십니다. 놀러 가자고 권유하기 위해 친구 집에 놀러 오신 듯합니다. 집 앞으로 조금만 더 걸어 나가면 벚꽃 휘날리는 여수 밤바다가 나올 것 같지요.
하지만 이 구절이 속해있는 문맥,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하신 말씀 분위기는 이것과 다릅니다. 예수님이 한밤중에 집 밖으로 쫓겨나신 후 새벽까지 모멸감에 떨고 계셨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지만 점점 안일해지면서 주님을 중심(中心) 모시는 것이 시들해지고 사실상 주님을 내쫓아버린 상황입니다. 스스로 윤택하다고 여기지만 화단에 꽃이 보여주는 것처럼 영적으로 피폐한 집이지요. 이 그림은 그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밤에 내쫓김을 당할 때 드는 비참함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 정서입니다. 누구나 겪고 싶지 않는 상황이고 그래서 누군가 부당하게 이런 일을 겪을 때 내 일처럼 격분하게 되지요.
대한항공 회항 사건을 증폭시킨 것은 바로 이 정서였습니다. 최근에 변호인단이 항소를 하면서 '조금 후진한 것은 항로 변경이 아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밤중에 소중한 일터인 비행기에서 쫓겨난 후 그것이 이륙하는 것을 이국 땅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끓어오르는 보편적 트라우마는 처리될 수 없습니다. 회항 사건의 본질은 '소외'입니다.
요한계시록 3:20은 이러한 소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내쫓기신 주님께서 "사랑하는 우리들에게"(19절 ) 주시는 회개의 촉구(19절)이자 회복의 기회입니다.
혹시 우리가 주님을 소외시키는 이러한 성도들 아닙니까? 사순절 기간에 세상 욕망의 잡음 속에서 이 말씀을 들으시길 기도합니다(22절).
글ㅣ신솔문 목사(전주갈릴리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제공
※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위 성서화에 대한 '성서화 전문가' 강정훈 교수님의 설명을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