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상임회장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이 수난절을 맞아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 희생과 헌신의 길을 걸어가자"는 주제로 논평을 발표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 희생과 헌신의 길을 걸어가자!
AD 30년 니산 15일(4월 7일) 이후 해마다 맞이하는 수난절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은 온갖 불법과 죄악으로 관영한 이 세상과 인류에게 한결같이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죽음이 불가능한 불멸(不滅)의 존재이신 하나님께서 몸소 사멸(死滅)의 몸을 취하시고 죽음의 세력에 자신을 내어놓으심으로 완성하신 구속의 역사를 찬송하면서 하나님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우리는 2014년 고난주간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너무나 안타깝게 죽은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회고하면서 여전히 슬픔과 상처 속에 아파하는 우리 민족에게 하나님의 한량없는 긍휼과 자비가 임하시길 간구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2015년 수난절을 맞이하면서 죽음을 위시하여 모든 악의 세력을 단번에 결정적으로 깨뜨리신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가 우리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은 2015년 수난절을 기념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이 모든 악에 대한 승리라는 확신 속에서 이 세상에 만연한 악의 세력을 근절시키는 일에 헌신하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수난을 통해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오히려 이를 몸소 당하셔서 선으로 악을 이기심으로써(롬 12:21) 악의 정체를 완전히 드러내고 악의 악순환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버리셨다. 악은 십자가상에서 그 심연을 드러내고 단번에 결정적으로 극복되었던 것이다.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사회의 물질적인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위기를 보여 주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지도자들과 각계각층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공동선을 외면하고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적 약자들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구조 아래서 고통을 당하나 이들의 고통은 외면당하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이기심과 탐욕, 이로 인한 부정부패와 비리들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예수처럼 악에게 지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기며 십자가 고난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승리하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면서 이 세상에 만연한 악의 세력을 근절하는 일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2. 한국교계와 신학계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십자가신학이 견실하게 구축되도록 하자.
수난절을 맞이하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국 교계와 신학계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십자가 신학이 부흥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십자가 신학은 작금의 한국교회를 새롭게 회생시킬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믿기 때문이다. 번영의 복음과 영광의 신학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고 세상의 명예와 성공을 지향함으로써 한국교회와 신학계를 세속주의에 물들게 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와 신학은 세상을 치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의 추세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교회가 깊은 영적인 수렁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길은, 십자가 복음과 십자가 신학으로 복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한국교회를 참된 교회로 만드는 시금석(試金石)이므로, 마땅히 한국 교계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십자가 복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 신학계는 마땅히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영광의 신학을 내려놓고 그리스도를 묵묵히 뒤따르는 십자가 신학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3.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 희생과 헌신의 길을 걸어가기를 촉구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 그 중심점에 바로 하나님의 지도자들이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수께서는 비천한 곳에 성육신(成肉身)하셔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살아가셨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의 많은 지도자는 예수 당시 제사장과 율법학자들처럼 상석에 앉기를 즐겨하면서 심지어 부유층과 지배층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하나님께 소명을 받았을 때의 초심을 되돌아가 고난이 따르더라도 자기를 부인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헌신자의 삶을 살아가기로 다시금 결단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모진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생명을 초개같이 버리고 신앙의 본질을 지켰던 초대 교회처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하고 십자가의 도(道)를 전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그 희생과 헌신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할 뿐만 아니라, 온갖 불법과 죄악으로 관영한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한 알의 썩어져가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4. 한국교회 성도는 거대한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만을 섬기는 신실하고 순전한 성도가 되자.
수난절을 맞이하여 한국교회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만을 섬기고 따르는 신실한 성도가 될 수 있기를 간구한다. 급격히 세력을 확장해가는 세속화와 안티(anti)기독교의 강력한 흐름 앞에 기독교 신앙이 나날이 도전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굳건하게 믿음을 지키는 순전한 성도가 되기를 기도한다. 최근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사회에서 반(反)기독교 정서가 갈수록 심화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기독교 신앙을 지키는 일은 주변의 비난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사역자에게 있음이 분명하지만, 일반 성도의 책임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성도는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 몸담고 살아가는 성도들은 사회 안에 내재된 모든 악의 세력을 끊어내는 일을 사력을 다해 감당해야 할 것이다.
5.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결정적으로 변화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 속에서 영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자.
수난주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비본질적인 일에 얽매어 신앙의 본질을 잃어가는 옛 구습을 버리고 삶과 죽음(生死)을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로 삼게 되기를 기도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안개처럼 허망하게 스러져갈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좇게 된 것은, 한국교회가 삶과 죽음을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음으로 인해 초래된 문제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 대표성을 지닌 기독교연합 단체들이 섬김과 헌신을 보여주는 단체라기보다는 목사들의 명예 추구의 전당으로 간주되어버린 것, 적지 않은 교회가 대형화 및 기업형 구조를 추구하여 블랙홀처럼 지역의 교인들을 빨아들여 기독교의 희생과 헌신의 정신과 공동체적 교회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은 헛된 세상의 부귀영화를 좇게 된 결과이다.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결정적으로 변화된 죽음을 깊이 성찰함으로 영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감으로써 탐욕을 버리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해온 기독교의 귀중한 전통을 회복하는 것은, 한국교회로 하여금 신앙의 본질을 회복케 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일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수난주간에는 환난보다 크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위로로 말미암아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냄으로써 그리스도와 더욱 깊은 사귐의 자리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2015년 3월 29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