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 수사 '윗선' 연결고리 나왔다

컨설팅업체대표 장씨…'비자금 연결고리' 핵심인물;검찰, 베트남 비자금 국내 반입 도운 정황 포착
▲검찰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중인 가운데 지난 19일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직원들이 출입문을 드나들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검찰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꼬리를 좇는 과정에서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64)씨가 깊숙이 관여한 단서를 포착하면서 장씨가 비자금 연결 고리를 풀어줄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을 국내로 반입하는데 개입한 혐의로 장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장씨의 신병확보 여부에 따라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장씨를 구속하게 되면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윗선'에 다가가는데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반면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장씨 신병 확보 여부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청업체 특혜' 정동화 전 부회장 개입 정황 포착 =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정 전 부회장이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사업과 관련해 하청업체 2곳에 특혜를 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베트남 현지에서 100억원대 비자금 중 40억여원을 업무상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박모(52) 전 상무(베트남법인장)로부터 "장씨가 정 전 부회장에게 'W사와 S사 등 2곳을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주 해당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장씨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정 전 회장과 중학교·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가 친분 관계를 이용, 정 전 부회장에게 하청업체 선정을 청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짙다.

검찰은 또 장씨가 베트남 현지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모(53) 전무 역시 국내에서 비자금 조성·전달에 개입한 혐의로 최근 잇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장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리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밤늦게 결정된다.

◆장 씨는 어떤 인물?...정치권 마당발로 통해 = 장씨가 공동 이사로 등재돼 있는 I사는 2001년 2월 설립된 컨설팅업체로 자본금 5억원으로 출발했으며 국내외 건설사업의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은 10명 미만으로 실제 순이익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가 과거 여러 회사를 차린 뒤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각종 사업에 뛰어들었던 경력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차례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치권 마당발을 이용,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장씨는 2007년 10월부터 41개월 동안 건강보험료 8500여만원을 내지 않아 건강보험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올라있다.

앞서 장씨는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총풍 사건'에 등장한 바 있다. '총풍 사건'은 1997년 12월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과 대북 사업가 장석중씨 등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재판 과정에서 장석중씨는 "당시 김대중 후보 측도 북풍 저지를 위해 장씨(I사 대표)를 활용해 북한과 물밑에서 접촉했다"고 진술했다.

장씨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02년 정치 자금 15억원을 한나라당 캠프에 전달한 의혹과 함께 2003년 2월 3억원을 새천년민주당에 건넨 의혹도 받았었다.

이 같은 경력과 인맥을 감안하면 장씨가 정 전 부회장 등 포스코그룹 수뇌부와 정치권을 연결하는 모종의 고리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는 등 정치권의 입김에 영향을 받아 왔으며, 정 전 부회장과 정준양(67) 전 회장 모두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장씨의 구속 여부가 향후 수사 확대 가능성을 점칠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의 역할은 상당 부분 확인됐다"며 "수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그 과정의 일부"라고 전했다.

#포스코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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