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8일)이면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이 전면 개통된다. 이 구간은 5개의 정거장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 929정거장을 '봉은사'로 정해 '친일사찰'을 공공시설물의 명칭으로 정해야 하느냐는 논란과 함께, '종교편향'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이를 결정한 서울시는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24일 강남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봉은사역명이 정해진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역명제정 과정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연합이 "봉은사역명 경과보고"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지난 해 2월 박 시장을 봉은사 주지가 면담한 자리에서, '봉은사역명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또 12월에는 도시철도 역명을 확정 고시한 것도 서울시장이 한 일이다. 그런데 전혀 몰랐다고 하는 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인가?
그리고 불교 신자인 한양대 김 모 교수 외 98인이 봉은사역명을 개정해 달라는 진정서에 대한 답변에서, '심도 있는 심의 결과 봉은사로 결정했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그러나 당시 의제 14건을 2시간 사이에 결정했기에 '심도 있게'다뤘다는 말은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박 시장과 교계 지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당시의 '회의록'도 없다고 한다. 하다못해 민간 작은 단체에서도 회의록이 있는데, 서울시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일에 "서울시지명위원회" 회의록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게도 의사 결정 과정에 숨길 것이 많단 말인가!
또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모 언론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밝힌 내용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의하면, 출근시간대 혼잡도는 240%로 대혼잡이 예고되고 있어, '지옥철'로 불릴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 노선은 '8량 1편성'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4량 1편성'으로 되어, 당연히 출퇴근 시간대에 대혼잡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시민들은 심각한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가 이를 예측하고 내놓은 대책들이, 대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기존 버스 노선을 많이 이용해 달라'는 대책은, 9호선을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지? 의아하게 만든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은 이래저래 심각한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시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는 봉은사역명부터 바꾸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지하철 9호선 2차 구간 개통을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기 바란다. 졸속은 졸속을 낳고, 조급함은 대형인명사고를 부를 수도 있음을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