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정부가 벤처 활성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제2 벤처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 중복지원 등 거품이 끼어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기업 수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998년 2042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수는 2010년 2만4645개를 넘어선 후 올해 1월 3만21개를 기록했다. 각 부처에서 벤처 지원 정책을 경쟁하듯 쏟아낸 결과다.
문제는 질적 성장이다. 벤처업계에서는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이 창업 아이템의 사업화,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아이템의 사업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등 생색내기 지원에 그쳐 재정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앱 개발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발할 때 업체별로 사업성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다"면서 "행정절차상 기간별로 업체의 기술개발 성과나 진척상황을 보고받긴 하지만 맞춤형 멘토링을 제공해 사업성을 끌어올리는 등 체계적인 육성 의지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업체도 많은데 잘 나가는 업체를 줄곧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지원을 받지 못하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처 간 칸막이로 업체의 지원이력 등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 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타트업 등 벤처 기업이 정부 사업을 따내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기본 자격만 충족하면 되는 데다 부처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어 사업 아이템을 조금씩 바꿔가며 메뚜기식으로 이런 저런 사업을 지원받는 사례가 적잖다는 것이다.
앱 개발업체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악의적으로 정부사업에 중복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초기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정부 지원을 받아서 근근히 버텨나가는 것"이라면서 "스타트업들이 시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는)지원기간을 여유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각 부처, 지자체 담당자들이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얼마나 지원 했는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올해까지 구축할 예정"이라면서 "특정기업이 과도한 지원을 받는 것을 예방하고,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지원정보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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