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이 16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중국의 동북아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와 만나 양국 차관보 협의를 가졌다.
협의 참석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류 부장조리는 이날 사드 문제와 관련, 이 차관보에게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며 "중국측의 (사드에 대한)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차관보는 "아직 이 문제에 관한 미국측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된 적 없으며 결정된 바도 없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엑스밴드 레이더 등 사드 관련 쟁점사항이 이날 협의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진 않았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다만 양측이 이날 협의 내용을 대외에 밝히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사드 문제에 관한 세부적인 협상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양측은 이날 협의에서 한국의 AIIB 가입 문제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류 부장조리는 이 차관보에게 AIIB 설립 추진 현황을 설명하며 "한국이 AIIB 창설 참여국이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장조리는 "이달 말까지 가입신청을 할 수 있으니 그 때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차관보는 가입 제안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경제적 실리와 AIIB의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입여부를)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 이날 협의에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제2차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 참석을 위한 방중, 한·중 차관급 전략 대화, 한·중 영사협정, 인문분야 교류 등 양국간 현안이 다뤄졌다.
특히 류 부장조리는 서해상 중국어선 불법어로행위와 관련, "최근 중앙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조업 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만 조업질서 전반을 개혁하는 일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한·중 해양경계 획정 협상을 올해 안으로 타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가서명됐으니 이른 시일 내 발효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