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담합 후 자진신고로 6년간 1조7000억원 과징금 감면

[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최근 기업들이 담합 후 자진 신고해 감면받은 과징금이 연평균 3000억원이고, 담합 사건 10건 중 8건 꼴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기업들이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활용해 감면받은 과징금은 1조7543억원에 달한다.

최초 부과된 과징금(4조5053억원)의 38.9% 수준이다.

연도별 감면액은 2009년 314억원에서 2010년 3746억원, 2011년 6842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12년 1406억원, 2013년 1684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3551억원으로 늘었다.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는 여러 기업간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하면 과징금을 감면 또는 면제받는 제도다.

기업간 담합이 워낙 비밀리에 진행돼 자진신고를 받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갖춘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과징금을 100% 면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면서 기업들의 신고가 크게 늘었다.

감면제도 적용을 받은 담합 사건은 2007년 처음으로 10건을 돌파한 뒤 2009년 17건, 2010년 18건, 2011년 32건, 2012년 13건, 2013년 23건, 지난해 44건으로 증가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 사건 188건 가운데 78.2%(147건)가 이 제도를 적용받았다.

최근 사건을 예로 들면 공정위는 지난해 7월 호남고속철도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한 뒤 1·2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각각 과징금의 100%, 50%를 감면해준 결과, 최종 과징금은 2921억원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탈출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초에는 공정위가 GS칼텍스의 자진신고를 기반으로 정유사들에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법원이 'GS칼텍스 측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정유사들의 손을 들어줘 공정위가 체면을 구긴 일도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굉장히 은밀하게 담합을 하기 때문에 리니언시 없이는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니언시를 활용해 담합을 쉽게 적발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위의 거듭된 조사로 기업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느낄 때 비로소 자진신고를 한다"고 강조했다.

#과징금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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