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언론회 논평] 서울시, 구차한 변명 말고, 봉은사역명 당장 개정해야

교회일반
교단/단체
편집부 기자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

서울 지하철 9호선의 929전철역명이 '봉은사역'으로 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국민들이 그다지도 반대하는, 특정종교 사찰 명칭을 사용하여, 논란을 확산시키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전철역명을 사찰명으로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에 봉은사역명이 발표되고 나서, 봉은사가 과거 친일의 본산이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했고, 지난 3월 3일 모 인터넷 포털사에서 벌어진 논쟁에서도 '봉은사역'보다는 '코엑스역'이 좋다는 여론이 10% 이상을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서울시가 철저히 서울 시민들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선정 과정에서 잘못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추후에 문제점을 알게 되면, '선정 기준'에 따라 이를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데다 봉은사 과거의 '친일행위' 역사 전력(前歷)이 노출되니, 불교계는 빠지고 서울시가 나서서, 적극 해명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다수의 시민들이 서울시와 통화한 내용을 검토해 보면, 서울시가 '봉은사역'을 결정한 것은 강남의 전통사찰이고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당초 결정의 기준은 감춰버리고, '봉은사마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는데, 그럼 아예 '봉은사마을역'으로 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마을'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또 929정거장과 맞붙은 곳에는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글로벌 상징성을 가진, '코엑스'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가 역명을 결정함에 있어서, 다른 역명은 일찌감치 결정을 예정해 놓고서, '봉은사역'은 가장 늦게 지난 해 연말에 결정한 것으로 보아, 그 논란에 대비한 흔적이 엿보인다.

따라서 서울시는 이제라도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지하철 9호선 929전철역명을 합리적인 이름으로 신속히 바꾸어야 한다.

봉은사는 서울시의 주장대로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그러나 1939년 화재(火災)로 전소되어 사찰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친일 본산'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일제 식민지 36년간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비극적 시대였다. 겨우 살아남기 위한 슬픈 시대의 비참했던 일을, 친일과 비친일로 나누어 비난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발전지향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봉은사가 친일의 본산이었다고 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살기 위한' 그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또한 기독교도 역시 친일을 하지 않았느냐? 는 물귀신 작전에 대하여 할 말을 해야겠다. 이는 일반국민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신사참배 결의는, 일제가 신사참배 반대의 지도적 인사들을 예비 검속하여 감옥에 가두어 놓고서, 그들의 총검에 의해 살해 위협 속에서 불법적으로 통과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결 교단은 일제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단이 해체당하는 비극을 맞이했으며, 수십 명의 신앙인들이 신사참배 반대로 인하여 순교를 당했으며,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이 감옥에 수감되는 수난을 당했다.

그런데 불교계, 조계종은 친일의 대가로 인하여 일제에게 많은 시혜를 받지 아니했는가? 2008년 모 시사주간지의 발표에 의하면 조계종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대부분이 일제 총독부로부터 얻어진 땅으로, 조사된 것만도 서울시의 1.3배에 달하는 2억 3,000만평이라고 했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따라서 서울시가 그래도 친일본산의 사찰명으로 공공장소의 명칭 사용을 고집 한다면, 식민 지배의 일제청산을 거부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극심한 저항은 물론,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또 서울시가 친불교의 '종교편향' 본산이란 새로운 명칭도 얻게 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929 전철역명을 봉은사역으로 정한 것은 불교와의 관계성이라고 의심할만한 팩트들이 속속 들어남에도 불구하고,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봉은사역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독교인들만의 주장이라며, 종교적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 역시 음습한 태도이다. 기독교는 현재 기독교의 이름으로 어떤 올바른 주장을 해도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민들이나, 시민단체 등이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불교계의 권위에 도전할 용기가 없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기독교계가 대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봉은사역명 개정 서명운동'에 나선 한양대 김상호 교수는 불교 신자로 포교사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애국적인 차원에서, 또한 국가 브랜드 고려해서 "삼성코엑스역으로 바꿔야 한다", "역명을 일개 사찰명으로 하면 향후 이 지역에 들어서는 인프라 시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없다", "봉은사역은 절대 안 된다. 동네 사람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며 반대서명운동에 나선 것을 서울시장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시가 여전히 시민 다수의 주장을 도외시 한다면, 크나큰 시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교회언론회 #유만석 #한장총유만석목사 #봉은사 #봉은사역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