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지난달 26일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박종천)에 총학생회 명의로 대자보가 하나 붙었다. 비정년계열-정규직 교수 전환 심사에 부당함을 느껴 교원 소청을 진행 중인 교양영어를 가르치는 비정규직 A 교수에게 학교가 8년치 '외부 출강 및 외부 연구' 보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한 부당성을 항의한 글이었다.
총학생회는 "A 교수는 이번 비정년계열-정규직 교수 전환 심사에 부당함을 느껴 교원의 권리에 대해 항변할 수 있는 교원소청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 측은 외부 출강을 하는 많은 교수들에게 외부 출강 및 외부연구 보고서의 제출을 관행적으로 넘어갔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교원소청중인 교수에게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되어온 외부 출강 및 외부 연구 보고서를 요청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결합된 것으로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히고, 왜 A 교수에게만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는지 입장을 표명할 것과 보고서 제출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또 "상중인 A교수에게 설연휴 직전날에 공문을 보내어 연휴 다음날까지 제출하라고 조사를 강요함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은 지난 2월 4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A 교수에게 '외부출강 및 외부 연구'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학교가 A 교수에게 공문을 보낸 관련 근거에 대해 "교직원업무규정 7편(일반행정) 제2장 교원 근무 제16조(외부 출강 및 외부 연구) ①교원이 외부 출강을 할 경우에는 교무처장의 동의를 얻어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되 한 학기 두 강좌(6학점)을 초과할수 없다"는 내용이라고도 밝혔다.
감신대에 재직 중인 B 교수는 "교수들은 누구도 학교 규정에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니 외부 강의 부탁이 들어오면 자유롭게 했고 외부 강의에 대한 제한을 받았다는 기억이 안 난다"며 "그런 보고서를 내라고 하는 교무처 사람들도 분명히 다른 학교에 강의를 나갔을텐데 그들도 그런 걸 내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B 교수는 "최근에 우리 누구에게도 외부강의에 대해서 그런 걸 내라고 한 적도, 내본적도 없다"며 "갑자기 A 교수의 소청이 시작되고 나서 한 교수에게만 집중된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 유승리 회장은 12일 기독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보기에 A 교수님에 대해 학교 측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한다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막을 생각이 있다"며 "총장님에게 면담을 신청해 외부 출강에 대한 수사 문제가 공식적으로 중단됐는지 확인할 것이고 학교 입장을 들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감신대 이환진 교무처장은 기독일보와의 통화에서 A 교수에게만 자료를 요청한 것에 대해 "저희가 사정이 있었다"면서 "형평성을 어긋나게 하려던 것이 아니라 그분이 제기한 문제가 있어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황을 알아보려고 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담당자는 "저희가 학교 측에 요청한 자료는 없다"고 답해 이 교무처장의 해명과는 차이를 보였다.
또한 정년심사에서 전환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가 떨어지고 그 후 시아버지 상을 당한 A 교수가 혼자만 외부 출강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 받아 힘들었을 심경에 대해 위로나 조의를 표할 의향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교무처장은 "저희가 (상을 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A 교수가 지난달 총장과 교무처장에게 11일에 제출한 1차 답변서에도 이미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라는 사실과 비정규직을 배려한 전직 김홍기 총장의 허락과 격려를 받아 외부강의를 했던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이미 같은 달 17일 학교에서는 'A 교수 시부 소천 안내'라는 제목으로 교직원 경조사 안내 메일과 문자가 모든 교수에게 발송되었다.
교원소청심사위 담당자는 지난달 25일 교원소청 심사 당일 A 교수와 학교측이 출석한 상태에서 A 교수가 상을 당한 사실을 직접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날 감신대에서는 C 교수, 법무법인 양헌 강남지사 소속 D 변호사, 학교 직원 2명 등 총 4명이 출석했다.
A 교수는 13일 기독일보와의 통화에서 관계자들의 위로가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