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그릇'에 복음 담아 40%의 상층 카스트에 전할 때"

인도 선교 33주년...'2015 인도 선교 전략포럼'; 인도의 영성·문화에 맞는 선교 방식은 '가정교회'; 선교지·본국교회 소통으로 현장 중심의 정책 세워야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가장 인도적인 삶을 살고 인도적인 메시지를 전하여 많은 열매를 맺은 전도자 선다 싱은 '인도의 그릇에 예수님의 생명수를 담자'고 말했습니다. 인도의 영성과 문화를 고려하여 그동안 선교 대상에서 배제돼 온 인구 40%의 상층 카스트에게 다가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전인도선교사협의회(전선협)가 최근 오륜교회에서 공동주최한 '2015 인도 선교 전략포럼'에서 진기영 인도UBS신학대 교수는 "인도 문화를 연구하여 그동안 선교 우선 대상에서 밀려난 주류 인도인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며 "중상층 선교, 상층 카스트 선교는 인도 기독교인의 95%를 차지하는 하층 카스트인이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인 선교사가 물량주의, 황색 제국주의 선교에 빠질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전선협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도 선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관점

진기영 선교사(인도UBS신학대 교수)   ©이지희 기자

진 선교사는 이날 주제발제에서 "아직도 많은 선교사가 복음을 인도의 그릇에 담는 데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른바 '인도 그릇'은 이교도의 문화이고 힌두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거룩한 복음을 담을 수 없다거나, 혼합주의, 다원주의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이방철학 용어이자 신 이름인 헬라의 '로고스'라는 용어를 사용해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했고, 사도 바울 역시 아레오바고 설교에서 헬라 시인의 글(이방 문헌, 경전)을 인용하여 증거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어 "많은 경우 사역부터 먼저 하고, 언어와 문화는 나중에 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한 번의 행동이 한 지역에서 선교의 문이 닫히게 할 수 있고, 후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평생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인들이 팔찌 차는 것을 금한 후 한 지역의 복음전도의 문이 닫힌 경우, 음주가 허용되는 가톨릭과 성찬식 때 포도주나 주스를 마시는 이유로 개신교 역시 술을 마시는 부정한 공동체로 취급되는 경우 등이 있다.

또 과거 서구 선교사들은 그들의 식습관에 따라 소고기를 먹을 뿐 아니라 신앙 검증을 이유로 인도 개종자들에게도 소고기를 먹도록 강요해, 인도에서 개종자들은 소고기를 먹는 천민, 부정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마하쉬뜨라 주는 아예 소고기 판매 및 소지만으로도 3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진 선교사는 "인도 선교를 하려면 외국인이든 현지인이든 적어도 공적인 장소에서는 고기 먹는 일을 금해야 하지만, 좋아하는 고기를 그만 먹으면서까지 선교하려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며 "주로 똑같이 고기를 먹으며 고기 먹는 문화에 개의치 않는 비주류 하층민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선다 싱과 같이 힌두교 연구와 전도에 평생을 바친 유명한 전도자 다야난드 바라띠는 힌두인 선교가 어렵거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힌두인들과 '일방통행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점을 지적했다. "바라띠는 일반적으로 인도인은 집 안 성소에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뿌자(예배)를 드리고 부모와 집안 어른으로부터 삶을 통해 종교 교육을 받기 때문에 교회 건축은 인도 문화와 맞지 않다고 했다"며 "그들 문화에서는 특정 건물, 특정 날짜에 교회에 가서 전문 종교인으로부터 종교적 가르침을 받는 것이 매우 이질적인 문화"라고 그는 말했다. 대부분 서구식으로 지어지는 교회 건물과 외국의 재정 지원 때문에 교회는 서구 지배권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이해된다고도 했다. 바라띠는 이 때문에 가정교회를 인도 문화에 적합한 교회 모델로 제시했다.

1980년 초부터 인도에서 사역한 미국인 H.L. 리처드 선교사는 2001년부터 문화를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미국인 인도 선교사들에게 소개해, 그에게서 교육 받은 2백여 명의 선교사 대부분이 지식인 계층에서 일하고 있다. 한인 선교사 중에도 바라나시와이엠라지뿌트 지부를 중심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문화 존중 사역을 하여 개종자 중 40%가 상층 카스트에서 나오고 있다. 한인 선교사 가운데 이러한 '인도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확산되도록 올해 9월 바라나시에서는 '인도의 그릇 포럼'이 열린다.

인도 선교의 전략적 관점

진기영 선교사는 자치, 자립, 자전의 3자 원리와 폴 히버트가 추가한 자신학까지 '4자 원리'에 기반해 선교해야 하는 이유는 "현지 교회의 선교사에 대한 의존도를 없애고 자립능력을 갖춘 성숙한 교회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오랜 선교역사를 가지고 있고, 많은 인적, 재정 자원이 투자됐는데도 아직 인도 기독교인은 전 인구의 2.3%밖에 되지 않으며 외국에 대한 재정 요청이 끊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4가지 원리 중 자치와 자신학은 높은 수준이며, 자신학 분야는 오히려 한국이 배워야 하지만, 자립과 자전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는다. 진 선교사는 "빈부격차가 너무 커 인도에서는 자립 원리는 폐기하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전 인도에서 부동산이 많은 철도청보다도 더 많은 땅을 가진 단체가 기독교 단체이며 해외에서 들어온 지원금은 교회와 가난한 교인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주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인도가 쓰나미 피해를 입었을 때도 해외 구호금의 상당 부분을 주교들이 챙겨 지금도 여러 명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며, 선교사들이 남겨놓은 교회, 학교, 병원 등을 자기 것으로 삼기 위한 법정 싸움도 많다고 덧붙였다.

외국 선교사들과 협력하여 힌두 선교를 오래 한 라젠드라 다스 선교사는 "선교사는 적어도 100년 전에는 인도 땅은 아닐지라도 인도교회를 떠났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남아 식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를 세우고 있다"며 "외국의 도움을 받다 보면 인도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과 재원을 잊어버리며, 도덕성을 잃고 정신적으로 마비되고 자존감과 자긍심을 잃어버리는 공동체가 된다"며 해외교회의 봉사와 재정 지원의 중단이 시급하다고 알렸다.

또 진 선교사는 지난 100년간 인도 인구의 20% 미만인 가난한 달릿과 부족민이 선교의 우선 대상이 되어 절대 다수이며 주류 인도인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다른 나라 미전도 종족과 달리 윌리암 캐리, 헨리 마틴 등 서양의 우수 선교 자원을 통해 대부분의 지역 언어로 성경 번역이 오래전부터 돼 있다. 또 인도의 미전도 종족은 비주류 소수 부족이 아닌 주류 다수 종족이며, 지역 구분 없이 시골과 도시 주민 모두 미전도 종족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상층 카스트는 버려지고 잊힌 족속이 돼 왔다. 또 선교사와 전도자들이 방문하는 시골이 아닌 도심의 상층 카스트는 오지 중의 오지로 가장 선교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선교가 선교 대상에서 버려진 상층 카스트 그룹을 고려한 종족 선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2015 인도 선교 전략포럼이 최근 오륜교회에서 열렸다.   ©이지희 기자

한인선교 다음 세대의 과제

진 선교사는 "지난 3세기 동안 서구 선교가 인도 선교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지만 전반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본다"며 한국교회도 다음 세대 선교 과제를 설정할 때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서구 선교는 식민 제국주의의 일부분이어서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인이 우리 땅을 강탈한 일본 종교인 신도를 받아들일 수 없듯 인도 주류 사회는 침략자 영국의 종교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윌리암 캐리 선교사는 저임금으로 노동을 강요한 공장을 운영하고, 후임 선교사에게도 이를 적극 권장해 직공 100명 중 단 한 명도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서구 선교의 유산을 이어받은 한인 선교사도 서구식 제국주의 선교, 식민주의 선교는 반드시 탈피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일부 인도인은 한국이 '황색 제국주의' 선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진 선교사는 "재정과 인사권을 쥔 한국인 밑에 사역하는 많은 인도인 목회자, 전도자들을 겸손과 사랑으로 섬기지 않으면 후일 그들이 한목소리로 한인 선교를 황색 제국주의로 폄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좀 더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꿔 한인 선교사의 주 사역 대상을 사회적으로는 하층 카스트에서 상층 카스트로, 경제적으로는 극빈자에서 중산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많은 인도 교인이 천민이고, 경제적, 교육적으로도 뒤처져 중산층과 지식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도 지도자들은 외국 선교사들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중산층 선교, 상층 카스트 선교를 해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하층 카스트 선교는 오히려 현지인들이 더 잘한다. 진 선교사는 "더 중요한 것은 인도인 전도자와 선교사들은 나눠줄 은과 금이 없어 복음과 예수님만 전하지만, 한국 선교사는 현지인과 생활 격차가 커 자연히 물량주의 선교에 빠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시 중산층 선교, 상층 카스트 선교는 현지인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생활 수준이라 물량주의나 황색 제국주의에 빠질 위험이 적고, 대신 말씀과 기독교 영성으로 승부를 겨루게 될 것으로 봤다.

이미 한인 선교사들 중 도시 중산층, 상층 카스트, 대학 지성인 선교로 열매 맺는 좋은 사례도 있다며 그는 "상층 카스트 선교가 어렵다기보다 이에 대한 중요성, 사역 방향과 노하우에 대한 교육이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인도 선교의 블루 오션이며, 백 년 대계를 위해 상층 카스트 선교에 필요한 훈련과 준비를 시키면 누구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기영 선교사는 또 서양 선교사가 인도식 복음이 아닌, 서구식 복음을 전한 것이 선교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봤다. 서구 선교사들은 서구 문명과 문화를 복음, 기독교와 동일시하여 인도인을 서구 문화의 틀에 두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인도 기독교인이 서구식 이름을 사용하고 양복과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며, 고딕식 첨탑 교회에 가죽 신발을 신고와 의자에 앉아 예배 드린다"며 "교회 메시지는 서구 신학의 틀에 맞춰 제시해 인도인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인도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인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그들 문화의 그릇에 기독교 신앙을 담아 표현하는 법을 연구하고 교육,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본주의 사상을 가진 모디 수상 집권 이후 가왑시(역개종 운동)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독교 선교는 시골에 서구식 교회와 기독교 학교를 지어 인도 주류 사회를 위협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지양하고, 비위협적이고 효과적인 선교를 해야 한다"며 "그 예로 인도의 영성과 문화에 맞는 가정교회 방식의 선교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구 선교의 실패 원인으로 현지인을 위한 선교가 아닌 선교사와 본국의 필요에 따른 선교를 꼽았다. 외국에서 오는 막대한 후원금은 상당금액이 부패한 지도자에게 가고 있고, 인도인들이 자기 형제들을 위해 헌금하지 않게 만들어 고질적인 의존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또 인도 기독교인은 가난한 자를 돈으로 유혹해 개종을 시도한다는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그는 "돕는 것도 도움 받는 사람의 문화를 연구하고 알아야 제대로 도울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해가 된다"며 "후원하는 한국교회도 선교지와 긴밀한 소통 가운데 현지의 필요와 문제를 잘 알고 적절한 지침과 정책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인도에서의 서구식 교회 건축 사역은 종파폭력의 희생물이 되거나 힌두교인과 기독교인의 첨예한 이권 싸움 될 수 있어 선교 지역과 현지인의 경제적 형편에 맞는 인도식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교사들이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 없이 적어도 2년간 선교지에서 언어와 문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배려와 정책적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터 시작하는 선교사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한 지역의 복음전도의 문이 닫히게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현지인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연구하고 확인해야 한다. 진 선교사는 "장기적인 인도 선교의 발전을 위해 선교 현지와 후원하는 본국은 긴밀한 소통과 교육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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