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獨총리 "일본은 과거 직시해야"

아시아·호주
편집부 기자
"과거사에 대해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도 보지 못하는 사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9일 일본 도쿄에 있는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7개국(G7) 정상회의의 준비 성격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2015.03.09   ©도쿄=AP/뉴시스

[도쿄=AP/뉴시스]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 독일의 과거 경험을 들며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해야 하고 주변국들도 화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도쿄의 아사히(朝日) 신문에서 한 강연에서 1985년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 유럽의 2차 세계대전 중단은 해방의 날이라며 과거사에 대해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메르켈은 이어 독일이 2차대전 후 다시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지위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2차대전 중 독일이 저지른 잔혹 행위를 똑바로 바라보는 노력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과거로부터의 교훈은 그 국민 스스로 얻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특별한 충고를 해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중 독일의 주변국들과의 갈등 극복 방법에 대한 질문에 그는 "주변국들의 대단한 화해 제스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주변국들에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독일 국민들 사이에 과거를 솔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수용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답했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과 관계를 악화시키는 과거사인 2차 세계 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담화를 준비하고 있어 중국과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도 아베 총리의 담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 및 침략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담은 과거의 담화 내용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9일 일본 도쿄에 있는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7개국(G7) 정상회의의 준비 성격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2015.03.09   ©도쿄=AP/뉴시스

아베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후회하고 있음을 표명하고 아베 내각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를 비롯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할 것이라고 밝으나 아베 총리가 이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언급하고 깊이 사과한다고 밝힐지는 미지수다.

과거사뿐만 아니라 영유권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최근 한·중·일 관계가 악화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이 종종 과거사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일본은 동아시아가 전후 유령을 영면에 들지 못하게 하는 데 일부 책임이 있지만 과거사가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도 갈등을 그대로 놔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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