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가자 지구 내 주민들의 삶이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현지 가톨릭 구호단체가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가톨릭근동구호협회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가자 지구 내 상황이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지속되던 당시보다 더욱 악화되었다고 전했다.
이 협회 팔레스타인 지역 담당 디렉터인 사미 엘유세프는 "가자 지구 내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은 바로 사람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고통이 언제 끝날 것이라는 전망조차 없다. 여기서 벗어날 출구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엘유세프는 또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또 다른 분위기는 분노라고 전했다. 국제사회 지원을 통해서 가자 지구 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180만 명 가까이 되는 주민들이 붕괴된 건물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가자 지구 내 실업률은 70%에 육박한 상태다.
엘유세프는 "모든 사람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하마스는 화해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지역을 파괴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가자 지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주지 않는다. 아랍 국가들은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서비스 보도에 따르면 엘유세프는 지난 2월 가자 지구 내 붕괴 지역들을 방문해 주민들의 삶을 직접 돌아봤다. 지난해 7월부터 한 달간 지속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으로 가자 지구 내 2,1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엘유세프는 교전이 지속될 동안 가자 지구 주민들은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정부와 하마스 간의 갈등으로 인해 아랍 국가들에서 약속한 재정 지원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지역 내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이스라엘을 통해 들어오는 물자들로는 모든 수요를 충당하기가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다.
가톨릭근동구호협회는 가자 지구 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또한 전쟁으로 인해 트라우마 증세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치료 프로그램 역시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협회의 구호 프로젝트로 1만여 명에서 2만여 명 가량의 어린이들이 교육과 치료를 받았다.
"이러한 구호 활동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주민들은 자녀들이 트라우마에서 일단 벗어나기는 했지만 치료 프로그램이 중단되면 다시 증세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인도주의사무국측은 가자 지구의 현재 상태를 "마비 상태"로 언급하며, 10만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올해 겨울 기간 동안 주거와 전기, 난방 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로 생활해야 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30여 개 국제 구호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가자 지구 주민들을 위한 특별 구호 계획을 발표했다. 성명은 특히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계층은 노인, 장애인, 여성과 어린이 등이라며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가자 지구를 다시금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곳으로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