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새누리당이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를 두고 계파간 갈등이 재연될 것이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고성과 책상을 치는 소리 등이 회의장 밖으로 새어나왔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 적힌 위원장의 명단이 올라왔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친분있는 당협위원장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들 최고위원 등은 부실당협 선정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내가 언제가 기자회견 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당협위원장은 정치인의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당사자들에게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며 신중한 처리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의 건을 의결하지 못하고 추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당협위원장을 발탁할 것인가, 당헌당규에 따라 20대 총선에 의사가 없다든가 한 분들에 대해선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를 갖고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는 "민주정당에서 소리가 크게 들릴 수도 있는 거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내 "조강특위(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라며 "다음에 또 보고하고 설명할 것"이라고 말해 교체 명단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에둘러 비쳤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달 23일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실 당원협의회의 위원장 교체 방식을 두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협위원장직 선정은 총선 공천의 예비 단계라고 할 수 있어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 후보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협위원장 교체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면서 "새로 되는 당협위원장은 공천과 직결돼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
한 참석자는 회의 직후 "멀쩡하게 있던 당협위원장의 목을 치는 일이고 생니를 뽑는 일인 만큼 만큼 앞으로 계속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이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새로 되는 당협위원장은 당연히 공천과 직결돼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새누리당 대부분의 당협위원장직이 친박계라는 점에서 계파 갈등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 체제 이후 일부 당협위원장에 메스를 대자 친박계에선 "김 대표가 친박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 바 있다.
때문에 당 관계자는 "당 유력 중진들이 벌써부터 자기 사람 챙기기를 하고 있다.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총선 때가 되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부실 당협으로 명단에 올려진 곳은 서울 동대문구을(위원장 김형진), 부산 사하구을(위원장 안준태), 인천 부평구을(위원장 김연광), 경기 광명시갑(위원장 정은숙), 경기 파주시갑(위원장 박우천), 충북 청주시흥덕구갑(위원장 최현호), 충남 공주시(위원장 오정섭), 전남 장흥군강진군영암군(위원장 전평진) 등 8곳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