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교회 성장을 위한 노력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교회 성장의 동기와 방법, 원리가 교회의 본질을 바르게 실현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필수적이다. 오는 28일 12시 연세대학교 알렌관 무악홀에서는 한국선교신학회(회장 전석재 교수) 2015년 제1차 정기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주제로 한 이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박창현 감신대 교수는 '위기의 한국개신교회를 위한 호소: 예수적 교회에서 예수의 교회로 귀환하자', 이경희 연세대 박사는 '이슬람포비아 담론과 선교적 통찰: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호주 교회의 무슬림에 대한 인식과 대화를 중심으로', 한국일 장신대 교수는 '대형교회의 문제진단과 평가: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특히 한국일 교수는 한국선교신학회가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한국교회의 성장제일주의가 초래한 문제가 집약적으로 압축되고 강화되어 발생한 것이 대형교회의 문제"라며 대형교회에 대한 신학적인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대형교회를 모델로 삼아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많은 교회에 만연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소형교회도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지 대형교회와 같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모습을 진단하고 잃어버린 교회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일보는 한국일 교수의 발표문을 요약·정리해 봤다.
■ 한국 대형교회의 출현 배경
한국일 교수는 신광은 목사의 '메가처치논박', 오규훈 교수의 '153 교회', 홍영기 교수의 '한국 초대형 교회와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다룬 한국교회 대형화의 배경과 원인 등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세 학자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첫째, 교회의 대형화는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산업화, 도시화 과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그런 점에서 대형교회는 70~80년대 한국의 산업화, 도시화 배경에서 탄생한 독특한 현상이며, 한국사회를 형성해 온 종교문화적 유산도 교회성장과 대형교회 발생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그는 "한국교회 급성장과 대형교회로 출현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요인, 즉 시대정신과 종교 문화적 요인들이 내포한 세속적 가치와 내용이 신학적 성찰 없이 교회성장을 촉진하는 원리로 사용되어 교회 본질을 훼손하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셋째, "대형교회는 초기에 비교적 순수하게 헌신적이며 열정적인 전도와 선교활동의 결과 발생하였지만, 70년대 초반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대형교회를 추구하면서 성장과 대형교회 자체를 목적으로 지향하는 왜곡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넷째, 그는 "교회성장과 대형교회 출현은 외부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담임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 담임목회자의 설교와 권위, 목회적 능력이 대형교회 발생에 결정적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때 대형교회는 한국사회 경제성장과 함께 발전하면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비판 의식보다는 변화에 편승하거나 따라가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을 강조하는 교회와 목회자는 모두 보수신학을 추종했다고도 말했다.
다섯째, 90년 이후 교회성장이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에도 대형교회는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교인들의 수평 이동으로 인한 성장이 지속됐으며, 여섯째 대형교회는 목회자의 초법적 권위와 독주, 도덕적 타락, 불투명한 재정 사용, 개교회주의와 성장을 위한 무한경쟁, 무리한 건축, 지교회를 통한 개 교회 확장, 교회 내부 분열 등 교회 본질을 벗어나고 사회로부터 신뢰를 상실해 어느 시점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고 그는 말했다.
■ 대형교회 문제의 핵심적 쟁점과 원인
한국일 교수는 "신광은 목사는 대형교회 문제의 핵심은 크기에 있으며 이를 신학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하며, 오규훈 교수는 한국교회 성장 자체 속에 '타락의 씨앗'이 잠재하여 근본적으로 새로운 전환 없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홍영기 교수는 대형교회 출현의 핵심 요인이 담임목회자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면서도 부정적 요소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도 "올바른 지도자가 되기 위해 조심해야 할 세 가지 사항은 이성 관계, 물질적 욕망, 명예욕"이라며 "목회자의 성 추문, 재정 횡령, 헌금 유용과 사유화, 총회장과 감독선거에 발생하는 추문, 무리한 건축으로 인한 교회 부도, 교회임직에 결부되는 강제성 헌금 등 한국교회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비리와 타락상의 대부분은 목회자와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일시적, 우연이라고 하기에 문제의 공통적 요소와 일관성이 있다"며 "이런 문제의 대부분이 대형교회 목회자와 대형교회에 속한 문제로, 대형교회 내부적 특성과 구조에 원인이 내제해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교회 문제들의 원인으로 ▲교회와 신앙이 시대정신과 세속적 가치와의 혼합된 형태(교회 내 개인주의, 성장제일주의, 물질주의 문제) ▲견제장치가 없거나 무력하고 담임목회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직과 구조 ▲교회 중심적 신앙관과 선교관에 기초하여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교인들을 교회성장의 도구로 전락시킴 ▲대형교회는 한국교회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선교학적 관점에서 본 대형교회 평가에 대한 대안
한 교수는 "대형교회 현상을 진단하고 분석한 후 신학적 반성을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갖추지 않으면 미래교회는 사회로부터 더욱 버림을 받을 것"이라며 선교학적 관점에서 대형교회 문제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인격적 관계를 실현하는 교회론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생명력을 성도의 숫자나 건물 크기, 규모로 측정하지 않고 성도의 인격적 관계와 공동체로 이해해야 한다"며 "건물, 조직, 프로그램 중심의 현실적 실용주의적 교회론에서 성도가 교회라는 성도 교회론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도와 선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성장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목회자, 성도들의 헌신의 결과이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같은 시대적 요인들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지금은 다른 시대를 맞이하면서 시대적 조건들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패러다임의 전환, 전도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개인전도 방식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적인 삶을 통해 증거하는 이웃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해진 것이다.
앞으로 교회는 '성장이 아니라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한국사회도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다 어느 수준에 이르러 속도가 늦어지는 것처럼 성장 촉진 조건들을 충족하면 성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정체되기 마련"이라며 "이런 시점에 교회 본질을 주목하고 유기적 생명체로서 양적 성장이나 크기보다는 역동적인 생명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담임목회자의 독주가 아니라 성도와 동역 관계 ▲개 교회 성장이 아니라 지역의 복음화 ▲교회자체의 관심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 ▲강하고 지배적인 영성에서 십자가의 자기를 비우는 연약함의 영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교회의 진단과 분석을 통한 평가의 목적은 대형교회 존재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형교회가 문제라고 폐기를 선언할 수도 없고, 존재를 부정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형교회는 악하고 작은 교회는 선하다는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에 근거한 것도 아니다"며 "그런 점에서 대형교회 현상을 비판하면서 반대로 작은 교회 운동을 추구하는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작은 교회도 교회의 건전성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일 교수는 "최근 대형교회 또는 초대형교회를 이룩한 목회자들이 은퇴하면서 후임자가 올 때 교회에 많은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몇 대형교회는 교회 방향과 목표를 전임자와 다르게 설정하면서 건강한 대형교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전임자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의 형태를 따르지 않고 민주적, 합리적으로 교회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긍정적인 현상도 소개했다.
또 대형교회가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지역사회와 세계선교를 위해 건강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도 많다며 "지역교회 중심의 구조적 특성을 지닌 한국교회는 대형교회가 교회 자원을 지역사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활용하는 건강한 교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르게 인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