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체티와 렘브란트의 ‘같은 성탄, 다른 그림’

[특집]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의 탄생(3)

 

▲아기 예수의 봉헌, 암브로지오 로렌체티. 1342년, 유채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CLC 제공

 

3.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바침

모세 율법에 따라 정결 의식을 치르는 때가 되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를 하나님께 드리려고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갔습니다. 이것은 주님의 율법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태어나는 모든 남자 아이는 하나님께 거룩한 자로 불릴 것이다.”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성령께서 시므온에게 주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를 주셨습니다. 시므온은 성령으로 충만해져서 성전으로 왔습니다. 마침 마리아와 요셉이 율법의 규정대로 행하기 위해 어린 예수님을 성전에 데리고 왔습니다. 시므온이 아이를 팔에 안고 하나님께 찬양했습니다.

또 여자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바누엘의 딸인 안나였습니다. 그녀는 나이가 많았습니다. 결혼하고 칠 년 동안을 남편과 살았는데 그후로 과부가 되어 84세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금식기도를 하며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바로 그때 그녀가 와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예루살렘의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아기 예수의 정결 의식을 치르다

요셉과 마리아는 유대 전통과 유대 생활방식을 존중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율법에 따라 예수님은 태어나서 8일만에 할례를 받았고 40일이 지난 다음 성전으로 가서 정결 의식을 치렀습니다.
아기 예수가 성전에 이르렀을 때 시므온이란 노인과 안나라는 노파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아기 예수를 보자 단번에 하나님이 보내주신 구세주임을 알아보고 몹시 기뻐했습니다. 이들은 깊은 신앙심으로 하나님이 언젠가는 구세주를 보내어 나라의 치욕을 씻고 다시금 유대 민족의 명예를 되찾아 주리라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는 부모의 믿음에 따라 유대 율법과 관습을 익히면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참모습은 율법에서가 아니라 앞으로 그분이 행할 하나님과의 관계 아래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로렌체티 - 아기 예수의 봉헌

 

▲앞 그림의 부분. 노인 시므온이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기 예수를 안고 애타게 기다리던 메시아임을 알아보고 기뻐하고 있고, 곁에는 메시아 도래의 예언서를 들고 있는 예언자 안나가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내며 손가락으로 아기 예수를 가리키고 있다. ⓒCLC 제공
이 그림은 아기 예수를 모세 율법대로 성전에 봉헌하는 모습을 소재로 삼은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암브로지오 로렌체티의 작품입니다.

 

그는 형과 더불어 시에나 화파를 이끌던 거장으로, 비사실적인 경향이 짙던 중세 고딕회화를 뛰어넘어 자신의 창의적인 능력으로 한층 현실성이 가미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 그림은 아직 과학적인 원근법이 완숙되어 있지 않습니다. 측면의 수직선은 중앙의 소실점에서 벗어나 있고 중간의 아케이드들은 서로 끊겨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적인 공간 안에서 비대칭적으로 인물을 배치하여 인물들에게 엄숙함보다는 친근감을 나타내면서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아치형 제단 앞에 의식을 맡아 보고 있는 대제사장이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시므온을 바라봅니다. 마리아에게서 아기 예수를 건네받은 시므온은 주님을 내려다보며 경건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시므온 옆에는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한 복음서를 든 여자 예언자 안나가 손가락으로 아기 예수를 가리키며 예언의 진실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두건을 쓴 마리아가 모정 어린 표정으로 포대기를 들고 있으며 맨 뒤에 선 요셉은 시므온 팔에 안겨 천진스레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늘의 형상으로 건축된 성전의 아치 중앙에는 두 천사의 호위를 받는 그리스도를 그려 놓았으며, 성전의 돔 양쪽에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시리라고 예언한 예언자 이사야와 미가의 모습을 그려 놓았습니다. 중세의 전통과 고딕식 사실주의를 결합시켜 찬란한 색채와 대리석의 세련된 장식, 그리고 사각형 무늬로 조성된 바닥의 대담한 공간 구성, 그리고 인물의 사실적이고 생생한 표정은 이 그림을 한층 밝고 생기 넘치게 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 아기 예수의 봉헌

 

▲아기 예수의 봉헌, 렘브란트 반 레인. 1631년, 유채화, 헤이그 모리트슈스 미술관. ⓒCLC 제공

 

이 그림은 넓은 성전 안에서 두 노인이 아기 예수를 만나는 광경을 소재로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의 작품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깊은 통찰력으로 뛰어난 초상화를 제작,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러나 그후로 파산 선고와 아내의 사망이라는 역경을 맞았으나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끊임없이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그의 화법은 독특하여 빛과 어둠의 대비 효과로써 인물의 윤곽을 드러내면서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켜 바로크 회화를 최고조로 발전시킨 위대한 화가였습니다.

이 그림 또한 넓게 깔린 어둠 속에서 솟아나는 빛에 의해 인물들이 환영처럼 드러나고 있습니다. 빛에 의해 드러나는 밝음에 생생한 색채를 가하여 성경 이야기의 주제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둠에 묻힌 높고 넓은 성전 안에서 엷은 빛이 인물 몇 사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빛은 대제사장의 등에서 손등으로 흐르면서 아기 예수 주위에서 빛납니다. 의롭고 경건한 노인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팔에 안고 이 아기가 이스라엘의 영광을 되찾아 줄 분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의 등 뒤로는 여자 예언자 안나가 감격하여 허리를 굽혀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축복을 내리는 대제사장의 손은 자연히 아기 예수에게로 눈길을 가져가게 하며, 어둠 속의 많은 인물들 또한 빛이 모인 아기 예수 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빛이 곧바로 비치는 직사의 명암법으로 어둠에 묻힐 뻔한 인물들을 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빛의 채색을 통해 경건하고도 깊은 종교적 정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독교문서선교회(CLC)는 최근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을 출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고흐 등의 거장들은 수많은 명화들을 통해 예수의 삶을 조명했다. 성탄을 맞아 4회에 걸쳐 책의 제1부 ‘이 땅에 오시다’에 등장하는 명화들을 통해 예수 탄생을 기리고자 한다.

CLC 측은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예수님의 모습과 예술적 탁우월성, 깊은 종교적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자 강규주는 간결한 문체로 초신자부터 기신자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수의 삶과 이를 그려낸 대가들의 명화를 해설하고 있다.

 

#로렌체티 #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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