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 3대 세습을 비판하거나 백안시했던 국제사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이를 공식 또는 사실상 인정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2009년 1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권력 3대 세습을 '공산왕조' 건설이란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특히 중국조차 김 위원장 본인과 북측의 끈질긴 요청에도 김정은이 평양 최고지도자의 후계로 정해진 데 대해 그간 묵시적 인정을 보인 바 있으나 최근까지 권력 최상층부의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신호를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지난 19일 북한이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을 발표한 직후부터 급반전됐다.
먼저 북한과 혈맹임을 자랑해온 중국이 김정은으로의 최고 권력 이양에 관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국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나온 당일 오후 곧바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등 당·정·군의 핵심 4개 기관 명의의 조전을 북한으로 보냈다.
조전에서 중국은 김정일의 사망을 애도하고 북중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당과 정부의 일관된 방침임을 천명했다.
이튿날인 20일 오전에는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창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당·정·군 고위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북한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조문했다.
후 주석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임을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중국의 이 같은 신속한 행보는 김정일의 급사로 최고 권력이 공백상태에 빠질 경우 우려되는 북한 내 대규모 혼란을 막으면서 자국 이익에 기초해 최대 동맹국으로서의 강력한 지원을 과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핵개발과 문제로 북한과 늘 갈등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도 김정일의 사망 발표가 나오자 당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안녕을 깊이 우려하며 어려운 시 주민들에게 염려와 기도를 보낸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이틀 뒤인 21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일은 김정은을 공시 후계자로 지명했고 현 시점에서 변화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김정은의 후계 세습을 사실상 공식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는 김정은의 이름을 처음으로 직접 거명하며 그가 북한의 지도자임을 백악관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셈이다.
이밖에 러시아와 일본 등 한반도 주변 다른 열강도 김정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인정은 없었지만 고위 관리들의 말로 미뤄볼 때 그의 권력 승계를 불가피하나마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대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에 대한 세계 주요국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김정일이 누구도 예측 못한 때 갑자기 숨졌고 그에 따른 북한 내 돌발적 상황 급변이 북한과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도 이롭지 못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