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파에 앞서 어떤 공동체로 초대할 지 고민·연구 필요"

'전방개척' 국제예수전도단 아미뜨 샤르마 선교사 초청세미나
아미뜨 선교사가 '하나님 나라의 나무'를 그리며 다양한 문화 속에서의 예수 그리스도 공동체를 소개하고 있다. 최전방지역에서 사역하고 있어 선교사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지희 기자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미전도 종족에게 예수님을 따르라고 초대할 때 어떤 공동체로 초대하고 있는가?"

국제예수전도단(YWAM) 최전방선교훈련 지도자인 아미뜨 샤르마 선교사는 지난 15일 꿈이있는교회에서 열린 MVP선교회 주최 초청세미나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목회자, 선교사, 선교단체 간사 등 2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타문화 속에서 교회개척'을 주제로 강의한 그는 독특하게도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등 세계 4대 종교를 모두 경험하면서 현지 미전도 종족에게 적절한 교회개척 모델과 선교 전략을 연구해 왔다.

미국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미뜨 선교사는 1976년 수단 선교사로 파송돼 무슬림을 대상으로 교회개척, 지역사회개발, 신학교 사역을 하다 추방됐다. 이후 수단으로 돌아갈 기회를 찾지 못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8년간 무슬림인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교회개척 사역을 하며 최전방선교학교(SOFM)에서 선교사 후보생을 훈련시켰다. 안식년 기간에는 불교권인 태국에서 1년 반 정도 거주하며 불교를 연구했으며, 1998년부터 현재까지는 북인도에서 힌두교인들을 대상으로 교회개척운동을 하고 있다.

같은 국제예수전도단 소속으로, 다국적 선교사들과 가정교회 개척 사역을 하면서 아미뜨 선교사의 사역을 도와온 한국인 이계절 선교사의 저서 '인도에서 자전거 함께 타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선교사는 아미뜨 선교사가 이례적으로 4대 종교를 경험했다며 '자전거 타는 괴물'이라고 부른다. 두 선교사는 힌두 미전도 종족이 사는 곳으로 매일 자전거를 타고 수십 리의 길을 함께 달려 복음을 전하는 일뿐 아니라 선교상담, 선교훈련, 선교회의, 단기여행팀을 위한 강의와 통역 등에서 동역해 왔다. 20년 전인 1995년 서울에서 열린 GCOWE(Global Consultation On World Evangelization) 참석 후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이라는 아미뜨 선교사는 제주 열방대학에서 2주간 강의하고 17일 출국했다. 그는 "한국이 굉장히 발전한 것을 느꼈다"며 "한국이 잘살게 됐으니 한국과 한국교회가 받은 복을 다른 미전도 종족에게 나눠주는 데 더 많은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이있는교회 이수진 목사(좌)가 시작 기도를 하고 있다. 이계절 선교사(우)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지희 기자

■ 다양한 문화 속의 그리스도 공동체 존재

이날 아미뜨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유대 문화, 그리스 문화, 로마 문화, 북유럽 문화 등을 거쳐 오늘날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남은 미전도 종족을 위해서는 기존의 서양화된 기독교를 전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맞는 복음전파 방법과 전략을 연구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교 대상의 문화 속에서 예수님을 가장 명확하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은 비록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제대로 사역 방향만 잡히면 건강한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 없이 무턱대고 선교할 경우, 또는 돈을 주면서 선교할 경우 당장 몇 명의 열매를 거두는 것 같아도 결국 그 열매가 사라지거나 선교사가 돌아가면 신앙을 버리고 다시 자신의 종교와 문화권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아미뜨 선교사는 "대부분의 문화권 사람들은 문화 정체성이 종교 정체성보다 더 강하다"며 "언제부터 무슬림, 불교인, 힌두교인, 천주교인, 그리스 정교인이 됐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라고 대답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평소 종교에 큰 관심은 없지만, 특별한 절기 때는 그들의 종교문화를 따르는 명목상의 신자인 것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따르라고 초대할 때, 어떤 공동체를 소개하고 따르게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하나님 나라의 나무'를 그렸다. 예수님 당시에도 예수님을 믿는 유대공동체는 문화적으로는 유대인이었던 것처럼 역사적으로도 각 문화 속에서 예수님을 믿는 공동체가 있었고, 오늘날에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예수님을 믿는 여러 모습의 공동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아미뜨 선교사(좌)가 이날 세미나를 인도하고 이계절 선교사(우)가 통역을 맡았다.   ©이지희 기자

■ 복음을 전할 때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접근

하지만 문제는 선교 대상에게 복음을 전할 때, 대게 전하는 자가 자신의 문화까지 함께 지킬 것을 바라는 자세다. 아미뜨 선교사는 "야고보는 이방인이 예수님을 따르는데 유대의 모든 관습을 지키게 하여 힘들게 하지 말자며, 3가지를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며 "바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고, 간음하지 말며 우상숭배하지 않는 것이었다(행15:19)"고 말했다. 그는 "사도 바울도 우리 모두 예수님께 접붙임 되어 구원을 얻었지, 유대 관습을 다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많은 경우 기독교는 문화와 함께 전파됐다. 그는 "그리스 정교인들이 러시아와 남인도에서 복음을 전할 때, 예수를 믿으려면 그리스 문화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며 "모스크바 내 정교회 내에는 지금도 그리스어가 사용되고, 남인도의 그리스 정교회에는 사제들이 더운 날씨에도 그리스 문화의 옷을 입고 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은 전 세계에 3억 명이 있다.

아미뜨 선교사는 "로마인들이 4세기부터 북유럽을 점령할 때도 예수를 믿으려면 로마의 관습을 따를 것을 요구했고, 스페인 사람들이 남미를 정복했을 때도 로마 문화를 따르도록 했다"며 "오늘날 교황도 로마에 살면서 전 세계 가톨릭을 이끄는 것 등은 로마 문화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톨릭 신자는 전 세계 12억 명이 있다.

이후 16세기 마틴 루터, 존 칼빈, 츠빙글리 등 종교개혁자들은 5가지 조항, 곧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예수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외쳤다. 이때 시작된 개신교도 오늘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여러 모습의 공동체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할 때 한 사람만 보지 말고 가족, 친척, 이웃까지 공동체 전체를 보고 접근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무스타파'라는 무슬림 형제에게 복음을 전할 때 복음을 전하는 자가 자신의 문화에 속하여 무스타파가 신앙하기 바라거나 그에게 적합하지 않은 문화를 소개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족과 친척 전도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사람을 그가 속한 공동체에서 빼내 와 선교사가 일하기 편한 곳에 두고 제자훈련 시킬 것이 아니라, 그를 가족 안에 머물게 하면서 가족 전체를 전도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물론 선교사는 그의 집을 방문해 가족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제자훈련도 시키고 가족과 친척, 동네 사람들까지 전도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반대로 태국에 사는 소수 부족과 중국인들은 서양 문화로 접근해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다가가면 된다. 그러나 태국인은 불교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서양 문화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미뜨 선교사는 "우리의 사역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전략이 무엇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지 사역팀이 서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앞서 언급한 사도행전 15장 19절 말씀과 종교개혁자들의 5가지 조항을 지킨다면 혼합주의라고 공격만 할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문화 속에서 예수를 따르는 내부자운동이나 상황화, 혼합주의 자체도 서구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옳다고 여기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혼합주의를 우려하고 걱정하면서 사역하기 보다, 미전도 종족이 어떻게 자기 문화 안에서 예수님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부모가 자녀를 기를 때, 넘어지고 다칠 것을 미리 걱정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똑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과 같다.

이날 20여 명의 목회자, 선교사, 성도가 아미뜨 선교사 초청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지희 기자

■ 선교사가 현지 문화 속에서 '성육신 모델' 보여야

이를 위해서는 선교사가 먼저 성육신 모델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아미뜨 선교사는 강조했다. "선교사가 현지인들과 비슷하게 살면서, 그들의 문화 속에서 예수님을 믿는 삶의 모델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면서 잠깐 일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사역의 열매를 맺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교사가 사역할 때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을 요청했다. 첫 번째 무엇을 믿게 할지(믿음의 내용, 메시지), 두 번째 현지인들이 무엇이 힘이 있다고 생각할 지(힘, 능력 대결), 세 번째 그들이 예수를 믿는다면 어떤 공동체에 속해야 할지 등이다. 보통 첫 번째 질문에 많은 관심이 있고, 선교사 교육, 제자훈련도 이 부분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그는 선교사들이 세 번째, 두 번째 질문을 먼저 한 후 첫 번째 질문을 생각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계절 선교사는 "전 세계에는 다양한 기독교 문화가 이미 존재하며, 선교사는 현지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며 "한국이 서양의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부흥했다고 하여 다른 미전도 종족에게도 우리가 받은 기독교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정말 좋은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MVP선교회 본부장 한수아 선교사는 "한국선교 상황에서 이번 강의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선교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다"며 "한국적 선교신학과 선교에 대한 사고부터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 선교사들이 과거 식민지에 접근할 때는 그들 속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더 몸을 낮추고 문화에 적응하는 형태로 가야 했다면, 동양인인 한국 선교사는 똑같이 식민지배를 당한 입장에서 나름대로 문화적 동질감이 형성돼 있다"며 "이 때문에 서구와 같은 접근 방식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모든 선교 현장에서 내부자운동을 적용하자고 하거나 어떤 사역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 대상이 예수님을 더 잘 알고, 잘 믿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아미뜨 선교사의 주장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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