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교계 통일관련 행사에 참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년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류길재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김덕윤 예배실에서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주최의 열린대화마당에 강연자로 나서 믿음, 소망, 사랑이라고 하는 세 가지의 유명한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개념을 가지고 남북관계에 대입을 해서 정리해서 강연하며 이 같이 평했다.
류 장관은 "우리 정부 정책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명명을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정부는 남북 간에 신뢰를 구축해야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년 전에 출범을 했다"며 2년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크게 진전이 안 되었지만 "이런 과정들도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우리를 알아가고 우리 역시 북한을 알아가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우리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한다"며 그렇다고 당장 우리가 북한에게 먼저 양보를 해서 뭔가를 주는 것이 남북한이 믿음을 쌓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통해 북한을 끊임없이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요구하는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 간에 놓인 5.24 문제, 금강산 관광 문제, 이산가족 문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 여러 가지 현안들을 풀기 위해서는 '대화'가 우선이라며 "비록 만나서 싸울지라도 만나지 않고서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작년 연말에 북한에 회담 제의를 구체적으로 했고, 또 그 이후에도 신년 초에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대화를 제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해서 호응해 오지 않는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게 되면 결국 북한이 대화를 할 의사가 없다고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나서 얘기해 보면 북한도 우리에게 불신을 갖고 있는데 북한이 우리에게 갖는 불신, 믿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금년이 광복 70주년, 해방 70주년인 동시에 분단의 70년이기도 하다"며 "70년 거기에 30년만 더하면 100년이 된다. 100년이라고 하면 앞으로 우리가 통일을 지향한다고 했을 때 결코 뛰어넘기 쉽지 않은 그러한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분단 100년을 맞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금년을 우리가 그러한 각오를 갖는데 실패한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30년은 그냥 또 속절없이 다가올지 모른다고 생각을 한다"며 "정부와 민간에서도 그런 것들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인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분명하게 자리 잡게 만들어야 된다고 하는 역사적 의무감, 책임이 아닐까 하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경의선 철도가 연결된 한반도종단철도 시범운행 사업을 소개하며 "끊어진 것이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된 철도 위로 남북의 동포들이 함께 그 열차를 타고 달려본다면 남과 북이 끊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인식한 그 토대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더 발전된 미래를 내다볼 수가 있는 것이다"며 "물론 그 일을 한번 한다고 해서 한반도에 갑자기 통일이 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허황된 사업이겠나?"고 말했다.
또한 "물론 어떤 분들은 그러한 행사들이 혹시 이벤트성 아니냐 하는데 장기간의 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관계를 돌파해 내기 위해서라면 저는 그런 행사를 통해서라도 우리 남북이 하나로 이어져 있고, 그리고 언젠가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그런 움직임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러한 사업들을 행사성이다 하는 이런 식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이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일치단결해서 북쪽에게 사인을 같이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덧붙여 "우리 사회에서 통일문제라고 하는 것은 늘 갈림의, 분열의, 갈등의 주제였지만 이제 이러한 상황을 끊어내야 한다"며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 통일 담론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싸우고 당파적으로 싸우고 견해가 다르다고 다투고 이렇게 해서는 통일을 이뤄낼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통일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길재 장관은 "그런 의미에서 저는 종교계와 기독교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특히 평화통일을 향한 여정에서 갈등과 분열을 덜어내는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결국은 내 생각을 얘기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리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용서와 화해, 사랑 이러한 것들이, 이러한 덕목들이, 이러한 가치가 통일 운동의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우리가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 믿음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퍼주기'라고 하는 개념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을 얘기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한 정책을 저희들은 펴지 않는다. '퍼준다'는 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낳는 표현이라고 생각을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게 퍼주기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최소한의 인도적인 지원들, 그러한 것들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또 남북이 함께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식할 수 있는 그러한 사업들은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에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지원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또한 여러 가지 환경적인 측면에서 도와야 될 일들이 많다며 대표적인 것으로 북한의 살림방제사업, 살림녹화사업들은 매우 긴박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이 같이 공유하고 있는 하천 관리는 함께 해야만 하는 것입이라며 그러한 노력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지원을 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장관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남과 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호혜적이고 또 동시에 우리 민족 전체를 생각하는, 한반도 전체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나간다면 그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믿음이 쌓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자세로 앞으로 믿음을 쌓는 남북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며 교계에서도 많은 협조를 해주기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