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2015 CAL-NET 전국 평신도 지도자 컨벤션이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에서 개최됐다. CAL-NET은 'Call to Awaken the Laity-Network'의 줄임말로 고 옥한흠 목사의 저서 '평신도를 깨운다'와 네트워크를 합친 말로 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 네트워크는 1999년 1월 제1회 제자훈련 평신도 지도자 컨벤션에서 결성된 제자훈련 지도자들의 전국 네트워크로, '한 영혼을 깨워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키우라! 한 성령 안에서 한 교회 됨으로 서로를 돌보아 연합하여 하나님께 경배하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이어령 박사(초대 문화부장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권성수 목사(총신대학교 목회신학대학원 교수)가 주강사로 나서 주제 강의를 맡았다. 또한 큐티 사역, 소그룹 사역, 제자훈련, 다음세대 교육, 지역사회 섬김 등 다양한 주제의 선택 강의가 11강좌가 개설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가나안 성도, 어떻게 품을 것인가?'를 주제로 선택 강의한 양희송 대표(청어람 ARMC 대표)는 최근 출간한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과 관련한 강연과 토론 과정에서 나온 '그들은 왜 떠났나?'. '그들은 돌아올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성격이라고 강연을 소개했다.
양 대표는 먼너 '그들은 왜 떠났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떠난 당사자들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그 경청의 노력이 일정 수준의 임계점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대안노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떠난 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놓지 않았고, 남은 이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방어적 논리로 구성된 관점이 지배적이다"며 "문제의 원인을 교회가 아닌 가나안 성도에게서 찾는 '책임 전가의 논리'로 이어지기 일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증적 선행 연구의 결과들을 통해 '가나안 성도'들이 적어도 규모에 있어서 100만을 넘어서며 그 내용에 있어 교회 주변부에서 종종 벌어지는 자연적 탈락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교회를 출석했던 이들이 교회의 중심부에서 이탈하는 현상이라고 보았다"며 또한 "이런 일은 한국뿐 아니라 서구에서도 주목할만한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적 맥락은 또 다른 부가적 설명을 필요로 한다"며 개신교의 낮은 사회적 신뢰도를 언급하며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란 패러다임이 3-40여년간 지배적이었던 한국 개신교가 패러다임 전환기의 충격파'를 겪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문학 열풍'의 한국 사회가 제기하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한국 개신교는 적절히 답하고 있는지, 그런 질문을 용납하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라도 마련돼있는지 질문하며 "사람들은 점점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을 교회나 목회자가 아닌 외부에서 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멘토'와 '힐링'이 넘쳐나는 현상과 더불어,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이 '종교적 뉘앙스'를 강하게 띠는 것은 이 문제에 있어 드러난 '교회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 가나안 성도는 교회는 '탈옥' 한 곳...목회자 이식과 '괴리'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성도'들을 목회자들은 '잃어버린 양'(lost sheep)이라고 개념화하는데 가나안 성도들은 자신의 상황을 '탈옥'(prison break)이라고 부른다며 "그곳이 아버지의 집이 되지 않는 한 가나안의 귀환은 없다. 이 인식의 현격한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 바깥으로 나간 이들이 경험하는 공백을 파고드는 우려스런 경향들이 있다"며 신천지를 비롯한 각종 이단이나 열광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근본주의 집단들을 꼽으며 "전적으로 교회에 대한 소속감에 의지해서 신앙생활을 해온 이들은 교회를 떠나는 순간 이런 부분에서 상실감에 휩쓸려 유사한 강도와 경향의 집단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의 권력 남용이나 우민적 집단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좀더 제대로 된 대안을 찾아 교회들을 순례하거나 신뢰할만한 신앙적 네트워크에 느슨하게 접속해 있게 된다"며 그러나 현재의 교회 개혁 노력이나 대안교회 운동, 작은교회 운동, 공동체교회 등이 성과를 얻을 여지는 있지만 '작은 교회'라고 해도 풀어야 할 문제는 결코 작지 않고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작은 대안이라도 하나의 대안이 나오려면 고단위의 지식과 통찰이 투입되어야 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과 성과가 축적되어야 한다"며 "대부분의 대안 그룹들은 이런 '배후의 지원'이나 '수평적 연대'의 지지 없이 홀로 고군분투하다 주저앉고 만다. 혹은 '대안'이란 명찰은 달고 있으되 내용상 기존의 것을 크게 개선하지 못한 어떤 것을 붙잡고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 제도를 절대화 한 교회... 그 자체가 '우상숭배'
양희송 대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며 이에 답하기 위해 '교회'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교회를 뜻하는 헬라어 '에클레시아'는 그 시대에 널리 쓰이던 보통명사이다. 어떤 목적, 사명을 위해 소집된 회중을 일컫는 말로, 주로 '전쟁을 위해 모인 군대'나 '민회를 위해 모인 시민들의 회합'을 뜻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목적에 따라 유효 기관과 적정 규모가 정해지는 것이 마땅하지 그 반대가 아니다. 오늘날 교회는 사명 의식은 희박하고, 영속성과 성장만이 존재 목적인 듯 보인다"며 "에클레시아는 제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긴밀한 상호관계가 벌어지는 장으로 이해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제도를 지나치게 숭고화하고 절대화하면 그 자체가 우상숭배가 된다. 그 위에 성직주의가 깃들이게 마련이다"며 "교회론 논의의 숨은 의제는 언제나 '성직주의'(clericalism)문제이다. 목회자의 역할과 지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며 목회자와 성도 각각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정돈되지 않은 토대 위에 집을 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회자를 축구경기의 '감독', 함께 길을 가는 동반자 등으로 비유하며 '홀로 득점하는 최전방 공격수'가 되거나 '언제까지나 성도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며 영적 유치원에 머물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복=출세', '구원=편안합' 기독교전 언어 개념 다시 회복해야
두번째로는 '기독교적 언어' 확보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기독교 단어와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빈곤하다"며 "기독교 신앙의 '복(福)'과 '구원(救援)'은 '출세(出世)'와 '편안함'으로 거의 대치된 듯이 보인다.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지 않고 현실체제 안으로 주저앉아버린 개념을 과잉된 수식어와 단편적인 예화와 맥락 없는 흥분으로 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외부와 소통하는 이중 언어 구사 역량을 갖추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며 '무신론자도 신앙에 대해 묻는 시대'에 '인문학 열풍의 와중'의 사람들이 제기하는 질문에 답하는 심화된 노력들이 나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적 이슈들에 적절한 방식으로 토론하는 장에 나설 줄도 알아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대학을 순회하며 고급한 신앙적 논의를 펼치는 '베리타스 포럼'의 사례를 참고하라"며 대중적으로 이를 잘 수행한 사례로 김용규의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고 이병철 회장이 묻고 철학자 김용규가 답하는 신과 인간에 관한 근본적 통찰' 같은 책을 꼽을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가 '동성애',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문제에 개입하는 방식은 공론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장 바깥에서 압박하거나 공론장을 붕괴시켜버리는 전형적인 '비소통적' 태도이다"며 "이런 방식이 지속될 경우, 한국 개신교는 공론장에서 아예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우려했다.
■ 말 따로 행동 따로 아닌 '언행의 일치' 보여 줘야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기독교가 가나안 성도들을 위해서 해야할 일로 "삶의 정황을 다시 살펴야 한다"며 '말과 그것이 수행되는 삶의 자리'가 일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잠깐의 한국 방문 기간 중 파격적 인상을 남긴 프란체스코 교황은 사람들이 종교인에게 기대하는 말과 행동이 절묘하게 겹치는 장면을 여러번 보여주었다"며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이후 한국 교회에는 이 사건을 다룰 '언어'가 없었고 그에 값할 '행동' 양식이 결여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계 연합기구, 대형교회 목회자 등의 잇단 설화와 구설수로 개신교가 옹색해지던 와중에 김홍술-방인성 목사가 광화문 광장에서 40일간 단식한 것이나 복음주의권 교회와 선교단체가 주축이 돼 월요일마다 10주가 넘게 거리에서 개최한 예배 등이 약간의 반례가 되었다"고 평했다.
그는 "교회로부터 이탈하는 모든 행동과 경우가 다 정당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며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 이탈은 '이 땅에서 에클레시아의 왜곡에 대한 강렬한 항의'일 수 있다며 "가나안 성도 현상은 '이런 목회', '저런 교회' 수준으로 격하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아나선 사람들의 이야기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목회에 대한 열망'이 '하나님의 에클레시아'가 되려는 열망을 잡아먹어 '하나님 나라'가 드러나는 것이 제한된다면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교회 너머'를 꿈꾸지 않겠는가라고 질문하며 "가나안 성도 현상이 단순히 교회 이탈 현상으로만 포착되지 않고 그들의 암묵적 지향이 어디를 향하는가까지 문제 삼아 논의되는 것이 마땅한 이유는 그것이 한국 개신교가 결국은 통과해야 할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성도 수가 줄거나 '가나안 성도'가 급증한다고 위기론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더 중대한 위기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는다. 에클레시아가 '하나님 나라 복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향점과 방법론으로 유지존속하는 현실은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다"며 "(가안 성도들의)몸짓은 주의 나라가 하늘에서뿐 아니라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며 기도하는 그래서 어떻게 에클레시아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제도권 내의 숱한 목회자들이나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지, 절망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편 제100기 제자훈련 제도자 세미나가 오는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개최된다. 등록은 오는 9월 오전 9시부터 인터넷으로만 선착순으로 350명 지원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