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사연 칼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소탐대실의 우(愚)' 범하지 말자

[기독일보=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미국은 총기 소지의 자유가 허용된 나라이다. 미국에는 3억 자루의 총기가 있으며, 성인 4명 가운데 1명은 최소한 하나의 총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3만 명이 총기 사고 때문에 사망하고 30만 건의 총기 관련 공격 행위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총기 폭력으로 매년 1천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의 총기 소지 자유화는 미국 특유의 개인주의 문화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자신의 안전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총기를 소유하는 것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간섭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학교나 극장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등의 끔찍한 총기 사고가 발생해도 총기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마음과 삶 속에 뿌리박힌 개인주의 문화 때문이다.

▲총기사고에도 총기 옹호론을 펼치는 미국   ©연합뉴스TV 캡처

필자는 그동안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행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비판하면서 법의 도구적 특성에 대해서 강조한 바 있다. 개인의 자유 내지는 인권을 강조하는 세력들이 마치 차별금지법만 제정되면 이 땅에 모든 차별행위가 뿌리 뽑히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구현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자유와 평등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대선(善)은 아니다.

법은 총과 같은 도구에 불과하며, 법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이 사회를 파괴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이기(利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이러한 법의 도구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의 한 빵집에서 동성애 커플이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빵집 주인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케익 제작을 거부했다. 지방법원에서는 동성애 권리를 무시했다는 취지로 '미국의 차별금지법'을 적용해 빵집 주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다른 빵집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 고객이 케이크 위에 '신은 동성애자를 혐오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케이크 위해 장식된 게이커플에게 'X'자 표시를 새겨줄 것을 요구했으나 빵집 주인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그 고객은 빵집 주인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무시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동일하게 빵집 주인을 고발한 것이다.

▲반동성애 메시지를 담은 빵 만들기를 거부한 빵집 주인   ©아시아투데이 보도 캡처

두 사건의 고객들이 빵집 주인을 고발한 이유는 서로 상반되었지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이라는 총을 쏘아대는 모습은 흡사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고를 통해 미국의 총기 자유화를 비판했던 '볼링 인 콜럼바인'라는 영화에서 주장하듯이 총기 소지의 자유는 미국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기보다는 그것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다. 총기의 위력이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미국인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이다.

이와 같이, 차별금지법 또한 차별과 혐오를 통제하고 자유와 평등을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며 서로에게 고소, 고발을 난사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차별금지법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벌어졌다.   ©자료사진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은 개인의 권리보다는 공동체의 협력을 강조하는 문화이다. 우리나라가 총기 자유화를 통한 개인 권리의 보장보다는 총기 규제를 통한 공동체의 안정을 우선시했듯이, 개인 권리의 보호에 초점을 맞춘 서구적 차별금지법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공동체의 화합에 초점을 맞춰, 전통과 윤리규범으로 유지되어온 질서와 개인 권리 보호의 조화를 우선시 해야할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이기(利器)가 되기보다는 권리의 대립, 사상의 대립, 종교의 대립을 격화시키는 흉기가 될 가능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글ㅣ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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