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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협 주최 납북인사 가족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가 경동교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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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60년 세월 남몰래 아픔을 삼켜야 했던 납북인사 가족들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목사, 이하 한목협)는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개최했다. 예배에는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 협력 아래 20여명의 납북인사 가족들이 참석했다.
사랑하는 혈육과 생이별을 경험했음에도, 납북인사 가족들은 그간 위로는 커녕 ‘가족이 북에 갔다’는 이유로 오히려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연좌제’ 때문에 사회로 진출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납북인사 대부분이 가정의 ‘가장’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했다.
냉대와 질시 속에 오랜 시간 살아온 이들에게 남아있던 상처와 응어리는 이날 행사로 조금이나마 풀린 듯 했다. 현황을 소개한 납북인사 가족 김성호 목사(북한인권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사회도 정부도 그간 저희들을 외면했는데,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며 감격해했다. 김 목사는 “피난 시절 부산에서 강원용 목사님과 청년운동을 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목사님이 계시던 경동교회에서 이런 행사를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김 목사의 보고에 따르면 6·25전쟁 때 납북된 8만여명의 민간인들 중 기독교 지도자들은 194명이며, 북한에 의해 피살된 이들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370명에 달한다. 납북된 기독교 지도자들은 형무소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켰고, 간수들에게 “예수 믿으라”고 권하다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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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였던 아버지가 6·25전쟁 때 납북된 김성호 목사(왼쪽)가 박종화 목사를 찾아가 물망초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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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일 이사장도 이날 감사인사에서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한목협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이 내밀어 주신 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예수님의 피 묻은 손”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소외되고 고통받던 저희들을 사랑으로, 하나님 은혜로 초대하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저희들도 이제 받은 사랑을 작은 자, 억눌린 자들 위해 나누면서 우리 문제도 해결하고, 나라 발전도 도우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장소를 제공한 박종화 목사는 “저희 교회도 함경도 피난민 출신들이 주축이었고 지금도 이산가족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토요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때가 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아픔들을 뭉쳐놓고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인사했다.
전병금 대표회장은 “여러분들께서 연좌제로 의심도 받고 고통도 많으셨을텐데 함께 좋은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며 “위로를 전해드리고, 김정일 사망 이후 남북관계도 화해와 교류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구 상임회장(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설교에서 “그간 여러분들께 관심을 갖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가장 낮은 곳에 오신 주님처럼 작으나마 여러분들에게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납북인사 가족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지난해 전쟁 발발 60년만에 전쟁납북자 관련특별법이 제정됐다. 이후 지난 8월 1차로 전쟁납북자 55명을 ‘납북피해자’로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에게는 가족찾기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이에 성탄예배를 개최하면서 한목협이 발표한 호소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뺏기고 남겨진 8만여 가족들은 북녘을 향해 애태우며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낮은 곳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들을 위로하면서 한국교회와 사회,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관심을 가져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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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일 이사장(앞줄 맨 왼쪽)을 비롯한 납북인사 가족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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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곤 목사(안양석수교회)가 낭독한 호소문에는 △한국교회가 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보이고 기도해 힘써 달라 △정부와 관계당국은 전쟁납북자 관련입법 활동과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힘써 달라 △정부와 국제사회는 전쟁납북자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 등의 요구사항이 채택됐다.
특히 많은 시간이 흘러 납북인사 배우자들은 30여명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상태로, 더 늦기 전에 납북인사들의 생사확인은 물론 소식탐지, 유해송환, 생존자 보호 등의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관심을 늘리기 위해 ‘물망초 배지 달기’ 캠페인도 시작한다. ‘저를 잊지 마세요(forget-me-not)’라는 꽃말의 물망초 모양 배지 달기는 잊혀져가는 전쟁납북자 포함 10만명의 납북자들에 대한 문제해결 촉구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들과 외교부 등 정부부처 장관들이 배지를 달고 등장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범국민 캠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목협은 회원교회들의 성탄헌금 총액 중 10%를 성탄예배 헌금으로 책정하고, ‘물망초 배지 달기’ 캠페인을 후원할 계획이다. 또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납북인사 가족들에게 성탄을 맞아 선물을 증정할 예정이다.
한목협은 지난 1998년부터 성탄절마다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려왔다. 그간 판자촌 주민들, 조선족 동포들, 외국인노동자들, 노숙인들, 탈북동포들, 청소년들, 재해민들, 미혼모 자녀들, 결혼이민자들,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사랑을 나눴다.
#성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