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핵그련)'는 지난 29일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수명 다한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노후 원전 월성 1호기 폐쇄를 촉구했다. 핵그련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문용식 사관)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기도회는 내달로 연기된 원안위의 월성1호기 재가동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도회에서 안홍택 목사(고기교회, 핵그련 교회위원회 위원장)는 기도를 통해 "원전사고에는 희망도, 사랑도, 믿음도 있을 수 없는 어두움과 죽음"이라며 "후쿠시마는 맘몬 앞에 무릎 꿇는 인류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묵시적 사건"이라고 고백했다.
또 핵그련은 성명을 발표하며 "재가동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에도 어폐가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성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정성과 우리의 생명"이라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갑상선암발병률을 보이는 월성 원전 인근 주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후 원전 폐쇄는 월성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배를 마친 핵그련 회원들은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 있는 '월성원전 인접주민 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 농성 천천막을 방문하여, 월성1호기의 폐쇄 및 생존권을 요구하는 나아리와 나산리 주민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주대책위 김승환(66) 씨는 "처음부터 월성 원전을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생기면 포항제철 인근 지역처럼 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될 것처럼 들었고, 건설 당시 강제수용으로 논과 밭, 바다까지 다 내줬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수원 직원의 가족들조차 원전 인근에 마련된 사택에서 살지 않는 것을 보며,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원안위에 대한 불신과 인근 지역에 대한 안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발했다.
박호보(70) 씨는 "월성1호기 가동이 중단된 이후 그나마 방사선 수치가 줄어들었다"며 "원전을 지을 때마다 (제한구역 경계거리)914미터 밖으로 쫓겨났다. 농지도 없고, 조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3차 산업을 해야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아 그마저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역의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접 지역 주민 체내에는 경주 시내와 비교해 삼중수소 농도가 2,3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그는 "국가경제를 위해서 1호기를 재가동해야 한다면 인접 주민이라도 이주를 시켜달라는 것"이라며, 매입자가 없어 재산권 행사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민 이주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근에 살고 있는 김진일(66) 씨는 "월성에서 만든 전기를 전 국민이 사용하고, 경제활동으로 혜택을 받는다. 왜 우리는 혜택은커녕 피해만 감수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밀양, 청도에 송전탑 문제가 있지만 발전소 인근 지역의 높은 산에는 전부 철탑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현장에서 봐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주민들은 "우리는 궁극적으로 몇 십 년씩 살아 온 이 지역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제발 이 지역이 사람이 살기에 안전한 지역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교회가 이렇게 약자인 우리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주어 고맙다"며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들의 고통 받는 상황을 교인들과 사회에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이에 핵그련은 오는 2월 9일에 있을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국민선언'에 동참하는 등 월성주민들을 돕고, 노후 원전을 폐쇄해 나가는 일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