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청와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백지화를 두고 연 이틀째 진화에 나섰다.
앞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근로소득자는 보수 외 소득이 있을 경우 세부담이 늘어나고 피부양자 부담이 늘어나면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올해 안에는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오전 건강보험료 부과기준과 관련해 이틀째 진화에 나섰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는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에게 "건보료 개편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며 당정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연말정산 방식 변경에 이어 건보료 개편까지 당·정·청이 제대로 된 조율도 없이 정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서둘러 수정하는 식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연말정산으로 악화된 여론이 건보료 개편이 미뤄진데 대해 여당의 주요 지지층인 고소득자의 불만이 더해질 것으로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고소득자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물리는 대신 저소득층의 부담은 줄여주는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당정이 건보료 개편을 논의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백지화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는데 많은 설명을 할애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건보료 문제는 백지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뒤 "어떤 정책이든 이 정책이 잘 실행될 수 있을까 챙겨봐야되지 않냐"고 운을 뗐다. 이어 "추진단에서 건의한 여러 안이 있는데 그쪽에서 철저히 시뮬레이션을 했을테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예측대로 움직이는지 검증도 해야 한다"며 "연말정산도 생각보다 많이 토해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건보료 개편안 같은 경우는 2011년도 자료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보다 업데이트 된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여당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이 바뀌면 당정회의에서 그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해서 처리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또 "정책이 현실적으로 적용이 됐을 때 예상하지 않은 문제가 제로(0)가 되는 게 가장 좋다"며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제로가 되기에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한계가 있으니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건보료 개편안이 다시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 "제출할 수 있느냐는 것은 당정협의에서 논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청와대의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개혁 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방향으로 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상의할 게 있으면 하겠지만 그 구체적 방법은 기본적으로 당정에서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건보료 개편 작업을 중지한 것과 관련한 청와대의 판단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판단하셨다"며 "우리의 기본 입장은 모든 정책은 불필요한 마찰 없이 순탄하게 개혁 정책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