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전용재 목사) 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감리회 본부 18층 회의실에서 '감리교회, 과연 민주적인가? 감리교 개혁, 여성의 입장에서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5차 감리회 개혁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포럼은 발제 및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백삼현 장로(여선교회전국연합회 부회장)과 정해선 국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 발제를 담당했다.
백삼현 장로는 '감리교회 여성정책의 현실'이라는 발제에서 먼저 "한국감리교회는 1931년 처음으로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였으며 1955년 한국기독교여성사에 기록될 만한 중요한 사건으로, 첫 한국인 여성목사를 탄생시킨 바 있다"며 "그렇다면 일찍이 여성목회에 대한 개방적이고 협력적 자세를 보여 온 감리교회 현재 여성의 위상은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서두를 열었다.
백 장로는 감리교 여성 목회자 현황에 대해선 "감리교회는 다른 교파에 비해 일찍이 여성목회의 길을 개방하여 여성목회자에게 남성목회자와 동등한 자격과 기회를 부여하는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선구자적인 모습은 1972년 10월 총회에서 만들어진 '담임자로 결혼한 여자 목사는 교회 담임을 계속할 수 없다는' 내용의 차별조항으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이 독소조항을 폐기하려고 여성목사들 뿐 아니라 여선교회의 지속적인 법 개정을 위해 투쟁함으로 마침내 1989년 11월18회 특별총회에서 문제의 조항을 삭제하는 장정개정안이 통과 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2005년 '한 교회에서의 부부목회 사역을 금지'하는 조항과 '100인 이하 교회는 부담임을 둘 수 없다'는 조항이 만들어졌고, 2007년 '부부 목회의 경우 다만 담임자의 배우자가 해당분야의 기관사역을 원할 때에는 구역 인사위원회의 결의와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연회감독이 기관목사로 파송할 수 있다'고 수정된 바 있다"고 전했다.
감리회 여성 평신도의 현황에 대해선, "여선교회전국연합회는 1978년 10월 총회에 '총회 총대를 뽑을 때 평신도 총대의 3분의 1은 여성으로 해달라'는 건의를 상정했다. 1974년 처음 여성대표 40% 참석을 건의하며 투쟁한지 10년만인 1984년 10월 16회 정기총회에서 감리교 의회(지방회,연회,총회) 평신도 대표 중 "가급적 여성이 3할 포함 되도록 한다"는 규정을 장정에 삽입하는 결실을 맺었다"며 "감리교 여성 30% 참여권 확보는 다른 교파와 다른 교파의 교회여성들에게도 자극이 되어 여성의 교회정치 참여확대 운동으로 연결됐고, 그것이 바탕이 된 대표적인 예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의회 기구의 30%를 여성에게 할애한 것을 들 수 있다"고 감리교가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한 결과들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백 장로는 "2014년 제31회 총회 총회대표 중 여교역자는 전체 목회자 중 0.5%, 여성 평신도는 7.7%로 여성대표는 전체 대표 중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31회 입법총회 회원의 여성회원은 3.7%에 그치고 있다. 제30회 총회 본부 산하 위원회 및 이사회 위원의 남녀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총 232명의 위원 중 여성위원의 수는 14명으로 전체위원 중 6%, 제31회 총회 본부 산하 위원회 및 이사회 위원의 남녀 구성 비율 총 408명의 위원 중 여성위원의 수는 14명 (3.4%) 뿐이다. 제도적으로 명시되어있는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상을 볼 수 있다"며 감리교 내 양성평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리교를 향해 "감리교회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며 의사결정기구의 민주적 제도를 위한 방안으로 여성과 남성, 평신도와 목회자가 모두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여성참여에 관한 건, 평신도 단체장의 의사결정참여에 관한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백삼현 장로는 또 "여성평신도 뿐만 아니라 평신도와 목회자의 감리교회 내 양성평등의식 확산을 위한 정책과 교육, 여성목회자와 평신도에 대한 차별적 관행과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의 마련"을 건의했다.
정해선 국장은 '한국교회 여성정책과 현안'이라는 발제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9회 총회(2014년) 총대 251명 중 52명(7.2%), 실행위원 136명 중 3명(2%), 위원회 380명 중 23명(6%)으로 여성의 참여의 폭이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13년 12월말 목회자 통계에 따르면, 단독 목회를 하는 목사 1,486명 중 여성목사는 78명(5.2%)이다. 또 지난해 감리교여성연대가 주최한 "2014년 양성평등포럼" 자료집에 따르면. 감리교회 산하 위원회와 이사회 위원의 '여성장로' 비율은 10개 부서 18명(7.4%)으로 여성비율이 3.2% 증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의결기구의 여성참여는 배제 또는 저조한 상태로 볼 수 있다"며 대표적인 두 교단의 여성 통계만 비교해 봐도 사실상 주요의결 기구의 여성참여의 부재가 역력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 공동의 여성정책 과제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설치 ▲양성평등 의식교육을 의무화 ▲의사결정 기구에 여성 할당제를 법제화 ▲여목회자 담임목사 청빙 확대, 부담임 목사 청빙시 여성할당제 도입 ▲임신, 출산, 양육을 위한 제도마련 ▲성인지 예산 책정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선 사회를 맡은 박경양 목사가 "교회가 여성을 차별한다면 결국 여성이 교회를 버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의 시정은 교회 생존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개혁특위와 목회자들에게 우리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사실 여기에 있는 우리도 여러분들의 의견을 반영해줄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 길을 안내해 줄 수는 있다. 개혁특별위원회는 감리회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장정개정안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장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장정개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입법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비로서 장정개정은 완성된다. 그런데 장정개정위원회에는 여성이 한명도 없다. 입법의회 의원 500명 중 여성은 18명 뿐이다. 입법의 모든 칼 자루를 남성이 쥐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박 목사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힘을 모아야 한다. 감리교회에서 여성의 참정권 확대하려면 여성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 찾기를 넘어서 그것이 미래에 감리회가 살 길이라는 소명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앞으로 수십년동안 이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감리회는 역사상 여성의 참정권 확대 등 개혁을 위한 가장 우호적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감리회가 공식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든 것이 역사상 처음이고, 개혁특별위원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세대와 성, 이념과 지역 등이 균형을 이룬 위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성의 참정권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우호적인 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그런 분들이 개혁특별위원회이 모여 새로운 개혁의 문을 열려는 시점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적극 활용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NCCK 정해선 국장은 "교회 부임하면 피아노 5cm씩 옮기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집요함, 지속성이 필요하다. 92년 여선교회 간사를 할 때 들은 이야기인데 지금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여성의 눈으로 장정에 대해 연구하는 팀을 만들어서라도 집요하게 문제를 살펴보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감리교 장정들 사이에 상충하는 것들이 있다. 또 양성평등에 대한 감리회 산하 신학대학교에서의 교육도 부족하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집요하게 보는 눈이 있어야 제도개혁을 비로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개혁이 이루어져야 남성중심, 성직자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혁을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법적 개혁이 아니라 교회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감리교는 민주적인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게 장정이다. 장정개정을 통해 교회 문화를 바꾸는 일 집요하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한 권사는 "나는 백삼현 장로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 나는 당회에서든 어디서든 발언을 잘 안하는 편이다. 스스로 여자라는 생각을 한다. 목사님을 예우하고 존경하는 차원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오늘 모임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성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발언했다.
또 다른 권사는 "지금 교회에서뿐 아니라, 감리교 내에서 목사님들이 너무 권위적이다. 그래서 여성은 힘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회 때도 우리의 생각은 이렇다 하고 발언을 해도 힘이 없다. 안 그런데도 있겠지만, 여성들조차 의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운털 박힐까봐 전전긍긍한다. 장로 세우는 문제도 목사님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목사님 스스로 여성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