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언약 사상, 고대 근동 결혼·입양 계약에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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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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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대학원대학교 '개신논집', 손석태 박사 논문 실려
▲손석태 박사 ©기독일보 DB   ©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일반인들과 성도들의 신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기독일보는 개신대학원대학교 교수논문집 개신논집의 2014년 마지막호에 실린 손석태 박사(개신대학원대학교 명예총장)의 '창세기에 나타난 언약사상의 기원과 배경'을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손석태 박사는 "창세기 신학의 핵심은 언약사상이다. 하나님과 아담, 하나님과 노아, 하나님과 아브라함 사이의 언약이 창세기의 핵심을 이룬다"며 이 언약 사상의 기원과 배경을 설명하며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고대근동의 국제정치조약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점에 동의하며 따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대 근동세계의 민간에 있었던 결혼 계약이나 입양 계약이 성경의 계약 개념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반 서민들이 친족 관계를 맺는 언약이 국제 정치 조약보다 더 앞선 고대적인 관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개신대학원대에서 주관한 개신 세미나에서 발제하며 "이러한 주장을 한 학자들로는 하버드 대학의 F.M.Cross, 고든 코넬의 교수였던 Gordon P.Hugenberger, 그리고 한국 개신대학원대의 손석태 등인데 St.Vincent Seminary의 Scott Hahn이라는 교수는 미국 예일대학교 출판사에서 출판된 그의 책 'Kinship by Covenant'에서 이 세사람이 바로 성경의 계약사상의 기원을 밝히는 'Foundation Work' 곧 기초작업을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 계약'에 대해 설명하며 "고대 근동 세계에서는 일찍부터 결혼할 때나 이혼할 때에는 계약서를 써야만 법적 구속력을 갖고 그 효력이 발생했다. 함무라비 법전 128조를 보면 '어떤 사람이 아내를 얻고 그 여자에게 계약서를 써주지 않으면 그 여자는 아내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예레미야 3:8에는 '배역한 이스라엘이 간음한 일 때문에 내가 그를 내쫓고 이혼증서를 주었으나, 이를 보고도 그의 배반한 자매 유다가 두려워하지 않고 가서 음행하는 것을 내가 보았다'는 말씀이 있다"고 했다.

또한 "고대 근동에서는 남녀가 결혼을 하면 계약서를 쓰고 결혼 잔치도 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에쉬눈나 법전 27조와 28조에 나온 결혼 계약과 결혼 잔치에 대한 규정을 소개했다.

손 박사는 "우리는 고대 근동 세계에서 결혼은 계약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있었고 이것이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며 또한 "결혼 계약서에는 배우자들이 이혼하게 되었을 경우에 대한 규정들도 함께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여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결혼 선언 공식이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똑같이 사용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을 때 '내가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내가 너희 하나님이 될 것이다'(출 6:7)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다'(렘 31:33) 등의 언약공식은 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 사용하던 결혼 공식을 차용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입양 계약'에 관해서도 "입양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입양문서를 작성하고 왕이나 법정 대리인의 날인이 필요했다. 입양문서도 입양 사실과 더불어 입양이 철회되었을 경우 서로 배상해야할 규정을 정하고 있다"며 "이는 '너희가 내 백성이 아니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다'(호 1:9)라고 하신 말씀은 입양 파기 선언이다. 창세기 15:2-5에 나타난 여호와와 아브라함 사이에 주고받은 상속자에 관한 대화 속에도 이같은 언어 구조상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손석태 박사는 "기독교 신학은 하나님께서 창조시 아담과 언약을 맺었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비록 창조기사에는 하나님과 아담이 언약을 맺었다는 명시적인 기술이 없지만 예레미야 31:35-36과 33:20-21,25 등은 하나님께서 피조물과 언약을 맺었다고 밝힌다"며 "어떤 주제를 나타내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신학적 개념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과 아담이 맺은 언약'을 설명하며 그는 "고대 근동 세계에서는 왕은 신을 대신하여 신민을 통치하는 자라고 믿어 신의 형상으로 여겼다"며 "사람의 위로는 하나님이 계시고 아래로는 만물이 있다. 앛조의세계에는 하나님-사람-만물이라는 조직과 위계질서가 있다. 사람은 창조자도 아니고 주인도 아니다. 하나님을 대신할 관리자이다"고 했다.

이어 "대왕인 하나님께서 사람을 왕으로 세워 모든 피조물을 통치하도록 권한을 위임하셨다는 묘사는 고대 근동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주와 속주와의 계약관계와 유사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창조 세계에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언약적 관계성이 있다고 말한다"며 "예레미야는 창조시에 하나님께서 그의 피조물과 언약 관계를 맺으셨음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과 아담, 하나님과 피조물간의 언약적 연대성은 아담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전체 피조세계에 공유됨을 통해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손석태 박사는 "창세기의 언약은 본질적으로 관계에 대한 언약이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창조물 가운데서 아담을 대리통치자로 세워서 종주와 속주의 관계를 맺으시고 이 언약의 틀 속에서 아브라함을 선택하셔서 그의 후손을 그의 백성으로 삼고자 다시 어약을 맺고 이를 역사 속에서 실행해나가시는 이야기가 바로 창세기이다"며 "따라서 창세기를 흐르는 중심 주제는 관계이며, 이 관계를 법적인 구속력을 갖도록 만드는 제도적인 장치가 언약이다"고 했다.

또한 최근 개신대학원대학교 주관 개신 세미나에서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피조물 등이 서로 관계를 맺고자 할 때 관계 상대자를 선택하게 되고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게 하기 위하여 말하자면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하기 위하여 계약을 맺고 이 관계를 깨트릴 때에는 일정한 벌칙이 있고, 또 깨어진 관계를 되살리는 회복의 요소들이 있다"며 "그렇다면 계약은 관계라는 면에서 볼 때 관계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하나님은 사람들과 관계를 갖기 위하여 언약을 맺으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은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에 선택-언약-교제-파약-회복이라는 사건들이 역사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것들은 '관계'라는 주제에 포함되고 있는 개념이다"며 "구원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통한 관계의 회복이다. 우리의 이 생에서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삶은 바로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삶이다. 이 복음 가운데 계약이나 언약이라는 개념은 너무 깊이 숨어 있어서 흔히들 이 개념이 있는 줄도 모르며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의 중심 주제로서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하나님의 영광과 임재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나는 너희 하나님이고, 너희는 내 백성이다'라고 말씀하심으로 법정적 언약 관계를 맺으신다. 그러나 이 법정적 언약 관계보다 더 밀접하고 인격적이고 심오하고 내면적이며 신비한 하나님과의 연합 관계를 실존적으로 기술하는 말씀이 '네가 내 안에, 내가 네 안에'라는 말씀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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