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잘한다’는 말보다 더 듣고 싶은 것은…”

목회·신학
오유진 기자
도곡동 기쁜소식교회 김영준 목사 인터뷰

번화한 빌딩가와 타워팰리스가 자리한,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소재 기쁜소식교회의 김영준 목사. 그는 소위 ‘TV에 나오는, 설교 잘하는 목사’로 꼽힌다. 그는 나이 마흔 살이던 2000년에 개척한 교회를 현재는 매주 1,500여명이 출석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김 목사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인생에 대한 허무, 사람에 대한 실망은 강남이든 어디든 다 똑같다는 전제하에, 인생에 대한 의미를 제시하려고 노력하며 정직하게 목회해왔다고 말한다. 세상과 우리 삶의 모순, 내 안의 갈등에 대해 하나님의 진리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영준 목사의 일문일답.

 

 

▲기쁜소식교회 김영준 목사.

 

-“설교 잘하는 목사”라고 불리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가? 한 언론에서는 목사님을 ‘초엘리트 목사’라고 소개했다는데.

“설교를 잘한다는 말보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는 말을 듣고 싶다. (설교 실력이) 목회 은사 중 두드러졌다는 평은 들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했다. 초등학교1학년 반장선거 때 말 잘한다고 뽑아주더라. 한국어를 잘하니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난 후 영어습득도 빨랐다.

한 가지 예로, 캐나다에서 한 토론대회가 있었는데, 1차 토론은 주제를 2달 전에 주고 학교 대표끼리 경합을 벌이는 것이었고, 2차 토론은 1시간 전에 주제를 주고 즉흥식 찬반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미리 준비해도 부족한데, 거기서 내가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다. 생각을 빠른 시간에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것에는 자신 있다.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콜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왔다. 철학적인 사유, 논리적인 발표능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훈련이 된 것 같다.

나는 기독교 변증론에 관심이 깊다. 철학과 논리로 기독교의 신학을 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화론과 무신론에 대해서는 성경을 덮어놓고 ‘무조건 믿어라’고 한다면 설득할 수 없다. 여러 이유로 성경이 왜 믿을 만한지 늘 생각하면서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말재주는 재능과 학습을 통해 생겨났지만, 목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신앙의 1세대 목사님들이었다. 조용기 목사님 설교말씀을 어릴 때 테이프를 통해 많이 들었다. 그 안에 전달되던 영성과 뜨거움을 아직도 기억한다. 또 한국교회를 경험해 보는 게 어떠냐는 지인의 권유에 풀러신학대학원 졸업 후 1년 동안 명성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한 적이 있다. 김삼환 목사님께도 역시 말씀을 전할 때 전달하는 영성을 본받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은 곽선희 목사님이다. 목사님과의 인연은 내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중 LA영락교회 목사의 추천으로 1993년 소망교회 부목사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곽선희 목사님의 어떤 점에 영향을 받았나.

“말씀에 가장 큰 은사가 있으신, 대한민국의 대표적 목사님이다. 그분의 설교는 참 재미있고 쉽게 전달이 된다. 설교 도입에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관심사를 질문으로 끌어내고, 결론에 도달해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다. 언어, 문학, 변론 등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말씀을 꿰뚫는 신학 기반을 가졌다. 우리나라 목사들 중 신학의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분은 몇 안 된다. 하지만 그 분은 장로교 정통의 칼빈주의 신학을 하신다.

성경강해도 매우 명확하고 깊은 이해가 있어 지성인들, 현대의 도시인들을 무리 없이 주목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술에 물 탄 듯 하는 부담 없는 교양 강의가 아닌, 분명한 믿음의 촉구가 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가치관을 분명히 전한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곽선희 목사님과 다른 점은, 목사님은 다른 저자의 책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나는 인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사건을 깊이 생각해, 평소에 지나치는 데에서 논제를 찾아 말하고 신앙 문제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개인적인 신앙을 듣고 싶다. 구원의 확신이 생겨난 계기가 있다면?

“내가 처음 교회에 나갔을 때 믿음이 생기지 않아 담임목사님께 상담드렸더니, ‘유명 부흥사 집회에 찾아가라’는 답을 들었다. 기적을 보면 믿음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내가 믿음이 생기게 된 계기는 성경공부였다. 빌리 그래함 목사의 책을 읽으며, 구원의 믿음이 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들음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성경 등장 인물을 보면 듣는 것에서 풀어나갔다.

이민 가서 예수를 영접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목회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로 다른 공부를 하게 됐고, 로스쿨을 졸업한 뒤 금식기도를 하는 가운데 목회의 꿈이 되살아났다. 그 길로 풀러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에서 신학을 하면서 뜨거운 성령 체험을 해, 지금도 혼자 있을 때는 영어기도로 그때의 감동을 되새긴다.”

-교인들을 상담하거나 선교할 때 만나는 반신론자들에게는 어떻게 접근하나.

“약자, 여성, 어린이가 천대받았던 옛날에 비해 갈수록 인권이 중요해지면서 그들의 권리 보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전은 그야말로 권력을 쥔 자가 권세를 누리는 시대였다. 노예와 여성은 기본적인 인권이 없고 임금만 자유를 누리는, 힘으로 다스리는 시대였다. 현대사회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과거 원시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시대에서 하나님이 인류에게 십계명을 주신 후 사랑의 원리가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인간에 대한 도리를 알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개입하지 않으셨다면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 모르는 무법의 세상이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거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복지와 평등 같은 민주주의 정신은 그리스의 제도였지만, 본래는 기독교에서 나온 것이다. 불교에서도 자비를 말하지만, 인간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말하지 않는다. 힌두교에도 그러한 개념은 없다. 이슬람은 율법주의다. 하지만 기독교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하고, 자신의 공로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구원, 정죄가 아닌 죄 사함을 말한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하나님의 사랑만이 온전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기반이 된다.

또 하나는 의학의 발전도 기독교에서 왔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병을 고치시기 전에 낫고자 하는 의지를 보셨고, 그 의지로 믿음을 심어주고 사람은 고통으로부터 해방됐다. 인간의 장애물이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 난 것도 기록적인 것이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막 9:23)는 말씀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믿음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의지를 촉구하셨다.”

-기쁜소식교회의 특징적인 사역을 소개해달라.

“전통적인 예배 형식으로 성도들이 예배에 대해 갖는 부담감을 가장 최소화했다. 여성도들은 교회에 나와 봉사하려고 나서지만, 나는 오히려 봉사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 봉사를 하는 사람의 마음에 교회 직분을 얻거나, 알아주길 바라고, 인정받는 위치에 서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사람 사이에 질투와 경쟁심의 가능성도 커진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말이다.

기쁜소식교회가 주력하는 사역은 말씀설교이다. 제자훈련이나 세미나, 교육강해도 하지 않는다. 예배 후 양육셀모임만 있을 뿐이다.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주일예배가 기쁜소식교회 사역의 전부이다.”

-목사님이 생각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목회 리더십이란?

“어깨에 힘 줘서 권위를 세우는 리더가 아닌, 가만히 있어도 리더십이 느껴지는 리더가 돼야 한다. 하나님이 날 통해 세우는 권위의 인위적인 부분은 축소할 것이다. 교계를 보면, 자신은 주의 종이며, 자신의 말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목사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곽선희 목사님이 주신 가르침처럼 장로들을 당신의 사람들로 만들려 심방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

오늘날 개신교를 보면 성경이 교회와 교권보다 위에 있어야 하는데, 목사가 그 위에 있는 경우가 있다. 교인을 따로 만나 잘못된 관행이 벌어지는 것을 나는 바로잡으려 한다.”

-기쁜소식교회가 어떻게 쓰임받았으면 하는가.

“교회에 부임한지 11년째이지만, 아직도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목회의 본론에는 들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있어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한데, 경제지도가 바뀌고 불확실함이 가득한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확실한 세계를 알려주는 사역을 지역사회를 넘어 더 먼 곳까지 효과적으로 하고 싶다. 기쁜소식교회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쓰임받는 것에 꼭 필요한 교회로 만들고 싶다.”

#기쁜소식교회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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