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80만 명을 넘어서면서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외국인 여성들의 출산도 늘고 있다. 혼전 동거나 혼외 관계 등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에도 국내에선 합법적 낙태가 불가능하고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미혼모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처지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한국 국적 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미혼모센터나 영아원 등이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외국인 여성들은 딱히 기댈 곳이 없는 처지다.
이에 이주민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는 오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거나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이주여성들을 위한 '이주여성 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지난 14일 문을 열었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1년 전 김 목사가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했다. 15살된 조선족 여자아이가 낳은 아이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국내 한 미혼모센터의 연락이었다. 한국 국적자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는 미혼모센터의 설명에 김 목사가 뒤늦게 나섰지만, 소녀는 아이를 두고 중국으로 떠나버렸고, 아이는 한국인 지인이 데리고 간 뒤였다.
그러다 김 목사는 작년 5월부터 이주여성들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게 됐고, 주변 건물들을 물색해 건물 매입비 13억원에 3억원 가량의 리모델링까지 거쳐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다.
새 단장을 마친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과 영아원, 조금 자란 아이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그룹홈까지 갖췄다. 상담, 정기검진, 양육 지원 등을 제공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다.
이주민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는 오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거나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이주여성들을 위한 '이주여성 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주여성지원센터'가 들어선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800㎡ 규모다. 산모와 영아가 생활할 단칸방 12개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 목사는 "이주여성의 아이들도 모두 귀중한 생명"이라며 "그들이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빌딩의 4층에서는 3명의 이주민 영아와 엄마가 따뜻한 방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쉬고 있었고 또한 법무부 이주민지원센터에 머물고 있는 난민신청 가족 28명이 참석해 이주여성지원센터의 개소를 반겼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난민신청자나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으로, 개소도 전에도 6-7명의 어린이와 이주여성, 난민 지위의 모자가 입소 신청을 한 상태다. 또한 이주여성 가정 뿐 아니라 기혼모 가정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받아들일 예정이다. 또한 이주여성들의 원활한 상담을 위해 베트남과 몽골, 캄보디아, 중국, 러시아 등 15개 언어로 통역이 지원된다.
지원센터는 상담과 정기검진, 양육지원 등을 제공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다. 또한 김해성 목사가 대표로 있는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학교, 쉼터와도 연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다.
김 목사는 "이들에게도 자기 뿌리를 지키면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시선이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이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시선합법ㆍ불법을 통틀어 외국인 체류자 200만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약자이다. 함께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며 "당장 생존이 절박한 사람들인데 우리 정부는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개소식에서 김은숙 이사장을 비롯한 신임 이사를(이사 : 오영란, 한미미, 최 영, 강정훈, 이자스민, 김경희, 허찬회, 안정애, 한재숙) 위촉하였으며, 김은숙 이사장은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뜻을 같이 할 후원자를 적극 개발하여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찿은 이주여성들과 이주민자녀를 돕는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김회선 의원(새누리당, 서초갑)은 축사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김해성 목사가 앞장서 나가는 점에 항상 감사드린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주여성들을 돕는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성중 전 노사정위원장은 이주여성지원센터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은 가장 낮은 곳을 찾아가라는 말씀처럼 이주여성지원센터가 가난하고 의지할 곳이 필요한 이주여성들을 위한 기관이 되도록 바란다고 말했다.
지엔앰의 문애란 대표,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 등도 아기와 엄마가 함께 살아가는 시설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으로 이주여성을 돕는 방법임을 강조했다.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는 이주여성지원센터가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은혜의 장소가 되길 빈다며 영상축하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개소식에는 많은 후원금과 후원물품들이 들어왔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엄마와 이기들을 위한 2층 침대를 제공했고, 크림하우스(대표 허찬회)는 바닥 매트를 제공했다. 펀비즈(대표 최영)는 아이용품들을 제공했고 더페이스샵은 개소식에 참석한 모든 내빈에게 고급 화장품셋트를 전달했다. 매일유업의 최형식 이사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우유공급을 약속했다.
또한 지구촌사랑나눔은 은행 융자와 후원금 등을 들여 건물을 매입했지만, 융자금을 갚고, 향후 운영비를 조달하려면 뜻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물품이나 후원금을 보내거나 봉사를 하실 분은 누리집(www.g4w.net) 또는 전화(02-849-9988)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