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정부가 남북 대화에 있어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가 북한 당국에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한인권문제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라고 요구한데 이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대화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북한당국을 비난하며 대화 제의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류 장관은 16일 낮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중등교장협의회 동계연수회'에 참석, 특별강연을 통해 "북한이 계속 (우리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지 않고 있다. 계속 조건 비슷한 얘기를 던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대화를 회피하는 자세"라며 "북한은 우리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고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라며 "서로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말이 통하고 얼마든지 모든 주제를 갖고 얘기할 수 있다. 얽혀있는 일들과 어지러웠던 역사 때문에 하루아침에는 안 되겠지만 첫 출발은 대화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5·24조치나 금강산관광은 대화 없이 풀 수 없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5·24조치를)해제하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지난 5년간 뭐 하러 해제 안 했겠냐"라며 "일단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얘기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또 "지난번에 10월4일에 김양건 비서와 얘기하면서 '문제를 풀려면 만나야 한다. 양건 비서와 만나면 싸울 수도 있지만 싸워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나는 그게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초보적이고 기초적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류 장관은 북한의 흡수통일 반발에는 "한국이 통일을 주도한다고 해도 북한과 더불어 하지 않으면 통일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북한은 시시콜콜한 표현으로 시비 걸지 말고 지난 70년간의 처참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앞서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 "인권문제는 인류보편적 가치의 문제로서 (북한당국은 이를)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아야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인권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북한의 반응에 따라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달리할 것은 아니다"라며 "남북대화가 열리면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정부는 이미 밝혔다"라고 정부 입장을 소개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임시중지 요구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는 북한이 어제오늘 제기한 게 아니다"라고 응수하며 "북한이 기존에 자기네 입장에서 (전제조건으로)걸었던 것들을 상황에 따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