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로마 가톨릭 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스리랑카에서 순교한 호세프 바스 신부를 스리랑카 첫 성인으로 시성한 뒤 '종교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13일부터 스리랑카·필리핀 순방을 시작한 교황은 스리랑카 콜롬보 해안에서 수십만 명의 성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시성식을 집전했다. 바스 신부는 인도에서 태어나 17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가톨릭 교회를 지키다 순교했다.
교황은 시성식에서 바스 신부의 선교적 열정과 민족을 향한 사랑을 높이 기리며 그가 보인 모범이 스리랑카 가톨릭 교회의 영성과 도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하느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웃에 대한 사랑의 문을 열어 주었고 어디에 있든 주위에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있으면 도왔다. 그의 모범이 오늘날 스리랑카 교회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있다"고 교황은 전했다.
교황은 이어 바스 신부가 받은 박해에 대해 언급하며 "그는 걸인과 같이 옷을 입고 (박해를 피해) 밤에 성도들과의 모임을 갖고 성직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밝히며 현재 전 세계에서 소수 종교인으로서 박해를 받고 있는 기독교인들 모두를 바스 신부에 비유했다. 그는 "(당시) 가톨릭은 소수 종교였고 내부 분열을 겪고 있었다. 지금 고통당하는 우리처럼 바스 신부는 급속한 전환의 시대를 살았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시성식에 앞서 13일 스리랑카에 처음 도착해 전한 연설에서 내전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치유의 과정에는 진실을 추구하는 일이 포함된다. 이는 오랜 상처를 다시 꺼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와 통합을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에서는 불교를 믿는 싱할리족과 힌두교도인 타밀족 간 내전이 25년 동안 지속되면서 8만~10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전은 지난 2009년 싱할리족이 이끄는 정부군이 민간인 4만여 명을 포함한 타밀족 반군을 학살하면서 종료됐다.
또한 교황은 이날 오후에는 불교, 힌두교, 이슬람 등 스리랑카 타 종교 지도자들과 회동했다. 그는 종교적 관용과 공존을 강조하며, "잔인한 테러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와 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전체 인구 가운데 70%가 불교 신자이며 기독교 인구는 7% 가량이다.